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알렉스레니 _ 짧은 글 _ 귀가 잘려나간 자리 본문
아버지의 표정이 아주 살짝 일그러졌지만, 너는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당신의 도구가 되는 것을 원했다, 라고 언제나 그랬듯 담담하게 말하는 그 투에 너는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너는 내가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했는지에 대해 말했다. 한창 독립할 나이에도 독립하지 않고 당신의 곁에 남아있던 것, 굳이 헬하우스 인더스트리에 남아 고문변호사로 남은 것, 멸시 속에서도 내가 당신만을 바라봤다는 것을 너는 목청이 터지라 크게 소리친다. 네 머리에서 열이 올랐고 꼬리는 삐쭉 솟아있었으며 귀는 한창 내려가 있다. 아버지는 그저 몇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아버지도 내가 죽고난 뒤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억지로 수면제를 먹고나서야 잠을 이루는 생활은 늙은 몸에는 좋지 않았다. 행여나 몸이 상할까, 레오는 아버지몰래 약을 약한 것으로 바꿔놓았었다. 그걸 너는 모른다.
"당신은 아들을 사랑하지도 않았잖습니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버지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버렸다. 아버지는 몇번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피곤을 삭히려다 귀가 잘려나간 자리를 만지작거렸다. 내가 그곳에서 태어났지만 아마 너는 모를 것이다. 너는 그 행동을 무시로 받아들였던 모양이지만, 사실 아버지는 그렇게 내 흔적을 만짐으로서 날 추모하고 있었다.
"이보세요-"
"지옥개의 부성애는 검은고양이들의 그것과는 다르지. 자네들은 목숨을 건다고 했나? 우리는 몸의 한구석을 건다네. 그러니 자네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매우 비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이야, 오히려 그럼으로서 우리는 자신의 몸처럼 자식을 사랑해. 자네가 자네의 손가락을 사랑하듯 그렇게 자식들을 사랑하지. 그리고 그건 그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였네. 사랑에 경중은 있을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어. 난 그 애가 원하던 것을 주었다. 그 애가 원하던 기회를 주었네. 그리고 그게 바로 우리가 사랑을 하는 방식이야."
아버지는 몇번이고 내가 태어났던 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너는 끝까지 그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아버지가 말한 진심에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너는 내가 주었던 사랑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말하는 사랑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널 사랑했던 만큼의 사랑을 아버지에게 받지 못했던 것을, 나는 그게 지옥개의 성미때문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끝까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너를 사랑하던 나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그래서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했다. 아버지는 네가 바라는 사랑을 베풀어줄 지옥개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예저녁부터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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