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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2. “젠장, 고작 20분이에요. 어떻게 알아차린거에요?”엉망진창인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나타샤 로마노프는 말했다. 그녀로서는 유능한 스파이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수까지 다 썼건만, 어째서인지 제 앞에 앉아있는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처음 볼때부터 알아차렸다는 말을 듣자 가벼운 수치심이 들 정도였다. 배너는 빙긋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은 뒤 나타샤의 질문에 대답했다.“그야 골격이 나타샤인걸요. 근육이 조금 붙은 것 말고는 그다지 달라지지도 않았고, 그런 얇은 옷을 입었으니 당연히 한번에 알아채죠.”“..브루스, 사실은 변태죠?”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하하, 하고 배너는 웃었다. 나름 이름을 떨쳤던 스파이를 이겼다는 생각에서 터져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나타샤는 남자의 웃음에 작은 패배감을 느꼈다. 웃..
1. 메리켈은 20달러 지폐를 받자마자 행여나 빼앗길새라 급히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공항에서 만난 백인여자를 의사선생님 댁에 데려다주는 대가치고는 너무나 많았다. 그녀는 시골 공항에서 호객을 하던 메리켈을 발견하자마자 마을에서 유명하다는 의사선생님에게 데려다 달라고 말하였고, 마치 일출할 때의 햇빛을 닮은 금발을 양갈래로 묶고서 하얀색 밀짚모자를 쓴 모습은 여태껏 보았던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데다 이미 돈도 주머니에 넣어버린 터라 그는 쉽사리 수락하였다.“의사라면 호텔의 이스프와 선생님을 말하는거죠?”메리켈은 호텔에서 애써서 기른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손님들을 진찰하곤 하였던 의사를 떠올렸다. 그는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호텔에서 달러로 진료비를 낼 수 있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진찰을 해주곤 하였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