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알렉스레니 _ 1시간전력 _ 세상 모두의 너와 키스하고 싶어 본문
【 알렉스레니 】
단어: 사랑
문장: 우리, 친구 하자!
분위기: 독한 담배연기로 호흡하듯 짙고 지독한
그는 알렉산드로 토레스를 사랑한다.
그가 그걸 깨달은 건 페터와의 훈련으로 힘들어하던 알렉스에게 저녁을 사주고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최근 문을 열었다는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검은 고양이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여러 갑각류를 즐겼다. 반면 그는 비린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레스토랑의 음식들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비린내를 덮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알렉스의 숨에서는 바닷가재와 털게요리의 냄새가 풍겼다. 소금냄새와 갑각류 특유의 비린내, 아마도 토마토로 만들었을 소스와 향신료냄새. 그는 거기에 담배의 역한 내로 자신의 코를 보호하려고 했다.
알렉스는 그가 평소답지 않게 독한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는 것을 의아해했다. 그가 알고 있는 레널드 헬하우스는 절대로 남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시민이었다. 그런 그가 무려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조심스레 뱉어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담배가 끌렸다. 그는 자신을 향해 웃으며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러면서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털어놓는 검은 고양이의 목소리를 떠올리면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비린내는 단순한 핑계였다. 니코틴과 담배냄새로 알렉스를 지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렉스는 그의 뒤를 걸으며 무슨 일이냐고, 왜 이리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냐고 즐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결국 그는 뒤돌아서는 담배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구둣바닥으로 비볐다. 연기가 그 사이에서 새어나왔을 때, 알렉스는 처음보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 동그랗고 노란 눈을 레널드에게 집중한 채 다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비린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런 줄은 몰랐다고 다시 알렉스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해산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당연히 알렉스의 숨에서 터져나오는 그 비린내도 싫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 토레스의 존재도 물론 좋아하지 않았다. 알렉스는 이상한 고양이었다. 그는 괜찮다고 웃으면서, 알렉스가 비린내나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뚫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심장을 움켜쥐고는 다시 방금 전의 표정으로 덤덤하게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그는 알렉스가 그런 질문을 할 상대는 자기뿐이란걸, 즉 걱정해주는 상대가 자신뿐이란걸 알기에 기뻐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숨겨야 했다. 그는 비린내를 핑계 삼아 담배냄새로 기쁨을 숨겼다.
“이번엔 아저씨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 친구니까 이번엔 아저씨에게 양보할게.”
그에게 ‘친구’란 단어는 알렉스와 마찬가지로 애증의 대상이었다. 여태껏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고, 실제로 친구라고 인정할 수 있는 시민들도 몇몇 있었다. 친구끼리는 같이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간혹 같이 여행을 다니며 우애를 다지곤 했다. 그는 알렉스에게 친구였고, 알렉스에게도 그는 친구였다. 둘은 같이 술을 마셨고 밥을 먹었다. 서로의 집에 놀러갔었으며 그때마다 그는 경악에 가득 찬 눈으로 검은 고양이의 집을 청소해주다 작은 흔적에 기뻐하곤 했다. 그러다가도 일상생활로, 즉 알렉스가 없는 삶으로 돌아오면 다시 알렉스가 미워졌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그는 서재에 틀어박혀 계속 담배를 피워댔다. 독한 냄새는 검은 고양이를 잊게 해주기는커녕, 그 비린내가 나는 끔찍한 상황을 계속해서 환기시켰다. 달빛을 띤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있고, 꼬리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다시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 날도, 알렉스가 친구라고 처음으로 말했던 그 날도 그랬다. 식사 후에 그는 그 단어가 불러일으킨 감정을 진정시키느라 담배를 피웠고, 알렉스는 또 걱정하며 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담배를 피워댔다가는 폐암에 걸릴지 몰라.”
“알았어.”
어차피 지옥개에게 장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건만 알렉스의 걱정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그는 그 걱정이 자신을 향해 있다는 점에 희열을 느꼈지만 동시에 그 걱정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향해있다는 점에 비통을 느꼈다. 그는 알렉스의 다른 친구들은 몰랐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더욱 알렉산드로 토레스가 싫었다.
형으로부터 선물받은 시가를 꺼내었을 때에도 알렉스의 반응은 비슷했다. 알렉스는 담배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냄새가 잔뜩 밴 서재에 오랫동안 있는 것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알렉스는 담배의 쩐내가 잔뜩 밴 책을 서슴없이 빌려갔다. 킁킁거리며 투덜거리긴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든다는 것처럼, 마치 태양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 올라가는 입꼬리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기에 그는 반사적으로 담배를 손에 들었다가 놓아야 했다. 그러다 문득 형이 선물한 그것이 떠올라 꺼냈다.
알렉스는 호기심으로 몇 번 빨아들였다가 거하게 기침을 했다. 켁켁거리며 무슨 맛으로 피냐고 핀잔을 주었고, 결국 그는 알렉스에게서 피다만 시가를 건네받았다. 그는 능숙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검은 고양이가 피웠던 담배에 입을 대었다. 그리고 능숙하게 연기를 빨아들이고는 입안에서 몇 번 굴리다 다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시가를 필 때는 연기를 삼키면 안 돼, 순전히 맛을 즐기는거야. 그 말에 알렉스는 다시 담배를 뺏어서는 그가 말한대로 연기의 맛을 즐겨보려 애썼다. 하지만 잘못해서 삼켰는지 다시 기침을 하며 하얀 실타래같은 연기를 내뱉었다.
“맛없어. 왜 이런걸 피는거야.”
네가 생각나기 때문이야, 그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알렉스의 타액이 묻어있는 담배에 다시 입을 대었다. 연기가 온 몸의 털과 옷에 묻건만, 알렉스는 그가 내뱉는 연기를 피하지 않았다. 다시 몇 번 콜록거리는 기침소리가 서재를 가득 채웠지만 검은 고양이는 창문조차 열지 않았다. 그가 결국 반쯤 타버린 시가를 재떨이에 내려놓을 때까지, 알렉스는 무심한 눈으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 표정은 그가 아닌 다른 이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는 더더욱 큰 쾌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 눈빛에 덩달아 쓴웃음을 짓고는 창문을 열었다. 방안을 가득 채우던 연기는 서서히 창문으로 도망쳤고, 환풍기를 돌리자 남은 연기마저도 말끔히 빨려나갔다.
“진짜로 물어보고 싶은건데, 왜 담배를 피우는거야?”
네가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야.
“그냥 힘든 일이 있으면 피고 싶어져.”
“...내가 아저씨한텐 힘든 일이야?”
경멸마저도 담겨져 있지 않은 표정, 아무래도 그 속내를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하며 알렉스는 묻고 있었다. 들켜버렸지만 그는 딱히 당혹해하진 않았다. 그는 알렉산드로 토레스가 싫었고 동시에 그를 사랑했다. 그랬기에 알렉스는 질문대로 그에겐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알렉스를 끊을 수 없었다.
“응. 하지만 끊을 수는 없어.”
네가 싫어, 널 사랑해, 널 갖고 싶어, 내 앞에서 사라져,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줘, 네 존재는 내게 큰 수치야, 너는 나에게 희망이야. 온갖 교차하는 모순속에서 레널드는 길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내뱉은 그 말의 뒤를 잇지 않았다. 오히려 이을 수 없었다. 그 검은 고양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더 많이 괴롭혀줘야겠네.”
그래, 그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몸짓에서 담배냄새가 확 일어났다 다시 익숙해졌다.
'기타 > DOOMSDAY C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렉스레니 _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0) | 2018.03.19 |
---|---|
알렉스레니+페터 _ 캠퍼스 AU _ 평범한 하숙집의 늑대인간과 친구들 (0) | 2018.03.13 |
알렉스레니 _ 뱃사공에게 (0) | 2017.09.21 |
알렉스레니 _ HAEDM (0) | 2017.09.13 |
알렉스레니 _ 짧은 즉석썰 _ 회색에 입술을 맞추고 (0) | 2017.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