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알렉스레니 _ 옭아매는 본문
부스락거리며 몰래 움직이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는 나른하게 늘어진 눈을 간신히 반쯤 뜨고는 동공을 확장하며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포착하려고 애썼다. 셔츠를 옷걸이에서 빼려는 모습을 보아하니 '또'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하늘에서는 막 여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협탁 위에 올려있던 검은 개의 스마트폰 액정이 쉴새없이 들어오는 문자로 반짝거렸다. 집안에서, 혹은 그와 함께 일하는 변호사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가족, 동료를 부르고 있었다. 알렉스는 몇번 눈을 뜨고 감다가, 이렇게 도둑처럼 몰래 나가려는 것이 웃기고 가찮기까지 해서 몰래 침대 밑에 떨어져있던 그의 양말벨트를 집어올려 품에 안았다. 그는 자신의 연인이 이 우스꽝스러운 물건을 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매번 양말을 벗길때마다 조심스럽게 다뤄야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취향으로 말하자면 잽싸게 모든 옷들을 벗는 것이 더 속도감이 있어서 좋아했다. 그는 눈을 빛내며 셔츠단추를 다 채우고는 양말을 신는 레널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셔츠에 드로즈라니, 만약 인간계에서 배운 바로 본다면, 연인인 자신으로서는 매우 좋아할만한 차림이 분명했으나 거기에 양말까지 신겨지면 어딘가 우스꽝스러워진다. 그는 레널드의 하얀 발가락을 매우 사랑했다. 그 발가락들이 무채색 양말로 가려지는 것에 꽤나 심기가 불편했다.
"...일어났어?"
양말벨트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나서야 레널드는 연인인 검은 고양이가 눈을 반쯤 뜨고는 자신을 보고있단걸 깨달았다. 침실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공기는 추웠고 그의 사랑스러운 검은 고양이는 시트를 뒤집어쓴채 얼굴만 이쪽을 향해 내밀고 있었다. 자신이 찾고 있는 양말벨트는 자신을 보내고 싶지 않은 알렉스가 언제나 그랬듯이 시트안에 있을 것이다. 밤새 시달렸던터라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첫째, 아니면 둘째?"
분명 누가 사고를 쳤냐는 얘기일 것이다. 연인간의 밀회를 방해하는 요소중 가장 잦은게 바로 형제문제였다. 데이트를 하다가도, 혹은 정사를 즐기던 와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둘 중의 하나가 사고를 쳤다고 연락을 보내왔다. 혹은 둘 다겠지, 다행히도 그가 새벽에 일어나 확인했을 때는 둘째형의 비자금이 들통날 위기였다. 찌라시만을 내놓던 신문사가 건수를 잡았는데, 되도록이면 그 기사를 내기 전에 무마시켜야했다.
"간만에 둘째형. 미안, 얼른 가봐야돼."
그러니 어서 내놓으라는 투의 말에 알렉스는 입을 뾰족하게 내밀고는 품에 있던 벨트들을 넘겨주었다. 레널드는 침대 한켠에 앉아서는 벨트를 종아리에다 끼우고는 집게와 양말을 연결시켰다. 짧은 털이 가득해 양말이 잘 흘러내린다며 애용한다고 말하였지만, 알렉스가 보기에는 요즘 더 연인이 초췌해졌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옷걸이에서 바지를 꺼내려 침대에 등을 돌렸을때 알렉스가 또 불편하게 말하였다.
"간신히 휴가 맞췄잖아. 얼마만인지 알아? 내가 페터한테 무릎까지 꿇고 얻어낸거란 말야."
무릎을 꿇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휴가가 끝나면 곧바로 철야에 들어가야 했다. 근 2주동안 얼굴도 제대로 보기 힘든게 한으로 남았었는데, 간신히 얻은 기회가 이렇게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그 말에 가뜩이나 축 쳐져있던 레널드의 눈가가 더 내려갔다. 알렉스는 가슴이 쓰린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 미안해. 하지만 아버지 귀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떻게든 수습해야 돼."
바지까지 다 입고 넥타이마저 목을 걸고서는 자신을 향해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검은 고양이를 향해 다가갔다. 하얀 시트 너머로 보이는 등은 구부러져있었다. 그는 알렉스의 어깨를 붙잡고는 한층 내려가있는 귀와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알렉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퉁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는 꼬리를 보니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검은 고양이라니, 레널드는 속으로 감탄하며 삐져있는 연인과 코를 맞대었다.
"다음에 인간계로 놀러가자, 그땐 내가 시간을 내볼게."
죄책감이 담겨져있는 말에 알렉스의 입가가 피식 하고 올라갔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사랑스러운 지옥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부러 육구를 그의 목에 밀착시키고는 끌어당겼다. 쪼옥, 하는 소리가 차가운 공기속에서 울렸다.
작가님 그림 보고 곧바로 짧게 짥게. 내 욕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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