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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완다+나타샤 _ 수월 (완전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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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완다+나타샤 _ 수월 (완전판)

rabbitvaseline 2015. 8. 20. 01:52




"아.. 하아..."

 

완다 막시모프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묵직한 통증이 그녀의 뱃속에서 또아리를 틀다가 돌아다니곤 했다. 말도 안나올 정도의 통증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배게에 얼굴을 부비었다. 어느새 흘러나온 식은땀에 커버가 젖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죄없는 침대시트를 발로 밀어내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급기야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신을 놓고 싶었지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강해서, 마치 이가 난 칼로 뱃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얼굴을 붉힌채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는 쌍둥이 형제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는 가끔씩 완다의 짓궂은 장난에도 거절하지 않고 편의점에 다녀오곤 했었다..

 

"피에...트로..."

 

간소한 소코비아식 장례식으로 그를 보낸 뒤에, 하이드라로부터 풀려나고나서 반년만에 맞는 달거리였다.




"완다는?"

 

완다가 의료센터에 실려왔다는 소식을 듣고서 어벤져스의 리더인 스티브는 저녁훈련이 끝나자마자 달려왔다. 유난히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좋아보이길래 조퇴를 시켜준 것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안좋아질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병실 문 앞에는 헬렌과 나타샤가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 캡틴, 왔군요."

"왔어?"

 

나타샤는 얼굴을 찌뿌리며 퉁명스레 대답하였고, 헬렌은 상냥하게 그를 맞이하였다. 스티브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헬렌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걱정마요, 생리통이에요. 진통제를 투여해서 지금은 편히 자고 있어요."

"네?"

 

생리통,이라는 아주 낯선 단어에 스티브는 미간을 찌뿌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자형제도 없었을 뿐더러 여자와 별 관계를 맺지 않던 스티브로서는 들어볼 기회가 없는 단어였다. 그는 생리통이 사람에 따라 뱃속을 뒤집는 것 같은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건 좀 프라이버시한 문제지만 하이드라로부터 풀려난 뒤부터 생리를 했다는 증언은 얻지 못한걸로 보면, 아마 몇달치가 한꺼번에 풀린 것 같아요. 그동안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았던 모양이니까요."

 

헬렌은 아주 친절하게 완다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자신은 산부인과는 전공이 아니라 확실한 설명은 못하지만, 예전의 신체검사결과 완다의 몸 자체는 매우 건강하고 이상이 없으므로 며칠이 지나면 멈출 것 같다라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다. 나타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헬렌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스티브는 나타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그저 어깨만 으쓱거렸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저 휴식을 취하게 해주죠."

 

그 말을 남기고 헬렌은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피하였다. 실상은 스티브와 나타샤의 분위기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었지만. 헬렌이 사라지고 병실앞 복도에 둘만 남자 스티브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어?"

"예상은 하고 있었어.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진다면 그쪽으로 의심해도 되니까."

 

스티브에게 완다의 조퇴를 권한 것은 나타샤였다.

 

"난... 맞아, 난 전혀 예상을 못했어. 그저 몸이 좀 안좋은거려니, 하고 생각했었는데."

"괜히 죄책감 갖지 마, 캡. 그쪽이 그런 일에 신경을 쓴 적이 있었어야지."

 

나타샤는 고개를 저으며 쓴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생리통이나 월경이라는 말은 이미 10년도 전에 체내에서 사라져버리고 남아있지 않았다. 스티브의 곁에 여자라고는 자신 하나밖에 없었는데다, 그 여자도 달거리를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스티브가 모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뜩이나 하얬던 얼굴은 더욱 더 창백해져 있었고 눈은 굳게 닫혀있었다. 지금이라도 다물고 있는 입이 열리면서 서프라이즈라고, 자신을 놀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곁을 장식하고 있는 하얗다못해 질려있는 꽃들이, 평소에는 전혀 입지 않을 하얀 정장이 제 앞에 누워있는 것이 형제의 시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에트로가 죽은 그 순간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고,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었다.

장례식은 아주 간소하게 치뤄졌다. 애초에 가족이라고는 서로밖에 없었는데다가 혁명운동을 벌였던 동지들도 소코비아 사태로 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어벤져스 멤버들과 마리아, 퓨리, 헬렌만이 화장장에 모였다. 아이팟에서 나오는 장송곡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고, 피에트로가 바튼과 함께 구했다던 아이가 보낸 편지를 그의 가슴팎에 꽂아넣었다. 이별할 시간이에요, 그녀는 낮게 읇조리고는 형제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збогом, моја половина."

 

안녕히가세요, 나의 반쪽이여. 마치 자장가를 불러주듯 그녀는 그 말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형제의 귓가에 속삭였다. 작별인사를 마치자마자 관뚜껑이 덮여졌고, 은발의 어벤져는 그렇게 깊숙하고 뜨거운 지하로 내려보내졌다. 침묵이 어린 몇시간이 지나고 올라온 것은 하얀 재뿐이었다.



피에트로, 누나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의 반쪽, 피에트로, 피에트-



"괜찮아?!"

 

갑작스런 커다란 진동에 완다는 간신히 잠에서 깰 수 있었다.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자신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는 적발의 여자였다. 로마노프,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으로 부르자, 그제서야 나타샤의 얼굴에서 근심이 가셨다.

 

"미안, 계속 울면서 피에트로를 부르길래."

 

그 말에 완다는 손을 들어 제 눈가를 어루만졌다. 축축한 무언가가 흘러내려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순간 당황해서 거칠게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피에트로의 장례식에서마저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배는 괜찮아?"

 

그제서야 완다는 약간 묵직한 기운을 빼고는 자신의 뱃속을 내리찌르던 통증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통증이 사라져 한층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였다.

 

"...지금 몇시에요?"

"아직 저녁이야. 너 실려오고 5시간정도 지났어."

 

완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해가 저문지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짙은 남색으로 덮여있었다. 방금전까지 꾸고 있던 꿈을 떠올렸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와라 나와라 하고 바랬었지만 꿈속에서마저 피에트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비록 죽은 모습으로나마 제 형제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장례식때 일을 꿨어요."

 

전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이었다. 완다는 덤덤하게 나타샤에게 꿈꿨던 이야기를 내뱉고 있었다. 공기는 어느새 차갑게 가라앉아있었지만, 완다는 더운 숨을 내뱉으며 당시 장례식을 떠올리고 있었다.

 

"...몸이 너무 아파서 그런걸지도 몰라요. 정신을 잃기 전에 피에트로에게 장난쳤던게 생각났거든요."

 

왜 이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려는지는 완다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지금부터 꺼내놓는 이야기는 남자에게 하기에는 묘한 이야기였기에, 그녀는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이 나타샤란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챈 나타샤는 일부러 자신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숨겼다.

 

"...배가 아프다고 생리대를 사오라고 시키면 항상 얼굴을 붉힌 채로 사오곤 했었죠. 어떤 날은 사이즈를 잘못사왔다고 돌려보내곤 했었어요.... 참 짓궂은 장난이었죠."

 

완다는 조용히 킥킥거렸다. 내가 사오란건 오버나이트였잖아, 라고 장난스레 얘기하면 비트처럼 붉어진 얼굴로 영수증을 자신의 얼굴에 내던졌다.

 

"그 때 피에트로 얼굴을 찍어놔야 했어요. 하하..하...하악, 하.."

 

순간 흘러나오는 눈문에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가 간신히 내뱉었다. 피에트로가 죽을때에, 장례식에서마저 울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이제서야라니. 나타샤는 조용히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어째서야... 누나가 이리 아픈데... 도대체 왜...왜..."

 

울음은 30여분이나 계속되었다. 나타샤는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그동안 완다가 주절대며 말하는 피에트로와의 추억을 들었다. 침공으로 부모를 잃고 혁명에 참여하고 하이드라의 실험이야기를 들었을때가지. 나타샤는 그동안 완다가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가끔씩 대꾸를 해줘가며 들어왔다.

 

완다의 눈물이 어느정도 진정되었을때, 그녀는 여태껏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타샤는 아주 편안해보이는 미소를 짓고는 완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요, 이런 이야기나 떠들기나 하고."

"카운슬러 대신이라고 받아들일게. 어차피 시간외수당 받을 때도 아니라서 말이야."

"...고마워요."

 

완다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초록색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무언가가 그녀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나타샤는 자신에 대한 애정과 무언가에 관한 슬픔을 갖고 있었다. 머릿속에 점점 나타샤의 기억이 저도 모르게 흘러들어왔다. 아니, 예전부터 알고 있던걸까, 아니 사실은 내가- 자궁을 잃고나서 겪었던 상실감, 인격없는 살인인형으로 살아왔던 날들, 은인과의 만남.

 

"냇-"

"워워, 괜찮아?"

 

완다의 폭주를 막은 것은 나타샤의 손이었다. 나타샤는 동공을 확장시킨 채 냇,이라고 말한 완다의 어깨를 붙잡았다. 능력의 폭주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헬렌의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지금와서 생길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는듯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불쾌감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히익!"

 

완다는 고개를 숙이고는 깊게 호흡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점점 목소리가 바닥을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무엇이 미안하다는걸까, 자신의 과거를 허락도 없이 보아서일까. 나타샤는 차마 괜찮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심스레 완다를 품에 안았다. 완다의 정수리가 자신의 가슴중앙에 닿는 것을 느끼며 아무 말도 없이 등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마자 문 옆에 커다란 인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숨소리보다는 기계의 모터음에 가까운 소리, 인간의 피부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인 색감에 나타샤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나서야 비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전은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시무룩한 표정은 처음 보았기에 나타샤는 흥미를 가지며 비전에게 말을 걸었다.

 

"완다가 걱정돼?"

"그녀는 괜찮을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안에 CCTV있어, 해킹해도 돼."

"아뇨, 직접 보고 싶습니다."

 

가끔씩, 나타샤는 이 고구마색의 안드로이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생활하다보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곤 했다. 비전은 실제로 어벤져스 타워 내부의 모든 것을 해킹해서 볼 수도 있었고 모든 정보는 인터넷으로 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감각을 되찾은 사람처럼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려고 했다. 지금에서야 무엇을 가져버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완다는 자고 있어."

"네, 호흡패턴이 현재 수면중이더군요. 그래도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흐음, 나타샤는 콧방귀를 뀌었다. 물론 어벤져스 내에서는 사내연애 금지규정은 없었고 자신도 그것을 이용해먹으려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아직 비전이 태어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0살짜리 아기란걸 생각하면 어쩐지 모르게 착잡하면서도 신기한 기분이 들기까지 하였다. 비전의 애정은 모든 생명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의 사랑은 현재 완다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나타샤는 알아차리고 말았다. 사실 완다가 쓰러진 것을 알아차리고 병실로 데려온 것도 비전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지 않아?"

"그건 프라이버시고 또 궁금하면 해킹하면 됩니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 말이라서 나타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겼다.

 

"깨어나면 직접 들어봐, 그렇다고 해서 지금 깨우지는 말고."

 

그 말을 하고 복도로 걸어나가자 비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병실로 들어섰다. 응급실에 실어올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찌뿌려진 얼굴이 지금은 환히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비전도 저도 모르게 미소를 띄웠다.



▒ ▒ ▒



나타샤는 당황해하는 완다에게 천천히 말했다.

"맞아, 난 아이를 가질 수 없어. 그래서 네가 생리를 한다고 했을 때 좀 착잡했어. 나한테는 불가능한거니까. 하지만 그걸 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한둘도 아닐뿐더러, 난 이 생활에 꽤나 만족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괜찮아, 괜히 신경쓰지마."

처음으로 아이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 것은 소문으로나마 떠돌던 졸업식에서의 이야기였다. 이후 암살자로 살면서 오히려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까지 갖게 되었다. 가족은 사람의 가장 크나큰 약점 중 하나였고, 그렇기 때문에 스파이로서 그녀는 가족을 가지면 안되었다. 바튼을 만나 친구가 되었을 때의 생경함, 고독을 즐기던 스파이로서 친구라는 존재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바튼은 나타샤의 약점이었으며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녀는 그것이 두려우면서도 이해하지 못할 안도감을 준다고 느꼈다.
바튼이 가족들을 소개시켜주었을 때, 그의 딸과 아들이 그와 매우 닮았고, 또한 아내또한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복통을 느꼈다. 가족이란 것은 스파이로서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바튼은 달랐다. 그는 어떻게든 가족이라는, 돌아가고 싶은 곳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무리였어. 오히려 신기했던 것 같아, 바튼의 아이가 바튼을 너무나도 닮은 거야. 그리고 바튼은 그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그제서야, 그때에 가서야 나는 간신히 왜 레드룸에서 졸업식을 치뤄야했는지를 깨닫고 말았어. 진심으로 원해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로서 온전히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야. 사랑만을, 받지 않고 주기만 하는 관계니까."


충격이었다. 나타샤는 그제서야 가족이라 하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는 가족을 가지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에 대해서 한탄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파이로 길러졌으며, 이제와서 가족을 가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있을 곳과 친구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었다. 가족대신 소중한 사람들을 두는 것 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네가 부럽기도 했어. 미안, 네가 조금 부러웠어."


아이가 궁금하다, 고 생각하는 상대가 생겨버렸다. 물론 상대방도 아이는 꿈꿀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토니의 짓궂은 질문에 성추행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차분하게 느린 말투로 말하였다.


"우선 첫번째는 그런 관계를 가질 때 헐크가 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두번째는 내 체액은 방사선에 피폭된 상태이기 때문에 체액이 접촉하면 상대방은 피폭당한다는 점, 세번째는... 나도 아직 검사는 해보지 않았어, 아니 하고 싶지 않은거겠지. 하지만 알잖아-"


나타샤의 기억은 그 세번째에서 끊겨있었다. 바튼이 그녀의 신발에 토했고 그녀는 급히 인사불성이 된 바튼을 욕실로 데려가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뭐라고 말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완다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 바튼의 집에서 그가 하던 말들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원했던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평범한 가정, 그가 사랑할 수 있는 자식들. 애석하게도 그는 그것들을 가질 수 없었고,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어느새 완다는 자신의 품에서 잠들어있었다. 그동안 쌓여왔던 긴장이 풀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완다를 침대에 눕히고는 어깨근처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한층 편해진 모양으로 그녀는 기절하듯 자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꺼내다니,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나타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나타샤는 좁은 병실 주위를 둘러보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근처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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