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AVGS/Lullaby of Birdland(完) (13)
CATANDALIEN
토니 스타크는 브루스 배너가 퀸젯에서 내리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모두들 경악에 찬 표정으로 그를 말리려고 달려가자 배너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간신히 캡틴이 토니를 아예 땅에서 들어올렸고, 충격에 휩싸인 배너를 모두가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토니의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세시간이 지나서야 화가 풀렸는지, 언제 폭력을 가했냐는 냥 천연덕스럽게 배너에게 악수를 건네었다. 물론 배너가 그걸 단순히 악수로 되갚아주었을 리는 없었다.언론에서는 하나같이 그동안 잠적해 있었던 브루스 배너의 행적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었다. 그가 2년 동안 숨어살았다던 섬마을에는-도대체 누가 정보를 흘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군 관계자와 매스컴들이 들이닥쳤다. 결국 마을의 평화가 깨진 것을 확..
푸르른 나뭇잎으로 가려져있던 햇빛이,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그들에게 쏟아졌다. 처음에 나타샤는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그녀는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는 조심스레 주위를 살펴보았다. 방금 물리쳤던 무리들이 전부였는지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몰라 조심스레 평원에 널리 자라잇는 풀에 몸을 숨기며 나무를 향해 나아갔다. 고목은 언제 숲속에서 그런 난동이 있었느냐, 시치미를 떼는 것처럼 고고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럽게 주위에서 울렸다. 하늘은 너무나도 맑아서 구름 한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조심스레 몸을 움직이며 나무에 도착한 것은, 성당을 나서고 2시간이 넘어서였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며 안정권 내에 온 것을 자축하고서는 ..
메리켈의 말로는 성당에서 접선지인 성녀의 나무까지는 빠른 루트를 통해 걸어서 약 1시간 반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접선은 3시간 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배너는 급히 간소하게 짐을 꾸리고는 사제관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가니 새소리가 시끄럽게 그의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나타샤와 메리켈은 벌써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요셉은 그들을 담담히 바라볼 뿐이었다.“브루스, 이제 가요. 고마웠어요, 신부님. 부디 신부님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게요.”“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당신들의 행복을 빌어야겠지요. 부디 주님의 은총이 내려주시길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무엇 도와줄 것은 없는지요?”“아뇨, 이젠 괜찮은것같아요.”나타샤는 흐뭇해하며 미소를 짓다가 배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작은 가방..
메리켈을 진정시킨 뒤에 내보내서야 그도 간신히 침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꽤나 몸에 쌓였는지 온 몸이 뻐근하고 피곤했다. 아이는 아마도 타고 왔을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가족이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는 돌아갈 장소를 생각해보았다. 대학시절에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유년시절에 살던 집? 대학에 다닐 때 살았던 자취집? 아니면 칼버에서 근무할 때 살았던 아파트?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엔 자신의 집은 서재로, 베티의 집에서 주로 살았으니 베티의 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엔... 그는 옆으로 돌아누워 팔을 베개 삼아 베고는 여러 상념에 허우적댔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지 토독거리며 빗방울이 지붕과 차양, 창문을 ..
당신이 내쉬는 한숨은 언제나 나에겐 새들이 노니는 정원에서 불려지는 자장가로 들려요. 내 언어의 세계에선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네요.아이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그는 심연속에서, 눈을 감고 어둠에 몸을 흘러보내며 그 흥얼거리는 아주 익숙한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 노래는 한동안 그가 자장가로 여겼던 노래였다. 음정은 맞지 않았고, 박자도 틀린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진짜로 자장가를 부르듯 아이의 자장가소리는 나지막하게,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체내에 조용히 퍼져갔다. 당신은 멧비둘기인 빌과 쿠가 사랑할 때 나누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요? 그건 우리가 키스할 때, 두 입술이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음악이랍니다.아이의 목소리는 어느새 허스..
굳이 집안에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더운 공기를 뚫고 오두막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4WD의 바퀴자국이 젖은 땅바닥 위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에이프릴의 말로는 아마도 다시 돌아간 모양이라고 하였지만, 깊게 파인 자국은 페달을 밟는 배너의 심장에 박차를 가한 듯 했다. 오두막 근처에 도착하여 간신히 숨을 고르자 보인 것은 우선 엉망이 된 울타리와 마당이었다. 울타리는 이미 여러 조각으로 분해된 뒤였고, 마당에는 쓰레기와 유리조각이 난무했다. “...근처에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에이프릴은 급히 주변을 살피며 배너에게 말했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방안의 풍경은 더욱 살벌했다. 노트에 정리된 그의 자료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그 위로 발자국이 가득했다. 비커니 샬레니 하는 유리로 된 실험도구들은 이미..
신년을 기념하는 파티였다. 평소 A타워에서 여는 파티와는 다르게 미국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말리부 저택에서 한해의 마지막을 보자는, 가히 토니 스타크답지 않게 낭만적인 기획이었다. 그는 주최자와 함께 미리 저택에 가 있었고,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퀸젯으로 말리부까지 이동했다. 그들은 져가는 해보다 먼저 저택에 도착하였다. 나타샤, 그녀를 보자마자 남자는 반갑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짓고서는 샴페인잔을 건네었다. 태양은 그 커다란 몸을 우아하게 천천히 바다속으로 눕혔다. 그 모습에 아름다운 자태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곧 해가 떨어지는군요.""네, 착한 어린이는 잘 시간이에요."그녀는 근처에서 꼬깔모자를 끼고서는 끼익거리며 기웃거리던 더미를 흘낏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 말에 그는 웃음을 터..
메리켈의 집 주변에 형성된 군중을 보자마자 배너는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켰다. 라브의 연락에 반신반의해하며 메리켈의 집에 도착한 것이 방금 전이었다. 처음 그녀의 연락을 받았을 때에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웃으며 넘어가려 했지만,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결코 농담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메리켈의 엄마, 즉 사비나씨와 외국인이 다쳤다, 라는 말에는 어딘가 이해가 가지 않은 점이 있었으나,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했을 때에는 도저히 그런 점을 발견해낼 수 없었다. 그는 왕진가방도 냅둔 채로 낡은 자전거에 올라탔다. 나타샤가 다쳤다는 소리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미친듯이 페달을 밟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보인 것은 집 주변에 밀집된 군중이었다. ..
남자가 뒤집어쓴 모포는 흙투성이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는 그걸 아랑곳 않는다는듯, 그 속에 편안히 몸을 눕히고는 계속해서 헤드폰 너머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굵직하게 자신의 사랑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반쯤 취해있을 즈음,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그 헤드폰을 뺏어 자신의 머리에 씌웠다.“나타샤?”여자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남자를 향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자가 듣던 음악은 재즈음악으로, 아주 옛날에 임무로 잠입했던 바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이렇게 음반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바에서 제일 잘 나간다던 흑인 여자가 부른 것을 직접 들었는데 색소폰 소리와 여자의 허스키한 목소리만 생각났을 뿐, 자세한 가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목조차 알지 못하는 노래는 어느새 클라이막스를 향해 ..
3. 메리켈의 집에서 간단한 저녁식사-아이가 건네어준 음식의 질감은 최악이었지만 나름 만족할만 했다.-를 마친 뒤, 소년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하는 것을 무시한 채 에이프릴을 호텔에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메리켈은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에이프릴이 걱정이 된다고 말하며 집을 나섰다. 대문에서 나오자마자 소년은 입을 열었다."실은 요즘 불량배들이 걱정거리라서요, 에이프릴은 예쁘잖아요. 분명 그놈들이 건드릴거라고요."집에서 나와 호텔로 가는 길목에는 이미 문을 닫은 상점들이 가득했다. 상점은 집으로도 쓰이는지 문이 닫혀져있는 상점 곳곳마다 내부에 불이 켜져있었고, 낯선 음식냄새가 집안에서 풍겨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붉게 물드는 석양으로 인해 그림자가 져 있었는데, 얼핏 보면 누군가가 숨어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