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알렉스레니 _ 너의 어린, 03 본문
헬하우스 인더스트리의 법무팀은 20여명의 변호사들과 그보다 더 많은 사무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역시나 재계의 선두를 다루는 헬하우스답게 회사는 다양한 종족들을 차별없이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팀에서 레널드와 가장 친한 동료도 미라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차별없이 공정하게, 능력만 보고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회사에도 낙하산이 몇 있기 마련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낙하산인사인 레널드 헬하우스는 사무원이 건네어준 찌라시잡지를 보고는 땅이 꺼질새라 한숨을 내쉬었다. 3류도 아까울 이 잡지의 표지에는 한 늑대인간의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있었다. 고급수트와 그에 어울리는 옷매무새, 사진에 찍히는 걸 즐기는 것 같은 여유로운 표정, 파란색 눈동자는 카메라 렌즈 저 너머를 바라보는 것처럼 우수에 차있다. 그는 이 늑대인간이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애머릿이사네. 뭐야 니플헤임 매거진? 난 여기 처음 들어보는데.”
레널드의 절친한 동료인 압둘 나세르가 책상에 반쯤 앉았다. 그는 행여나 붕대가 커피에 빠질라 조심스럽게 책상위에 커피를 올려놓았다.
“4류 잡지야.”
잡지의 표지에는 ‘최초의 유성애자 이사, 제랄드 애머릿. 이혼의 원인은 바람기때문?!!’ 이라는 헤드카피가 커다랗게 실려있었다. 레널드는 머리가 지끈지끈 울리는 것 같아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양육권 소송관련 이야기는 없었다.
“꽤나 잘 썼는걸. 소설이라도 쓴다면 인간계에서 잘 팔리겠어. 불륜과 섹스라면 나름 잘 팔리는 요소 아냐?”
“말 잘못 놀리다간 내가 소송걸어야하니까 조심해.”
그는 압둘이 들고 있던 잡지를 다시 뺏고서는 일부러 뒷면이 보이게 뒤집어놓았다. 뒷면에는 뿔확대수술 광고가 보였는데, 그나마 그게 뇌건강에는 더 좋을 것 같았다. 점심시간 전에는 애머릿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기사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 자리에서 나눠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었다.
“어서오세요, 레널드씨.”
애머릿은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보이던 환한 미소를 짓고는 레널드를 맞았다. 그는 소파에 앉은 변호사에게 직접 커피까지 내주며, 꾸밈없는 미소를 지었다. 미소와 격의없는 친절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였다. 레널드는 아주 익숙하게 친절을 받아들이고는 서류가방을 열었다.
“오늘 니플헤임 매거진에 기사가 떴습니다만, 혹시 보셨습니까?”
“네, 아주 재밌게 쓰여져 있더라고요. 지나가던 지옥개를 꼬셨다니,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오히려 칭찬이라 하더군요.”
그가 ‘친구’라고 부른다면 몸담고 있는 유성애자 협회의 멤버들일 것이다. 현재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늑대인간으로서, 기사에 나왔던 지옥개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구절은 나름 칭찬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반증이니까. 하지만 정작 그의 앞에 앉아있는 레널드의 얼굴에는 그늘이 서렸다. 그는 이 회사의 변호사로서, 이 회사에서 가장 유명한 임원인 이 늑대인간이 제발 구설수에 오르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현재 지옥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소송에 걸려있었다.
“그렇게 썩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더군다나 이번 건은 매스컴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거리입니다, 그건 이사님도 잘 알고 있을텐데요?”
“사실 이런 기사는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여기 들어와서 승진하고 수두룩하게 봤는걸요. 뭐 그나마 이 잡지가 놀랄만한 요소라면, 왜 이제 와서 뒷북을 치냐겠죠. 벌써 1년이 다 되어가잖습니까?”
“뒷북이라도 그들에게는 먹이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사 하나하나도 소송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소송 초반이기 때문에 가사조사가 빨리 이뤄지진 않을 겁니다. 미리 일을 빼서 자녀분들과 시간을 가지는 걸 추천합니다만.”
“애석하지만 그게 무리라는건 헬하우스씨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간신히 짬을 낸거라고요.”
애머릿이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그의 말대로 그는 회사에서 가장 젊은 임원 축에 속하는데다, 늑대인간에 유성애자로서 유리천장을 뚫은 자답게 아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손에 대는 일마다 큰 성과를 보였고, 협력사의 사장들은 젊지만 오만하지는 않은 이 늑대인간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식교육에 소원해질 수밖에. 덕분에 그는 이혼한 전남편에게서 양육권 소송이라는, 지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소송을 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난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가 아이들에게 못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만?”
“최근 집에 들어가서 자녀분들과 대화를 나눠본게 언제였죠?”
“오늘도 변호사님이 오시기 전에 전화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작은 아이가 그림대회에서 상을 탔다길래 칭찬을 해주었죠.”
“얼굴을 맞대고 말입니다, 애머릿씨.”
애머릿은 눈을 감고 그때가 언제인지 떠올려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거의 3주정도 된 것 같다는 말에 레널드는 고개를 저으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이번 소송은 큰 일이 없는 이상은 애머릿이 이길 것이다, 하지만 양육권 소송을 당할 정도로 학대를 가했다, 라는 인상이 대중에 퍼져서는 곤란했다.
“방임도 엄연한 학대입니다. 회장님은 이사님이 자녀분들에게 방임학대를 가했다고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여기 있는 이유였다. 매스컴에 심하게 신경을 쓰는 헬하우스의 회장은 이렇듯 회사 임원들의 일을 비밀리에 처리해줄 시민을 필요로 했다. 되도록 비밀을 누설할 수 없을 내부인으로, 능력도 있어서 소송으로 진행되더라도 지지 않을 그런 변호사가. 레널드는 그 조건에 정확히 부합했다. 헬하우스가의 일원으로 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을테고, 이름에 비례하여 능력도 제법 쓸만했다. 사실 법무팀에서 채용을 했다고는 하나, 그의 주직무는 임원들과 직원들의 개인변호였다.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아시리라고 봅니다.”
애머릿의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레널드도 가족사진을 통해 본 적이 있는, 또래보다는 왜소한 아이는 3주가 되어가도록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전화로 칭찬을 하였다고 하나,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만큼은 외로움을 달래줄 수 없을 터였다. 그는 어린 아이가 아버지의 얼굴도 못본 채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아무리 커다랗고 푹신한 이불이라 하여도, 그곳은 춥고 외로웠다.
“...네, 일단 스케쥴을 조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레널드씨, 솔직히 이번 소송은 재판으로 끌고 가도 그쪽에 승산은 없지 않습니까? 일단은 내 아이들이니까요.”
애머릿의 말대로 지옥에서는 이런 류의 재판은 상당히 드물었다. 친권소송이야 벌여지긴 했지만, 주로 국가기관에서 개인을 상대로 벌였지, 이렇게 시민 대 시민으로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있던 몇몇의 소송들도 결국 원고의 양육권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애머릿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굳이 방임을 내민다 하여도 치명적인 학대가 없으니 경고나 교육조치만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석연치 않았다. 레널드는 그 석연치 않음이 스스로의 마음가짐 때문이란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그걸 입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네, 하지만 아시다시피 회장님은 조용한 걸 원하시니까요. 일단은 그쪽에서 소송을 취하하는걸 목표로 하지요. 매스컴에 드러나면 곤란한건 그쪽의 자녀도 마찬가지니까요.”
전남편에게도 자식이 한명 있었다. 레널드는 이혼 전에 찍었다던 가족사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란색 목도리를 두르고 다부진 체격과 검은 털을 가진 소년은 애머릿의 작은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환히 웃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명 털색으로만 보아도 그의 친자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웃음만큼은 아버지의 전남편과 매우 닮았다.
“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애머릿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널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는 미소로 악수에 화답하면서도, 이상하게 이 늑대인간의 손이 매우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리에 앉고나서야 편하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계속해서 애머릿과 아버지가 겹쳐보여서, 그는 몇 번이고 말이 헛나오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차가워진 커피를 들이마시며 그가 이혼 전에 찍었다던 가족사진을 보았다. 푸른 털을 가진 애머릿과 그의 아이 둘, 검은 털을 가진 상대방과 그의 아이. 5명은 카메라 렌즈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밝게 웃어서였을까, 사진을 찍고나서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이 화목해보이는 가정은 찢어졌다. 애머릿의 이혼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임원이 되었을 때도 논란의 중심에 섰었지만, 정작 이혼까지 하게 되니 회사 밖이나 안에서나 그의 이름이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커피를 끝까지 다 들이키니, 이번에는 책상 한편에 놓여있던 달력에 눈이 갔다. 이런저런 스케쥴로 빽빽이 채워진 달력 사이 어느 날짜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그 날짜는 알렉스의 방에서 보았던 표시를 옮긴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그 날짜까지는 일주일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동안 감사라느니 매스컴을 단속한다느니 하는 일들로 인해, 알렉스와 진지하게 그 일에 대해 말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집에 다녀온 것도 방을 청소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 자기 전에나 이어지는 전화통화와 패스트푸드점에서 두어번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 정도였다. 언제나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았고, 그저 잘 지냈냐는 안부만 묻고 헤어지기 일쑤였다. 알렉스와 마지막으로 먹었던 햄버거는 싸구려답게 썩 맛이 좋지 않았다.
이번 일은 얼마나 걸릴까, 적어도 한달 안에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후환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한달동안은 알렉스와 제대로 만날 일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는 어떻게든 검은 고양이가 갖고 있던 팸플릿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예 하룻밤 자고가는게-’
그의 손이 저절로 핸드폰을 꺼내었다. 화면에는 언젠가 같이 캠핑을 갔을 때 찍었던 만월이 배경에 깔려있었다. 곧 점심을 먹을 시간이지만 알렉스가 어느 시간에 점심을 먹고, 어느 시간에 일을 할지는 그도 짐작할 수 없었다. 검은 고양이가 일하는 곳은 그런 곳이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큰 사건이 없으면 정시퇴근을 보장해주긴 했지만 말이다.
오늘 밤에 집에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밤에 할 이야기가 뭔데? 혹시 잘거야? 마침 아저씨네 방에 침구랑 커텐까지 다 달았거든. 새거라서 엄청 푹신하고 좋더라, 취향은 대충 내가 알아서 맞춰놨어. (๑•̀ㅂ•́)و✧
응, 아마도.
난 오늘 밤에는 약속 없어. 혹시 저녁 먹고 올거야? 아니면 아예 저녁도 같이 먹자, 햄버거 지겨워. ヽ(`Д´)ノ
그는 달력에 쓰여져있던 스케쥴을 확인했다. 애석하게도 저녁은 전무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어 있었다. 최근 전무는 자신의 상속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었고, 레널드는 그와 식사를 하며 그에 대해 상담을 해줘야 했다. 그는 머리가 벗겨진다고 고민하는 뚱뚱한 악마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어.
만약 임원급이 아니었다면 약속을 취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나는 시민은 회사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게다가 그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신뢰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ノTДT)
시무룩한 이모티콘을 보고도 알렉스의 표정이 짐작이 갔다. 분명 귀를 축 내리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볼 것이다. 그는 그런, 자신의 앞이 아니면 잘 보여주지 않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다음 문장을 읽었다. 흐뭇해하던 기분도 잠시, 그로서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단어의 나열에 실소를 터뜨리려다 말았다.
맞아, 아저씨가 갖고 왔던 재떨이, 또 다 갖다 버렸고, 앞으로도 내 집에 들어오고 싶다면 재떨이는 출입금지야. 만약 또 그러면 아저씨와 재떨이 둘 다 베란다에서 쫓아낼거야. (・∀・)
협박을 담은 마지막 문장에 레널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알렉스의 집에는 집주인은 전혀 쓰지도 않는 재떨이가 한가득이었다. 청소를 싫어하는 검은 고양이도 주기적으로 쌓인 재떨이들을 갖다버리곤 했다. 그만큼 알렉스는 담배냄새에 질색했다. 그는 휴대용 재떨이가 따로 있다고 보내려다 손가락을 멈췄다. 그걸 언급했다가는 아예 출입금지를 당할 것 같아서였다.
▒ ▒ ▒
지옥에서도 특권층이 아니면 오기 힘들다는 5성급 호텔의 레스토랑은 꽤나 훌륭했다. 레널드 자신도 입맛은 꽤나 고급이었지만, 그 입을 만족시킬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부족한게 없었다. 나중에 알렉스와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전무의 마중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그가 유언장 작성까지 관여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회장의 아들이 직접 나서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대리인이라도 내세워서 하는 형태로 처리하면 알맞을 것이다. 그는 클라이언트 앞에서 잘 짓곤하던 미소를 띠며 곧 다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전무는 더욱 더 안심해하며 아예 디저트를 레널드에게 챙겨주었다.
그는 차에 오르자마자 타르트가 담겨져 있는 상자 안을 확인하였다. 다행히도 전무는 레널드의 위치를-대외적으로든 대내적으로든- 잘 알고 있었고, 그 덕분에 정말로 타르트만 넣은 모양이었다. 만약 돈이나 채권같은 뇌물이 들어있으면, 그로서는 매우 곤란해졌다. 아주 가끔씩 그러는 시민들이 있었는데, 레널드는 증거사진까지 찍어서 한푼도 모자르거나 많지 않게 돌려주곤 했다. 그는 형들이 받는 뇌물이나 비자금으로 인해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의식해서라도 그런 것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과가 천천히 보이는지, 회사 내에서도 그의 이미지는 상당히 청렴한 셋째로 굳혀지고 있었다. 그는 타르트상자를 조수석에 놓은 뒤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아무리 지겹도록 임원들과 식사를 하고 그들의 뒷사정을 봐준다 하지만 도저히 이 불쾌함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것도 곧 풀리겠지, 타르트를 보고 좋아할 알렉스의 표정을 떠올리며 간신히 얼굴근육을 폈다. 피곤했다.
알렉스의 집에 들어올 때마다 맡는 특유의 향기가 있다. 검은 고양이의 집은 건조하게 더러웠기 때문에 악취는 나지 않았는데-물론 여름은 제외하고-, 짙은 나무향기가 집주인의 체향과 뒤섞여 상당히 독특한 풍취를 자아냈다. 레널드는 그 나무향이 알렉스가 가끔 켜곤 하던 향초인걸 알고 있었다. 달큰하면서도 끝은 매운, 검은 고양이들이 선호한다는 향이다. 그가 알렉스의 집에 들어올 때도 그 향이 그를 반겼다. 현관에 신발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집주인은 퇴근하여 무사히 집에 안착한 모양이다. 하지만 거실 어디에도 알렉스의 모습은 없었다.
일주일도 전에 청소했던 흔적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바닥에는 먼지들과 털, 옷가지와 책들이 이리저리 널려있었다. 소파에는 방금 전까지 동영상을 보고 있었는지 랩탑이 펼쳐진 채 놓여져있다. 레널드는 타르트상자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도무지 긴장이 되어서 뭐라도 마시지 않으면 속이 탈 것 같았다. 찬장에 알렉스가 숨겨놓은 위스키를 꺼내 한모금을 마시고나서야 그는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을 마주보고 무슨 소리를 해야 할까, 사실은 네가 부모자격증을 따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면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냐? 어찌보면 둘 다 충분히 추궁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는 그의 검은 고양이에게만은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의 진실한 속내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속이 타는 것 같아 다시 위스키를 들이켰다. 미지근한 알코올의 감촉이 짜릿하게 목을 타고 내려갔다.
“아저씨, 왔어?”
부엌의 인기척을 알아챘는지 침실에서 검은 고양이가 몸통만 내밀고는 레널드에게 말했다. 방금 전까지 씻었던 모양인지 털이 축 쳐져있었고, 바디클렌져의 향기가 부엌에까지 전해질 정도로 강하게 풍겨왔다. 선명한 하얀색 가슴털또한 힘을 잃고 몸통에 달라붙어 있었다. 알렉스는 털은 짧은 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털만큼은 풍성했다. 최근들어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는데 아무래도 미용실에서도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그것이 어딘가 불편했다.
“미안, 목이 너무 타서.”
“그건 또 어디서 찾은거야? 내가 먹으려고 감춰 놓은거란 말야, 그 위스키 저번에 같이 미국 갔을 때 산거잖아, 그거 아저씨도 한 병 사서 가져갔었잖아.”
“그래, 그리고 형에게 뺏겼지. 다 씻었어?”
“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 얼른 몸만 말리고 갈게, 잠시만 기다려.”
그러고는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레널드는 알렉스가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는 소리를 들으며 담배생각을 했다. 이런 긴장되는 순간만큼 담배가 생각날 때도 없었다. 안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배를 꺼내서 연기를 들이마신다면 어쩌면 이 피말리는 기분도 나아질 것 같았다. 이런, 담배를 꺼내고 싶은 초조한 기분은 그가 어른이 되고나서는 몇 번밖에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무소를 만들었을 때, 처음으로 법정에 섰을 때, 알렉스의 죽음을 목도하던 두 번의 순간들. 그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후자 두 개의 경우에는 담배도 생각나지 않았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려서 숨이 막힐 것만 같다는 기분을 느꼈을 뿐이었다.
털을 다 말리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알렉스는 테이블위의 타르트를 보고 감탄을 토했다. 이거 비싼 거 아냐, 라고 정말로 기뻤는지 꼬리가 이리저리 살랑거리며 흔들렸다. 레널드는 꼬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른침을 삼켰다. 알렉스는 타르트를 가지고 주방으로 왔다. 이상하게도 분위기는 평소보다도 꽤나 가라앉아 있었다.
“갑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게 뭐야?”
레널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부터 무슨 말을 할지 재고 있었다. 그가 꽤나 긴장했다는걸 알아차렸는지 알렉스의 꼬리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어쩐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뻐하던 얼굴이 이제는 레널드와 마찬가지로 축 가라앉았다. 서로의 숨 쉬는 소리만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그런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알렉스는 잔을 가져다 위스키를 따랐다. 술병을 테이블에 올려놓자 유리와 유리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퍼졌다. 동시에 레널드는 입을 열었다.
“..샌디, 난 말야-”
“아냐, 아저씨는 말하지 않아도 돼.”
응? 레널드는 갑작스런 공격에 순간 말문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샌디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 알렉스는 이 상황이 꽤나 겸연쩍었는지 귓가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그.. 나도 아저씨 마음은 알고 있어.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먼저 말하고 싶었다고, 아저씨보다도 먼저 말하고 싶었어. 나도 아저씨 마음이랑 같아.... 사실 나도 아저씨를 친구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 조- 읍?”
어디서 그런 순발력이 나왔을까는 몰랐지만, 레널드는 급히 손으로 검은 고양이의 입을 막았다. 이 입에서 나오려는 말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당황한 채로 이게 무슨 짓이냐고 화난 표정을 짓는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황금빛 눈동자가 만월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은 다음에서야 손을 뗄 수 있었다.
“아저씨,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나름 진지하게 말하려했다고!”
“미안해.. 하지만 내가 하려던 말은 그런 게 아니었어.”
그는 다시 속이 타는 것 같아 술을 한모금 들이켰다. 한편 알렉스는 정말로 화가 났는지 꼬리마저 펑한 상태로 레널드를 바라보았다. 하악하는 소리가 입에서 터져나오자 레널드는 당장에라도 담배를 피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흐르게 되었는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혹시 부모자격증 준비하니?”
순간 숨이 멈추었다. 알렉스는 방금 전까지 화를 내던 것까지 잊은 채, 자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레널드를 바라보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거더라, 회사에서 배운 방법들을 떠올리기도 전에 다시 레널드의 입이 열렸다.
“..혹시 나에게 일부러 숨기고 있었던거야?”
레널드의 말꼬리가 올라가고 그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번뜩이는 것을 보고나서야 알렉스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자연스레 꼬리와 귀를 내리고, 마치 아버지에게서 혼나는 어린 아이처럼 침울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한층 낮은 목소리로, 마치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 듯이 말했다.
“일부러는 아니었어, 그냥 말할 필요가 없었던거지. 서류들이야 변호사가 없어도 준비할 수 있는 것들뿐이잖아... 어떻게 알았어?”
“네 방에 팸플릿이 있는 걸 봤어. 그리고 달력에 서류접수일 표시해놓았더라.”
“쳇, 변명도 안 통하겠네. 맞아, 자격증 따려고 했어.”
레널드는 한숨을 내쉬려다 대신 술을 마셨다. 알코올의 취기를 간신히 변호사로서의 이성이 억눌렀다. 왜 여태껏 말해주지 않은 걸까, 왜 나에게만 비밀로 하려고 했던 걸까. 그는 검은 고양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네가 자격증을 딸 이유가 어딨어?”
넌 아이라면 질색을 하면서. 그 말을 내뱉으려다 레널드는 입을 다물었다. 이래서는 마치 자신이 알렉스에게 질투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자신이.
“너무하네, 아저씨도.”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알렉스는 진심으로 상처입은 것 같았다. 순간 심장이 옥죄는 기분에 그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검은 고양이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저번에 말했잖아, 맥이 보너스를 많이 받았다고. 요즘 아이들이 많이 안기르니까, 정보국에서도 아이를 가지면 인센티브를 줘. 물론 아이를 가지지 않더라도 자격증만 있으면 혜택은 받을 수 있어. 저번에 맥은 텐트도 받았다니까. 왜 우리 저번에 캠핑갔을 때 빌렸던 텐트있잖아, 그거 사실은 가족있는 직원들한테 주는 거였어. 난 대신 돈을 받았지만.”
“..뭐?”
“혹시 내가 아이라도 가질거라고 생각한거야? 아저씨도 참, 내가 애들 싫어하는거 알면서.”
온 몸의 피가 말라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엄청난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피대신 그의 몸속에서 맴돌았다. 자신의 추한 내면을 밖으로 꺼낸 것 같아서 레널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마 검은 고양이의 말을 의심하지 못하고 그는 잔에 남아있던 술을 마저 마셨다. 갑작스레 취기가 올라왔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알렉스를 중심으로 세차게 돌아갔다.
“..미안, 내가 오해했어.”
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간신히 힘을 주었다.
“아냐, 내가 진작에 말하지 않았는걸. 하지만 아저씨,”
알렉스의 목소리가 축 쳐졌다. 레널드는 고개를 돌려 알렉스의 표정을 보고싶은 걸 참아야했다. 저 뒤에 나올 말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은 갔기 때문이었다. 얼굴에서 열이 홧홧하게 올라온다. 당장에라도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으며 이 말도 안되는 실수를 씻어내고 싶었다.
“아까 한 말은 진심이야.”
레널드는 마치 아무것도 안들리는 척을 하며 급히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이 배배꼬인 실타래처럼 어지러웠다. 알렉스에게는 실례인 오해를 했으며, 안좋은 기분을 여과없이 드러내버렸다. 게다가 사실상 고백을 무시해버린게 아닌가. 문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앉으며 그는 검은 고양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부끄러웠기에, 자신이 매우 바보같다고 느껴졌기에 한동안 차가운 욕실타일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부엌에서 알렉스는 잔을 개수대에 놓을 때까지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자맥질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검은 고양이를 탓했다. 그는 그 상황에서 정말로 청산유수처럼 말이 흘러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쩌면 직장에서 받은 훈련의 영향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 최악이 아닐까, 반쯤 남아있던 위스키에 수돗물이 섞여 점점 색이 옅어지는 것을 보며 그는 번뇌했다.
레널드가 부모자격증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나 이성적인 지옥개가 실수라고 여기며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로서도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수돗물이 잔에서 흘러넘쳤다. 선명한 황금빛을 자랑하던 위스키도 이제는 투명하게 희석되어 자취를 감춰버렸다. 알렉스는 이대로 거짓말이 입에 붙어버리는게 두려웠다. 당장에라도 레널드에게 가서 사실은 같이 아이를 기르고 싶노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전, 분노와 두려움이 섞인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바라보고, 결국 자신은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으리란걸 깨달았다.
고백이 무참히 무시당한건 그다지 신경 쓰일 일은 아니었다. 애당초 알렉스는 자신이 진심으로 고백을 하더라도 레널드가 미적지근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니 대놓고 거절은 하지 않을테지만, 사회적 지위로 보건대 대놓고 받아들이지도 않을 터였다. 어쩌면 그 순간에 실수로라도 고백을 해버린 게 나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방금 전의 고백이 어느정도 거짓말을 희석시켰으리라 보았다.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자, 순간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했다는 것에까지 이르렀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는 이 심장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레널드가 들어간 욕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착잡한 심경으로 찬장에서 홍차를 꺼내었다.
씻고나오니 우선 느껴지는 것은 홍차의 향이었다. 그가 자주 쓰던 향수의 향을 가졌다고 알렉스가 일부러 사놓았던 얼그레이다. 감귤 특유의 상큼한 향이 거실에서 새어나왔다. 알렉스는 소파에 앉아서 뉴스를 보며 레널드가 갖고 온 타르트를 먹고 있었다.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은 방금 전보다 풀어져있었다. 다행이었다.
“다 씻었어? 아저씨가 갖고 온 타르트 맛있어, 특히 과일이랑 잘 어울리는 걸?”
무슨 일이 있었냐는 양, 알렉스는 천연덕스럽게 다시 타르트를 한입 베어물었다. 그의 입가에 하얀 생크림이 묻은 모습이, 방금 전에 들었던 고백과 뒤섞여 살짝 부끄러웠다.
“그렇게 맛있어?”
“응, 아저씨도 먹어봐.”
그러고는 자신이 먹고 있던 조각을 갖다 댄다. 레널드는 고개를 숙여 작게 한입 베어 물었다. 과연 비싼 값은 하는지 여태껏 먹었던 과일타르트 중에서는 최고였다. 시럽에 졸인 과일들은 각각의 향과 맛을 뽐내고 있었지만 어느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었다. 타르트지는 바삭했지만 딱딱하지 않았다. 시럽과 생크림은 서로의 맛을 보완해주면서도 끝에 남는 우유향기를 부각시켜주었다. 그는 알렉스의 옆자리에 앉아 홍차를 마셨다. 쓰고 형편없는 홍차였지만 타르트와 같이 먹으니 그나마 먹을만했다.
“샌디, 아까 일 말인데.”
“신경쓰지마. 미리 말 안한 내가 잘못이지. 아저씨가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 아저씨말이 맞아, 내가 애를 기르려고 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콩고물이라도 더 얻어먹으려고 하는거지. 하지만 솔직히 맥이 빌려줬던 텐트 괜찮았잖아? 다음에 그거 타면 다시 가자. 아예 인간계로 가는 것도 괜찮겠네.”
알렉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레널드는 얕게 고개를 끄덕이며, 언젠가 둘이서 떠났던 캠핑을 떠올렸다. 마물고기는 반쯤 태웠고, 결국 텐트에까지 구멍이 나버려서 엉망이 되었지만 적잖이 행복했었다. 그는 맛있다고 웃고 있는 검은 고양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나 솔직한 검은 고양이를 추궁한게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그래.”
“이번에는 바비큐도 하고, 아예 스크린도 빌리고- 어? 저자식들 그자식들 아냐?”
화면속에서는 윌리엄 라진스키를 살해한 혐의로 투옥되었던 ‘순수한 지옥클럽’의 멤버들의 머그샷이 올라와있었다. 뉴스에 의하자면 그들은 교도소에 수감된 뒤로 다시 사고를 저질렀다. 같은 교도소에 있던 검은 고양이를 2번씩이나 죽인 것이다. 레널드는 재빨리 알렉스의 안위를 살폈다. 알렉스는 아주 평범하게 타르트를 베어 물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저기서도 사고치네.”
“...역시 더 압박을 줘야했어.”
선고 당시 그들의 형량은 매스컴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그나마 사형을 피한 것이 다행이었지만, 아마 살아서는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사랑하는 검은 고양이의 죽음에 애통해하던, 법조계에도 인맥이 있던 지옥개의 힘이 컸다. 그는 헬하우스의 이름을 써 검사와 판사들이 높은 형량을 부를 수 있도록 강요했다. 변호사로서 가문의 이름을 사용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속에서 터져나오는 울분을 참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가 말하면 무서워. 정말로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니까.”
알렉스는 레널드의 말을 반쯤 농담으로 알아들은 척 대꾸했다. 뉴스에서는 곧 형사재판이 열릴 것이며, 이미 멤버들은 독방행이 될 거라고 전했다. 그 다음에는 날씨뉴스가 이어졌다. 기상캐스터는 곧 다가오는 13월을 앞두고 날씨가 많이 추워질 거라고, 옷을 단단히 여며야 한다고 말했다.
“곧 추워진대, 코트도 없는데 새로 사야겠네.”
그리고 다시 조각을 들어 올려 한입 문다. 아무렇지도 않게 터져 나오는 알렉스의 말에 레널드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미 홍차는 식어버려 쓴맛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것마저 감지덕지해가며 레널드는 찻잔에 입을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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