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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Moon Light Anthem / 아라이 아키노 그는 순간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을 인정해야했다. 원래부터도 전형적인 금발이라며 자주 놀려대곤 했던 블론드가, 적들의 피로 살짝은 붉은 기까지 보이는 그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에 흩날렸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손을 대면 곧바로 깨질 것 같이 얇은 조각상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살짝 헝클어진 머리카락, 얼굴과 뺨에는 생채기가 가득했지만 그의 조각같은 얼굴에는 아무런 흠도 되지 않았다. 속눈썹은 왜 저리 빛나고 긴거지? 목선마저 완벽했다. "토니?" 아. 그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인정해야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스티브 로저스를 사랑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자신이 호모섹슈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페퍼가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새벽 3시였다. 새벽에 문자가 오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낯익은 여자가 아주 자그마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마침 날이 만우절이라 장난이 아닐까 싶어 해피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건강한 딸아이라고 말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나도 감동적인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브의 피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4월 1일, 오늘은 거짓말같이 토니가 죽은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축하한다는 상투적인 말을 내뱉고나서 다시 잠에 들려는 찰나에 다른 문자메시지가 와서 확인해보았더니 이번에는 냇의 문자였다. 괜찮다면 페퍼의 순산기원과 토니의 3주기를 추도하는 모임을 같이 가지자는 거였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싶었지만, 스티브는 꿋꿋이 괜찮다고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