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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배너 _ 당황한 캡틴 아메리카

rabbitvaseline 2015. 8. 20. 04:12




막 잠에서 깬듯한 허스키한 목소리에 스티브 로저스는 순간 핸드폰에서 귀를 떼었다. 액정 너머로는 브루스 배너라는 문자와 함께 나타샤가 장난스레 찍었던, 자고 있는 배너의 모습이 떠올라있었다. 무슨 일이냐니까, 작게 나타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렸다. 스티브는 액정 오른쪽 위에 있던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AM 01:30. 배너라면 슬슬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그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짜증나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숨긴 채 다시금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핸드폰이 과열되었는지, 아니면 당황해서 열이 올랐는지 귀에 닿는 액정은 뜨거웠다.

"아 날세, 로마노프. 지금 뭐하고 있지?"

실수로라도 나타샤에게 건 것처럼 태평하게 말하자 나타샤는 자고 있었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자신이 전화를 '잘못' 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의 짜증마저 서려 있었는데, 어젯밤에야 3달간의 장기출장에서 벗어났었고 지난 일주일간은 10시간도 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침대에 눕자마자 쓰러졌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할말이 있던 거 아냐?"

사실 용건은 전화의 주인에게 있었다. 스티브는 저번에 브루스 배너에게 맡겼던 실험결과를 물어보려 했을 뿐이었다. 규칙적이기는 하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패턴 덕에 깨어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전화 너머로 들리는 또다른 규칙적인 숨소리는 전화의 주인이 나타샤의 옆에서 자고 있다고 넌지시 암시하고 있었다. 스티브는 난감했다. 혹시나 했지만 둘이 같은 침대를 쓰는 단계까지 갔을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금 긴장감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고, 말을 꺼내다못해 첫 낱말은 목소리가 뒤집어지기까지 했다.

"추훌-장 결과 말인데, 모레까지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고작 그 소리때문에 이 시간에 전화건거야? 캡, 그쪽이 내 상사도 아니고 이건 좀 너무 했어."

결국 전화의 주인에게 할 말은 꺼내지 않았다. 알았어, 이만 끊지, 라는 적의마저 서린 목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통화가 끝났다. 새벽 1시 35분, 5분 남짓한 짧은 통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귀에서 떼자 액정에 다시금 곤히 자고 있는 브루스 배너의 사진이 떠올랐다. 그는 친하게 지내던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관계를 알아버렸다는 점에서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히고는 당분간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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