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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배너+스팁 _ Birthday Panic

rabbitvaseline 2015. 8. 20. 04:12




막 12월에 들어섰던 날의 일이었다. 간만에 나타샤와 함께 어벤져스 타워를 방문한 스티브는 힐과 업무를 하면서, 도대체 자신의 동료가 어디서 땡땡이를 치고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하이드라의 잔당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힐과 함께 거실로 들어섰다. 아마 연인과 있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나타샤는 평소에는 앙숙처럼 여기던 토니와 다정히 소파에 앉아 홀로그램에 띄워진 정장입은 남자를 보고 있었다.


"대놓고 바람인가요?"


힐이 농담조로 야유를 하자 둘은 절대 아니라고 극렬히 부정했다. 그러면서 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둘은 어느 한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과 회의를 거친 것 같았다. 토니는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남자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토니, 도대체 무얼 보는건가?"

"아 마침 잘됐네, 캡. 캡, 다다음주 월요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다다음주 월요일?"


프라이데이는 아주 친절하게도 방 한켠에 커다란 달력을 띄워주었다. 12월 셋째주 월요일은 18일이었다. 12월 18일, 그는 그 날이 무슨 날인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동료라고 하는 사람이 쉴때마다 12월 18일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배너의 생일이군."

"그래, 배너의 생일이라고.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지. 올해는 진짜로 초호화 생일선물을 챙겨줄거야."


제발 그 열의로 일해줬으면 좋겠지만, 이라고 내뱉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가며 스티브는 토니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았다. 아무래도 토니는 이 홀로그램에 띄워진 정장을 배너에게 선물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럼 나타샤는?


"나는 부토니에랑 넥타이 핀, 커프스를 선물하려고. 옷이야 이 인간이 장만하면 되지만 액세서리정도는 내가 해도 되잖아."


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비싸보이는 브랜드의 카탈로그를 보여주었다. 힐은 카탈로그 상에 떠오르는 형형색색의 보석에 놀라하면서도 너무 화려한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스티브는 자신으로서는 전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상황에 어버버하며 둘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저번 생일에 배너가 특허권을 선물로 줬거든. 근데 그게 엄청 대박을 쳐버려서 그거에 상응하는 선물을 찾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그래서 아예 남자의 버킨백을 선물하기로 했지."


버킨백이라면 스티브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애당초 브랜드나 명품에 관심없는 그라도, 가끔씩 여성대원들이 명품가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버킨백은 그 중에서도 가장 고급에 속하는 가방으로, 여성대원들은 꿈의 가방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었다. 게다가 몇달 전, 나타샤는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버킨백을 사서 스티브에게 보여주기까지 했었다. 토니의 선물들로 인해 눈이 높아진 그가 봐서도 상당히 완성도가 있는 물건이라 감탄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남자의 버킨백이라니, 그건 여성용 가방이잖아."

"말이 그렇다는거지, 여자에게 드레스와 가방이 무기라면 남자는 이게 무기잖아."


나타샤는 홀로그램 남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무언가 옷매무새를 수정하고 있었다. 가까이와서 보니 그 남자의 모습이 이번 생일의 주인공과 매우 닮아있었다.


"맞춤정장, 내 단골 재단사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맞추기로 했어. 디자인이야 대충 정해서 가면 알아서 해줄걸."

"본인도 모르게?"

"아니지, 사실은 일주일 후에 배너를 데리고 가서 맞춘다음에 생일날 갖고 오려고. 물론 본인으로서야 부담스러워하겠지만, 이건 특허권에 대한 선물이라고 넘어가면 돼."


토니의 정장은 전용재단사가 직접 맞춰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가끔씩 평소 입는 것과는 분위기 자제가 다른 정장을 입고는 했었는데, 그것은 전담재단사가 아니라 아주 유명한 재단사에게서 맞춘 옷이라고 했다. 상당히 유명하고 상당히 바쁘기 때문에, 일년에 두어번밖에 못간다고 투덜대곤 했었다. 듣기로는 영국의 기사같은 이름이었는데...


"얼마나 비싸길래 그래? 몇천쯤 하나?"


스티브도 몇번 정장을 맞춰본 적이 있었다. 연금의 이자가 상당히 쌓인데다가 쉴드의 수당도 생명수당인지 넉넉히 받고 있어서 받은 것이었다. 스티브는 몇천달러짜리로 상당히 고급인 정장을 맞췄는데, 움직임이 편하고 자세도 곧바로 잡아줘서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스티브의 그 말에 토니와 나타샤는 콧방귀를 뀌었고, 힐도 이유모를 미소를 지었다.


"오, 캡. 그걸로는 버킨백 손잡이도 못사."

"그럼? 잠깐, 만단위야?"

"비싼건 십만이야. 물론 내가 저번에 산건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토니가 해주려는건 2십만짜리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지는 2십만달러라는 소리에 순간 스티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가끔씩 토니는 일반인들과는 전혀 범접도 못하는 경제관념을 내밀고는 했지만, 그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VVVIP의 정장이라니, 아마 배너가 가격을 듣는다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창백해지지 않을까.


"괜찮다니까, 배너가 저번에 준 선물이 그만큼 커서 그래."


그래도 옷에 2십만달러라니, 그는 순간 자신이 아끼고 있던 몇천달러짜리 정장이 초라해보였다. 그런 모습에 토니의 입꼬리가 씨익 하고 올라갔다. 무언가 재밌는 것을 계획할 때의 악마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캡은 생일선물로 뭘 줄거야?"


그 말에 캡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생각해놓은 것은 있었지만, 몇십만달러짜리 최고급 정장과는 비교하는 것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었다.


"어때 힐도 참가하는게? 실은 로마노프랑 십달러짜리 내기했거든. 배너가 어떤 옷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말이야."

"그거야 당연히 나타샤의 손을 들어줄게 뻔하잖아."


스티브는 한숨을 내쉬듯 대답했다. 상식적으로 연인의 선물을 좋아할께 번하지 않냐면서 말이다.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 감을 잡는 것도 힘들었다. 그저 알았다고만 대답을 하며 어찌저찌하다보니 그도 그 내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티브는 자꾸만 종이가방에 눈길을 옮겼다. 짙은 갈색 포장지에 쌓여있는 얇은 생일선물때문이었다. 부디 좋아해줘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토니 혹은 나타샤에게 줄 10달러도 지갑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브루스 배너의 생일파티는 평일인 만큼,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서도 상당히 간소하게 치루기로 했다. 어벤져스 멤버들 몇몇이 모여서 간단하게 즐기기로 한 것이었다. 저녁 8시, 어벤져스 타워에서, 라고 토니의 문자를 보자마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몇천달러짜리 정장을 꺼내었다. 옷을 대략 챙겨입고 구두까지 신은 상태에서 생일선물이 담긴 가방을 손에 들려는 순간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높은 음의 벨소리, 어벤져스 호출음이었다. 그는 급히 구두를 벗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하이드라의 잔당이 끝내 뉴욕의 어느 연구소를 점령했다는 힐의 목소리에 그는 급히 종이가방만과 오토바이키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 발악, 이었다고 현장에서 마주친 바튼이 말하였다. 하이드라의 일부 잔당세력중 하나가 마지막 발악으로 핵융합연구소를 덮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스티브가 도착했을 때에는 상황이 정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그는 간단한 사후수습만 하면 되었었다. 호출을 받은 것이 불과 10분전이었을텐데 너무나도 빠른 정리에 그는 벙쩌하기까지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의 반절쯤이 무언가에 찢기듯이 뜯겨져있었고, 아마 무기로 썼을 기계의 파편들이 이리저리 널려있었다. 상황은 나타샤, 토니, 바튼이 손을 썼다기에는 무언가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기에, 그는 곧바로 무슨 상황이 펼쳐졌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코드 그린, 어째서인지 시가지에서는 절대로 발동안할 그 상황이 벌여진 것이었다. 그는 한켠에서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토니와 나타샤를 발견했고, 다시 돌아오고나서는 언제나 그랬듯 펑퍼짐한 맨투맨티셔츠를 입은 브루스 배너를 발견하였다. 머리가 상당부분 헝클어져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나 그는 헐크로 변신한 모양이었다.


"배너-!"


그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상대방도 힘없어보이는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배너는 토니와 나타샤에게 무어라 말하고 있었지만 둘의 얼굴에서는 힘이 쪽 빠져있었다. 토니라면 또 모를까, 나타샤로서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자네가 정리한거 맞지?"

"아, 어쩌다보니까. 응, 어쩌다보니까 말이야."


배너의 입가에 쓴 웃음이 번졌다. 그 뒤, 토니와 나타샤가 없는 자리에서 바튼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토니가 단골이라 불렀던 재단사는 마침 미국에 올 일이 생겼던 참이라, 근처의 재단실을 빌려서 최종적으로 옷을 수령받았다고 했다. 배너는 토니와 나타샤에게 감사해하며, 가격도 모른채로 몇천만달러를 호가하는 최고급 정장을 입었다. 푸른색 계통의 정장이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배너의 스마트함을 끝까지 돋보게 해주는 옷이었다. 커프스는 그의 탄생석인 터키석 십자가였고, 부토니에는 나타샤의 생일석인 붉은 토파즈 보석이 달려있었다. 파티를 위해 셋은 토니의 차를 타고 어벤져스 타워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하필 이동 도중에 셋은 연구소 습격건을 알게 되었고 급히 그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셋 중 드레스를 입은 나타샤를 하이드라 졸병들이 습격했다.


"이건 나타샤가 찍자마자 보내준 사진이야. 뭐 듣던 바로는 몇만달러라던데 그럼 뭐해."


사진속에서 배너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고 있었다. 과연, 토니가 장담하던대로 배너의 자세나 분위기에 상당히 어울리는 정장이었다.

순간 배너는 나타샤를 구하려고 했다. 그가 나타샤를 구하는 방법이야 뻔했고, 그렇게 2십만달러짜리 최고급 맞춤정장과 보석 액세서리들은 산산조각이 되어 이 난장판에, 폐허에 뿌려지게 되었다. 그 말에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동양에는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던지 딱 지금 순간이 아닌가. 바튼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스티브는 자신이 끌고 온 할리로 걸어갔다. 손잡이에는 종이가방이 걸려 있었다. 그는 이제서야 자신있게 자신의 생일선물을 배너에게 건넬 수 있었다. 토니와 나타샤 앞에서 아주 얇아서 초상화라고 주었나, 하고 생각나게 하는 선물의 포장을 뜯자, 남자 5명이 아래에 수건만을 두른채 앉아있는 기묘하면서도 이상한 쟈켓의 LP음반이 나왔다. STEAM, 1969년 빌보드를 흔들었던 사이키델릭 록밴드였다.


"자네 태어났을때 빌보드 차트 1위곡이 들어있는 앨범이야.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라고 하던데."

"오, 정말."


브루스 배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스티브는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너무 비싼 것보다는 의미있는 선물이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지금 여기서는 무리겠지? 그는 고맙다고 말하며 LP를 다시 종이가방안에 넣었다. 스티브는 의기양양한 눈으로 허망하게 배너를 바라보던 둘에게 미소를 지었다. 둘의 입꼬리도 절로 올라갔다.




결국 스티브는 그렇게 번 20달러와 다른 사람들의 모금으로 번 돈으로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과 함께 피자를 사먹었다. 마침 피자가게에 턴테이블이 있어서 노래를 틀어보니, 상당히 경쾌하면서도 듣기에 애매한 사랑노래였다. 하지만 개의치않는다는 듯 브루스 배너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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