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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GS/BL

스팁토니 _ 담배와 초콜릿

rabbitvaseline 2015. 8. 20. 04:13



익숙한 향기였다. 토니는 연인의 방에 발을 옮기면서 이 장소에서는 도저히 맡을 수 없는 냄새라고 생각했다. 마치 초콜릿 향기같이 달큼하면서도 석탄냄새처럼 매케한. 스티브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방에는 담배냄새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토니는 담배를 즐기진 않았지만 필요할때면 사람들 앞에서 시가는 피우곤 했다. 어울리는 사람들의 신분답게 주로 최고급 시가였는데, 맛은 어느정도 구별하긴 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한다면 집 한켠에 쌓아져있는 알콜과 지하실에 있는 기름이 묻은 드라이버면 충분했다. 니코틴이 몸속에 스며드는 느낌은 꽤나 유혹적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 유혹에서 가볍게 빠져나왔다. 그래서일까, 스티브의 방에 담배가 있는게 꽤나 신기해보였다. 스티브의 위안거리라 한다면 대개 그림그리기를 생각했는데 말이다.


재떨이에 놓여있는 파이프는 아직도 불이 꺼지지 않은 채 아주 조금씩 연기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마 스티브는 파이프를 피우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담배를 피운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몇번 만져보기는 했지만 피운 적은 없었던 파이프를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Captian, 이라고 조그맣게 양각이 되어있는 나무 파이프였는데 아직 색이 바래지 않은것을 보아 꽤나 최근에 장만한 듯 했다. 토니는 연인의 타액이 마르지 않은 입부리를 슬쩍 물어보았다. 마치 탐정이 된 기분이군, 파이프를 입에 물고 손바닥을 맞대어 영국의 유명한 탐정을 따라해본다. 그러다가 이내 연인이 피우는 담배의 맛이 궁금해져서 조심스레 연기를 입안에 굴려보았다. 진한 초콜릿의 향과 담배연기가 입안을 채우다가 금새 빠져나갔다. 맛있는데, 토니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연기를 빨아들였다. 그냥 평범한 최고급 시가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스티브가 초콜릿을 사왔었지. 토니는 소파에 누워 담배를 피우며 전에 스티브가 사왔던 이스터 에그 초콜릿의 맛을 떠올렸다. 안에서 캡틴 아메리카 인형이 나와서 놀랐었다. 초콜릿은 싸구려답게 코코아향과 설탕맛밖에 안났지만, 자신이 여태까지 먹어왔던 초콜릿 중에서는 최고로 맛있는 초콜릿이었다.


"마치 그걸 먹는 것 같네."


다시 한번, 그리고 또 한번. 니코틴이 체내에 쌓여가는걸 느껴가면서도 토니는 차마 입부리에서 입을 뗄 수 없었다. 초콜릿이라. 점점 입안에 맴도는 향기가 옅어져가고 불기 또한 사그라들고 있었다. 토니는 매우 아쉬워하며 파이프를 재떨이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한번 입김을 내불자 향수로 입을 씻은것 같이 달큰한 초콜릿 냄새가 입안에서 빠져나왔다. 이대로 키스를 하면 꽤나 낭만적이겠는데, 곧 돌아올 연인을 기다리며 토니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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