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알렉스레니 _ 뱃사공에게 본문

기타/DOOMSDAY CITY

알렉스레니 _ 뱃사공에게

rabbitvaseline 2017. 9. 21. 20:46

 


여러 약냄새가 뒤엉킨 복도의 형광등 불빛은 차갑다못해 창백해보이기까지 했다. 검은 고양이는 그 냄새와 불빛이 불편했기에, 제 앞에서 걸어가는 늑대인간의 꼬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푸른 빛을 띈 꼬리는 규칙적으로 주인의 걸음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다 그 주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검은 고양이는 주인의 등에 이마를 찧고 말았다.

집중해, 알렉스.”

, 알았다고.”

그는 제법 아픈 이마를 문지르며 문 옆의 명패에 고개를 돌렸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같이 일했던 동료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그때만 해도 동료는 알렉스의 행패에 얼굴을 찌푸리고는 짜증을 냈었다. 분명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모양새였건만, 페터가 문을 열고나서 보인 얼굴은 오히려 평온에 잠겨 있었다.

온 몸에 깁스를 하고 산소호흡기까지 찬 모습은 고양이로서는 상당히 낯선 모습이었다. 호세는 페터가 왔다는 데에는 기쁨을 표했지만 뒤에 알렉스가 왔다는 사실에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덕분에 알렉스는 원래대로 돌아왔다며 안심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간신히 의식을 되찾아서.”

그러게 말입니다. 하긴 이 꼴이라면 차라리 죽은게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호세는 몸을 움직일 수 없노라고 투덜거렸지만 알렉스는 그것도 다행이라 여겼다. 아무리 목숨이 9개나 된다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검은 고양이들의 목숨은 박했다. 더군다나 목숨이 줄어드는 속도에는 한계가 없었기에 언제 어디서 한꺼번에 많은 목숨을 잃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페터는 호세의 농에 차마 웃지도 못하고 서 있었지만, 그나마 같은 검은 고양이인 알렉스의 입에서는 얕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운 좋네, 목부터 착지했었다면 그대로 죽었댔어.”

그야 그렇긴 하지만.”

호세는 인질극을 제압하던 중 3층 발코니에서 떨어져버렸다. 당시 알렉스는 자리에 없었는데,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할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다고 전해들었다.

그래도 몇 달을 병원에서 보내는것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전신골절이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거라곤 말하는것밖엔 없잖습니까.”

그냥 오랜만에 휴가 가진다고 생각하고 쉬어. 그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맞아, 나도 저번에 병가로 쉬어봤는데 정말로 좋더라고.”

알렉스의 추임새에 페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이 검은 고양이가 병가를 핑계삼아 탱자탱자 놀았고, 덕분에 일에 큰 지장이 생겼던 것을 떠올리니 당장에라도 정수리에 주먹이라도 박아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세는 페터의 말에 수긍하며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가져야겠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슬슬 변호사와도 만나야겠고요.”

변호사?”

. 검은 고양이니까 미루고는 있었지만 알렉스 일도 있고, 또 이런 지경에까지 오니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서요. 대장도 유언장은 간간히 갱신하잖아요.”

그 말에 알렉스의 귀가 하늘높이 솟구쳤다. 몇 달전 페터가 연인에게 유언장에 대해 상담하던걸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다시 화두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언장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올줄 몰랐던 것이겠지만.

호세는 꺼져있는 텔레비전 너머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얼굴 한쪽은 붕대로 가려져있었고 코에는 인공호흡기를, 몸통에는 여러 선들이 꽂혀져 있었고 그 사이로 이름모를 액체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은 운이 좋았지만 다음은 모르니까요.”

그리고는 알렉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도 갑자기 여러번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요즘 놈들은 더 독해서 일부러 죽을때까지 죽인다고 하잖습니까. 오히려 확인사살 당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더럽네요. 난 운이 좋은 편이지만.”

죽을 때까지 죽인다, 그건 분명 예전 알렉스에게 일어났던 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편으로는 정작 그때엔 그런 감정조차 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총알은 뇌를 뚫고 지나갔기에 생각보다 통증은 적었고, 오히려 영혼이 들락거리는 감각이 불쾌했을 뿐이었다. 기분이 더럽다, 라고 생각하기엔 죽음은 너무나도 빠르게, 그리고 자주 그를 덮쳤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그런것까지 호세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맞아, 정말로 운이 좋았어.”

그리고는 그의 왼팔 깁스에 몰래 챙겨온 유성펜으로 낙서를 시도하다 페터에게 체포되었다.

 

 

 

알렉스가 그 이야기를 꺼낸 건 일주일도 후의 일이었다. 오랜만의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틀었던 라디오에서는 법률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유언장 때문에 고민이라는 시민의 사연이 나왔다. 알렉스는 유언장을 갱신해야겠다는 DJ의 말에, 그제야 호세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왜 내 동료 있잖아, 호세라고 눈 한쪽만 하얀 고양이. 저번에 진압하다가 떨어져서 엄청 다쳤다고 했잖아. 한 일주일 전이었던가, 페터랑 같이 병문안에 갔었는데 갑자기 유언장 이야기를 꺼내더라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서, 아예 이번에 쓸 작정이래.”

그러고보니로 시작한 이야기는, 수많은 유언장을 집행해보았던 레널드 헬하우스로서는 너무나도 익숙할 터였지만, 역시 연인의 입에서 나오니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신호등에 시선을 집중하며 연인의 말을 경청했다.

페터도 저번에 아저씨한테 상담하지 않았어? 물론 위에서는 되도록 준비하라고는 하는데 귀찮아서 손도 안댔었거든. 그렇지만 역시 하는게 좋겠지?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

그 말에 레널드는 곁눈질로 연인을 바라보았다. 알렉스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히려 그걸 다행이라고 여기며 레널드는 입을 열었다.

“...확실히 너희 팀이 하는 일이 위험하긴 해. 그리고 굳이 위험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준비하는 시민들은 많아. 그냥 죽음을 준비하는 의미로 할 수도 있고, 사후에 벌어질 재산분쟁 때문에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 죽고나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싶어서 하는 시민들도 있고.”

다양한 이유들이 있구나. 호세도 그래서 하기로 한걸까, 죽고나서도 이런저런 소란이 이는게 싫어서.”

,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남겨진 입장에서는 할 일이 많으니까.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해놓는게 낫지.”

어느새 알렉스의 맨션이 시야에 들어왔다. 낡은 가로등에서 나오는 호박빛이 거리 이곳저곳을 비추고 있었는데, 평소라면 집이라고 좋아할만 했던 알렉스도 지금은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널드는 그게 무엇인지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우리집에 가서 상담해볼래? 쓰는 건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되니까.”

그럼 아저씨네 집에서 자고가도 돼?”

집에 가자는 이야기에 검은 고양이의 눈이 반짝였다. 달빛을 닮은 노란 안광에 레널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내일 오전에 회의가 있다는 말은 집에 가는 길에 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물론 그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 결정을 후회했다. 연인은 내일 회의가 있다는 말에도 그냥 뽀뽀만 하자고 들이댔던 것이다. 하지만 레널드는 이 뽀뽀가 키스가 되고 결국은 섹스까지 발전할 것이란 걸, 앞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알고 있었다. 결국 둘이 테이블에 마주앉아 유언장 예시를 보게 된 건 집에 들어오고나서 2시간이나 지나서였다. 레널드는 또 그러면 다시는 집에 들여보내지 않을거라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유언장 서류를 보여주었다.

이대로 적으면 정말로 되는거야?”

이건 그냥 예시일 뿐이야. 다른 건 법에 따른 양식을 지켜서 적으면 돼. 그게 싫으면 영상을 찍어도 되고 아니면 증인을 내세워서 하는 방법도 있어. , 굳이 재산분할에 큰 일이 없겠다 싶으면 그냥 자필로 써도 되지만.”

아저씨는 어떻게 했어?”

알렉스가 서류를 보며 지나가는 말로 묻자 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나는 공증을 썼어. 그래야 나중에 분쟁이 일어날 일이 적거든.”

하긴, 아저씨는 은근히 재산이 많았지. 지금까지 번 돈이랑 이 집이랑, 인간계에 있는 별장이랑 차도 있고... 하지만 굳이 그런걸 쓸 필요가 있어? 아저씨네 형제들은 레오만 빼면 다 돈이 많고, 레오도 아저씨 재산을 노리거나 그러진 않을텐데.”

알렉스의 당연한 질문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한 말이었다. 분명 자신이 갖고 있는 현물재산을 따진다면 형들과 아버지에겐 매우 사소할 것이다. 동생이 있었지만 그 동생은 지옥개답지 않게 너무나도 착했고, 게다가 나중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을 재산이 많았다.

맞아, 레오 성격상 그럴 시민은 아니지. 아버지나 형들도 내 재산으로는 누구 코에도 붙이지 못할거야. 하지만 회사주식이 있어. 여태껏 손도 안대어서 처음 받았을 때와 변하진 않았지만, 다른 주주들보다는 확실히 많은 양이지.”

그리고 만약 자신이 두 형보다 일찍 죽는다면 그 주식은 논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컸다. 물론 그가 유언장을 쓴 이유는 그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이 검은 고양이의 앞에서 대놓고 말할수도 없었다.

“...그래서 며칠 전에 다시 유언을 수정했어. 조카의 이름이 생겼으니 그 이름으로 다시 수정해야했거든.”

이정도는 알렉스에게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꼬맹이에게 전재산을 주겠다고??!!”

연인이 매우 놀라는 모습을 보자 그는 자신의 판단을 곧바로 후회했다. 그게 그렇게나 놀랄 일인걸까, 삼촌이 조카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건 인간계든 지옥이든 매우 흔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게 헬하우스가문이라면, 자식을 가지지 못하는 지옥개라면 더더욱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게 놀랐는지 한동안 진정하지 못할 정도였다.

진정해, 그리고 전재산은 아니야. 내가 가진 회사 주식에 한해서만이야. 그것도 레오나 형들이 손을 댈 수 없게 단서조항까지 다 달았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나머지는? 아저씨답게 역시 그냥 기부해버릴거야? 하긴 그것도 괜찮겠네, 아저씨도 아버지나 형들에게 재산이 가는 건 좋아하지 않을테고.”

레널드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떡였다. 이것도 나름 거짓말 일테지만 말로 나타내는 것보다는 죄책감은 덜할 것이다. 알렉스의 말대로 남은 재산중 상당수는 재단을 통해 기부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아버지나 형들에게 갈 바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 상당수를 뺀, 그 나머지가 어디로 갈지는 제 앞에서 서류에 코를 박고 골몰히 노력하고 있는 연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나도 그 아저씨에게 가는 건 원하지 않아. 그렇다고 형제한테 주기도 뭐하고... 나도 기부할까, 그냥.”

레널드는 그렇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다시 서류들을 꺼내주었다. 괜찮은 재단이 있다는 말과 함께 만약 그렇게 할 경우의 일들도 알려주었다. 대리인이 나서서 일을 처리한다는 말에 알렉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잘 됐네! 아저씨가 내 변호사니까 그냥 아저씨가 해주면 되겠다.”

조용히 종이 위를 어루만지던 손이 갑작스레 멈추었다. 그 사건으로 알렉스가 죽고나서 며칠을 어둠속에서 살았던가. 시체보다도 못했던 나날들을 떠올리니 그는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시체 옆에 앉아서 기계적으로 장례식절차를 생각했었을 때 느꼈던 환멸감을, 그 끔찍하고 외로웠던 그 긴 시간들을,

“...아저씨?”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니, 역시 나는 힘들 것 같아. 애당초 지금 하는 것도 어떻게 하는지만 가르쳐주는거고, 네 유언장은 맡지 않을거야.”

그렇치만 페터는 해줬잖아?”

그건 우연이었고, 게다가 페터는 변호사가 따로 있잖아. 난 그냥 상담만 해줬어. 그래, 페터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어. 하지만 난 네 유언장은 맡고 싶지 않아.”

그건 그를 무섭게 만들 것이다. 유언장이 담긴 봉투를 생각할수록 그 유언장은 가느다란 밧줄이 되어 천천히 그의 목을 죌 것이다. 그는 지금도 살짝 숨쉬기 어렵다고 느꼈다. 알렉스는 연인의 저의를 이해했는지 그럼 괜찮은 변호사를 소개시켜달라고 대답했다. 목소리는 똑같이 활달했지만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귀가 살짝 쳐졌다.

“...그게 그렇게 싫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연인의 귀끝을 어루만졌다. 간지러운 분위기에 먼저 고개를 돌린건 알렉스였다.

그렇지만 아저씨가 싫다고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그럼 증인을 해달라는 것도 안되겠지?”

레널드는 단칼처럼 대답했다.

미안해.”

그는 내일 회의가 있노라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이런 일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페터와 상담을 했을 때도 분위기가 미묘하게 불편했는데, 알렉스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속이 답답해졌다. 그는 찬물을 마셔 속을 진정시키고나서야 침실로 발을 옮길 수 있었다. 알렉스는 더 볼게 있었는지,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었다.

 

안경을 벗자 한층 더 눈앞이 어지러웠다. 그는 아직도 정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침대에 걸터앉아선 갑작스레 인 두통에 고개를 숙였다. 모두들 끝이 있다고, 적어도 그 끝을 알 수 있는 점은 지옥개의 장점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마 친척의 장례식에서 리바이가 했던 말일 것이다. 그동안의 삶을 정리할 시간이 있는 건 상당히 편하다고 내뱉었을 때, 망자의 자식이 리바이에게 항의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매우 존경하고 사랑했기에, 아버지의 죽음이 결정되었을 때에도 그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그때 그는 뭐라고 말했었지? 리바이는 도대체 왜 그리 너무 감정적이라고 후에 험담을 했던거지?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으면 좋았을-”

그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문 틈에서 빛이 새어나오더니 이내 그의 방과 침대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알렉스는 레널드가 침대에 앉아있는걸 발견하고는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아저씨? 괜찮아? 역시 아까 너무 무리했었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잠시 어지러워서 그래.”

감기라도 걸린 거 아냐? 그러다 쓰러져.”

괜찮아.”

그는 제 이마에 손을 대려는 연인을 피하고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금 전 알렉스가 내뱉었던 말을 되씹어보았다. 쓰러진다, 자신이 죽으면 장례식은 집안에서 해줄 것이고, 유산은 적당한 곳에 분배될 것이고, 그럼 이 쾌활한 검은 고양이는 상속받은 이 집과 인간계의 별장에서 가끔씩 자신을 추억할 것이다. 알렉스가 혼자서 텅 비어있는 별장에 남겨진 모습을 상상하니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가, 그는 이불속으로 기어들어와 조심스레 뒤에서 자신을 껴안는 애인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알렉스가 제 뺨을 등에 비비는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털을 비비는 소리와 연인의 숨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그는 알렉스의 손을 잡았다.

네가 죽는 것만큼 뒤에 혼자 남겨지는게 더 두려운거야.’

너 없이 보낼 시간들을. 그는 자신이 제법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차마 손을 떼지는 못했다. 이런 행복한 순간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그 때가 두렵다고 생각하니 그는 어째서 그 친척이 그렇게 말했는지, 왜 시민들이 유언장이란걸 남기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샌디.”

우응? ?”

어느새 잠에 들었는지 알렉스는 수마에 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용 정했어?”

아직... 내일 정할거야... 그치만 그냥 기부하고 끝내려고. 그게 편하지.”

알렉스는 그렇게 말하고나서는 제 이마를 연인의 등에 비볐다.

“...그래.”

서로의 손에 깍지를 쥐고는 둘은 서로 숨을 골랐다. 알렉스의 꼬리가 이불을 차는 소리를 기점으로 다시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씬 갖고 싶은거 없어? 내 책이라던가 컴퓨터라던가... 아님 특허권도 상속대상인가. 나 프로그램 만든거 특허권이 몇 개 있거든.”

그 말에 레널드는 고개를 숙였다. 숨을 멈추니 검은 고양이의 약간은 빠른 심장박동과 제 몸속에서 울리는 박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그는 차마 다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가 연인에게서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뿐이었지만, 그건 절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터였다. 대답 대신 그는 연인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었다. 다시 꼬리가 팡팡거리며 이불안을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