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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DOOMSDAY CITY

알렉스레니 _ 바깥에서

rabbitvaseline 2016. 8. 26. 20:31



타앙, 총알이 두개골을 꿰뚫는다. 총성은 몇번이고 계속되었다. 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눈앞이 컴컴해지다가 다시 밝아졌다. 다행히도 품안에 품고 있던 태블릿은 무사했다. 다시 탕, 날카로운 목소리들이 등 뒤로 무어라 소리를 친다. 검은 고양이는 목숨이 몇개더라? 다시 탕, 탕, 탕. 몇번이고 정신을 차리다가도 이내 꺼졌다. 숨은 터져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머리의 절반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눈앞에서 흐르는 피와 뇌수마저도 그는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 상태에서 탕, 이번에는 간신히 뛰고 있던 심장이었다. 이제 뼛조각과 뒤섞여있던 뇌수에 다시 총질을 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고양이의 시체가 자리에 남았다.



타앙, 목재에 못을 박는 소리다. 하필이면 공사현장이 유치원 옆에 있던지라 새벽녁에 조용히 공사를 하느라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시 타앙, 공사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이루어졌다. 자재가 쓸리는 소리, 비계를 설치하느라 못을 박는 소리를 빼면 아주 조용하게 일이 이루어졌다. 타앙, 몇몇 시민이 덥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다 한 시민의 손이 그만 빗나가고 말았다.

타앙!

미쳤냐고 다른 동료가 무어라 하였고 다시 조용히 공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공사현장 옆에 있던 건물에서 편안히 잠에 들었던 검은 고양이가 방금 전 소리에 일어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온갖 털이 곤두세워진 채로, 꼬리는 이미 꼿꼿하게 서 있고 동공은 최대로 확장되어 있었다. 그는 어둠에 가득찬 주위를 신경질적으로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타앙, 그는 공포에 잠긴 채로 주변을 손을 짚었다. 미지근한 시트, 식은땀으로 가득한 베개가 그의 손에 잡혔다. 타앙, 소리가 몇번 이어지자 그는 도저히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주변을 팔로 거칠게 휘두르다 협탁 위에 있던 액자들을 떨어뜨렸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더더욱 놀라서는 시트를 뒤집어쓰고는 그 상태로 벌벌 떨었다. 타앙 하는 소리와 함께 히익거리며 더더욱 몸을 움츠려댔다. 타앙, 아저씨. 타앙, 아저씨. 그는 네일건 소리와 함께 몇번이고 아저씨를 불러대었다. 그러다 시트 안이 불빛으로 가득차더니 일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까, 그 안에서 소리가 새어나왔다. 타앙, 검은 고양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샌디? 이 시간에 무슨 일이니? 샌디? 괜찮아? 어디야? 집이야? 대답해봐, 샌디?"

검은 고양이는 바투 숨을 내쉬었다. 타앙,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흐느끼자 전화 너머의 목소리도 동시에 급박해졌다.

"샌디 무슨 일 있는거지? 어디야? 대답해!"

하지만 검은 고양이는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소리와 함께 머릿속이 까맣게 하얗게 흑백을 번갈아가며 흐려지다가 맑아졌다. 타앙, 이젠 더이상 참기 힘들다는 듯이 검은 고양이는 손으로 제 귀를 막았다. 어째서 지금까지 이렇게하지 않았을까, 거짓말처럼 자신을 위협하던 소리가 혈액이 뛰는 소리에 묻히자 그제야 검은 고양이는 진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식은땀 가득한 손바닥으로 여전히 귀를 막으며 그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였다. 전화 너머의 상대는 당장 가겠다고 말하였지만,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대답은 없었다.



다행히도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꽤나 규칙적으로 변한 숨소리를 보건대 아마 실신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것에 큰 위안을 느낄 수는 없었다. 이 밤중에 어딜 가느냐는 경비원의 말을 무시한채 그는 파자마에 가운차림으로 자동차에 올랐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타앙, 거리는 소리는 분명 며칠전에도 그가 불평을 하던 공사장에서 나는 것이었다. 밤중에 공사를 한다며 검은 고양이는 계속해서 투덜댔었다. 설마 그 때의 일이 떠오른게 아닌가, 그는 걱정해하며 차에 시동을 넣었다. 엔진이 올라가는 소리가 울리자마자 안전벨트를 맬 새도 없이 엑셀을 받았다. 핸드폰은 스피크로 변경하고서는 조수석에 던져넣었다. 새벽이었기 때문에 도로에는 차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다행이라 여기며 밤중의 도로를 아무 거리낌없이 달렸다. 몇몇 CCTV가 자신을 찍은 것도 같았지만, 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오는 자잘한 숨소리보다는 중요하지 않았다. 샌디? 그는 다시 한번 수화기를 향해 말하였다. 여전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차문을 열자마자 공사소리가 귀를 찔러왔다. 그는 현장책임자로 보이는 인간에게 당장 공사를 중지시키라고 말한 뒤, 검은 고양이의 집이 있을 맨션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깨지 않았는지 숨소리는 변하지 않고 있었다. 샌디, 대답이 들리지 않을거란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전화기를 귀에 떼지 않은 채로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신발을 확인하자마자 자신의 핸드폰이 떨어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검은 고양이가 있을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과연, 침대 위에는 달빛을 받은채 정지해있는 하얀 덩어리가 있었다. 그 하얀 덩어리는 규칙적으로 위아래로 잘게 움직였다.

".....샌디."

다시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러자 움찔거리며 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가 덩어리 속에서 새어나왔다.

"...아저씨? 어라, 나 왜 이러고 있는거지? 허리도 아프네."

그는 도저히 자신이 왜 이런 꼴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방금전 전화를 건 것도 기억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졌을 것이다. 의아해하며 놀라는 검은 고양이를 앞에 두고 지옥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전화가 켜져있냐는 말이 나오고나서야 통화는 끊어졌다.

"...무슨 일 있었어? 옷차림은 왜 그모양이야? 자다 나왔어?"

"그래, 덕분에."

밖에서는 그렇게나 괴롭혀대던 네일건 소리가 멈춰져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한밤의 정적을 깨닫고나서야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급히 주위를 둘러대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그런 얼굴을 하지 않는 주제에, 터져나오려는 말을 애써 속으로 삼킨 채 지옥개는 그에게 다가갔다. 달빛아래에서 비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 퇴원하고나서 의사는 트라우마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하였지만 정말로 터져버릴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퇴원한 후에도 그는 항상 활기차보였으니까. 이런 일이 생길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며 여전히 혼란에 빠진 그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되도록이면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게, 품에 머리와 귀를 안고는 그가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가만히, 창밖의 달을 응시하며 서 있었다.

"...소송할 생각 하지마. 옆에 짓고있는거 병원이란 말야."

"밤마다 네가 더 힘들거잖아."

"괜찮아, 그냥 귀마개를 하면 돼."

"차라리 호텔에 방을 얻어줄게. 공사가 끝날때까지 거기서 지내도록 해."

"난 괜찮다니까, 아저씨."

너는 괜찮을지 몰라도 난 아니었다, 라고 차마 입밖에 낼 수 없었다. 네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했을때 얼마나 두려웠는가. 널 다시 잃을뻔 했어, 그런 낯간지러운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는 검은 고양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덕분에 벌금내게 생겼잖아. 얼마나 과속했는지 알아?"

그 말에 살짝 침울해하던 그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미안해, 웃음섞인 목소리와 함께 검은 팔이 등 뒤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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