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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그녀의 품은 어둡고 따뜻했다. 가슴 사이에서 뿜어져나오는 향수섞인 체취와 목걸이 체인의 서늘한 기운이 그의 감각을 자극시켰다.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를 하나도 듣지 않게 하겠다는 듯, 그녀는 그의 귀를 손바닥으로 막고서는 나지막이 괜찮다고 속삭였다. 그녀의 숨결에서는 방금 마셨던 포도주의 알콜향이 나고 있었다. 그저 게임이었을 뿐이었다. 내기에 져서 벌칙을 받게 될 비전이 불쌍하다는 듯, 완다는 그를 품에 안고는 괜찮다고 속삭였다. 무엇이 괜찮다는것인지 비전은 알 수 없었으나, 그저 술에 취한 완다가 자신에게 술주정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나지막한 저음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그동안 수백번은 들어왔을 그 목소리가 그의 안에서 조심스레 어떤 파동을 갖고 울렸다. 그는 다시금 그녀의 향기를 느껴..
비전에게도 심장이라 부를만한 부분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인드잼에서 흘러나오는 전기신호들을 몸 전체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었다. 그가 만들어졌을 당시, 울트론과 헬렌은 악취미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비전을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었는데, 그 중에는 왼쪽 가슴에 위치하는 이 심장처럼 보이는 아크 리액터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크 리액터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한 유사동력원이자 전기신호의 중개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심장이라는 부분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박동을 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귀를 갖다대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고요하게 그의 심장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배너는 그런 심장의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착잡해하고 있었다. 크레이들에서 깨어난 비전을 애써 안정시켜 타워내에 있는 방으로 보..
검사일자는 사흘 뒤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전화로 전해들은 날 밤, 비전은 다시 모르페우스에 사로잡혔다. 이번에는 앞서 꾸었던 두번의 꿈과는 달랐다. 이번에야말로 꿈이 아니라고 부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날 그의 머릿속에서 펼쳐진 것은 둘의 첫데이트였기 때문이었다. 이 데이트만큼은 그의 기억속에서도 사실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 비전이 택할 수 있는 데이트는 상당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타워안에 토니가 복지시설로 마련한 극장에서 완다와 단둘이 영화를 보았다. 둘이 손수 만든 팝콘을 사이에 끼고, 아무도 없는 극장안에서 단둘이 로마의 휴일을 보았었다. 발랄한 공주 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 맞잡은 손에 신경이 집..
비전이 그런 이상한 말을 내뱉자마자 브루스 배너는 제 손에 들려있던 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그는 가까스로 머그잔을 들어올리고서는 행여나 비전이 자신의 행동을 눈치챘는지를 반신반의하며 커피를 잔에 따랐다. 다행히도 비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말도 안되는 일들에 집중이 팔려서인지, 배너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레 한숨을 내쉬고 양손에 머그잔을 든 채로 비전이 앉아있을 테이블로 향했다. 비전은 손가락을 맞대고는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배너가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갑작스레 찾아뵙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박사님.""조금 놀라긴 했지만 네 일이라니 어쩔 수 없었지."10여분전, 한창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배너는 비전으로부..
갈색머리에서 이어집니다. 하늘에는 잔뜩 구름이 끼어 잿빛이 되어 있었다. 비는 오지 않을거라는 예보는 실수였는지 빗방울도 아주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비전은 창 너머 활주로가 점점이 짙은 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일순 바람이 거세게 불어 활주로에 서 있던 나타샤의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구름 사이에서 완다 막시모프를 태웠을 퀸젯이 천천히 내려왔다. 천천히 뒷문이 열리자 머리를 한쪽으로 가지런히 묶은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평상시 좋아하던 짧은 치마에 오버니삭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2달전, 휴가를 떠났을 때보다는 많이 처연해지고 차분해진 것 같았다. 그는 비를 맞으며 퀸젯에서 걸어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당장에라도 달려가 우산이라도 씌워주고 싶었지만, 절대로 활주로에 나타나 완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