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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레니 _ 오늘의 수면실에서는 본문

기타/DOOMSDAY CITY

알렉스레니 _ 오늘의 수면실에서는

rabbitvaseline 2018. 3. 19. 22:16


단어함께

문장잘 자.

분위기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

 

 

레널드 헬하우스 변호사 사무소에는 작은 수면실이 딸려 있었다. 작다고 해도 제법 갖출 것은 다 갖춘 정도의 크기로 이층침대 두 개와 캐비닛, 소파 하나와 욕실까지 딸려 있는 공간이었다. 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소장과 직원들-이래봤자 두명밖에 없었지만-이 머물며 사건을 해결하곤 했지만 주 이용자는 소장이었다. 레널드는 민권변호사답게 자신의 직원들에게 공명정대하게 대했고, 웬만한 일이 아니고는 그들의 퇴근시간을 준수해주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 공간은 거의 레널드의 별장처럼 변해버리고 말았다.

알렉스가 그 공간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는데, 어느 날 먼저 퇴근한 직원을 길거리에서 만났던 것이다.

변호사님은 오늘 사무실에서 주무신댔어요. 일이 애매하게 바쁘시면 항상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애매하게 바빴기 때문에 직원은 무사히 퇴근할 수 있었다. 그 말에 알렉스는 좋아하는 시민을 위로할 겸-그랬다. 이 때는 아직 사귀기 전이었다.- 작은 케이크를 사다들고 찾아갔는데, 레널드가 기뻐하는 모습이 제법 보기 좋았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레널드는 사무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곤 했고, 그럴 때마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던지 알렉스는 기회만 되면 위문품을 가지고 사무소를 방문하곤 했다. 그리고 어떨 때는 자기도 피곤하다면서 침대 한켠을 차지하고는 얄밉게 잠을 자곤 했다.

혹시 이 타르트, 숙박비인건 아닐까요?”

직원이 그렇게 농을 던질 때마다 피폐했던 세 시민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피어나왔다. 물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당사자는 세탁이 잘 되어있는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는 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둘이 사귀게 되고나서부턴 레널드의 사무실 숙박이 더 잦아졌다. 레널드는 어떻게든 알렉스와 데이트할 시간을 벌려고 했기에 집에 가는 시간마저 아까워할 정도로 일을 했다. 그는 그때만큼 사랑에 미쳐있던 적도 없었는데, 덕분에 한달의 절반을 사무실에서 살다시피까지 했었다. 알렉스는 가끔 레널드밖에 없는 야간의 사무실에 와서는 연인이 일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레널드가 할 일을 마치고나면 레널드가 침대에 눕고 그런 그에게 굿나잇 키스를 하고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가능만 하다면 연인으이 품에서 자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내일 아침 출근할 직원들이 걱정이었다. 그저 그 격정을 짧은 키스와 언젠가 또 올 데이트로 달랠 수 밖에 없었다.

데이트가 끝나면 레널드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고는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다. 알렉스는 레널드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딱딱했던 수면실의 침대를 떠올렸다. 야근을 하고 그런 불편한 침대에서 잤던 탓일까, 레널드는 데이트 다음날에는 유독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집의 푹신한 침대에서 긴장이 풀려버렸던 탓인지 그런 날은 오후가 되어서야 제대로 정신을 차리곤 했다.

수면실의 침대를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나름 알렉스가 고안해낸 방안에 레널드는 제법 솔깃했다. 딱딱한 침대에서 자는건 상당히 불편한 일이었고, 몸 또한 삐걱거린다는걸 자신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레널드는 한번 고려해보겠노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 날 쉬는 시간동안 괜찮은 침대를 웹사이트에서 고르고 있었다.

결국 둘이 사귀고 몇 달이 지나고나서야 이층침대 하나가 어딘가 중고로 팔렸다. 대신 꽤나 푹신한 고급매트리스를 가진 침대가 들어왔는데, 직원 둘은 하나같이 집에 있는 침대보다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레널드는 만약 셋이 철야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일부러 직원들에게 그 침대를 양보했다. 알렉스 또한 가끔씩 그 침대에서 늦은 낮잠을 자곤 했다. 하지만 그 침대에 알렉스와 레널드가 같이 자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직원 둘이 푹신한 고급 침대를 나누겠다며 등을 돌리고 잔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레널드는 그 자리에서 와인을 한병이나 마셨다. 되도록 술을 마시지 않는 주의였지만 그 자리에서만큼은 술을 거절할 수 없었다. 도무지 이길 것 같지 않아서, 소송을 건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걸었던 재판에서 얼떨결에 이겨버렸다. 상대방측은 항소할 뜻이 없다고 언론에다 선언해버려서 졸지에 완벽한 승리를 일군 셈이 되어버렸다. 한 상가건물이 임대기간을 앞둔 식당을 억지로 철거했는데, 완벽히 법의 허점을 이용한데다 선례도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언론에 소개되고 변호사의 이름이 알려져서였는지는 몰라도 이겨버렸다. 그는 판결문을 들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레널드와 직원들은 의뢰인의 친척이 운영한다는 식당에서 성대한 대접을 받았다. 단언코 모든 찬사는 레널드에게 돌아갔고, 꽤나 많은 친척들이 그에게 가게에서는 가장 최고급이라는 와인을 건네었다. 와인을 한잔 다 마시고나서야 레널드는 자신이 이겼다는걸 실감했다. 그리고 평소엔 짓지 않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 술자리를 즐겼다. 자정이 되어서야 파티가 끝났고 직원들과 파티에 참석했던 친척들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레널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택시 안에서 술에 취해 들뜬 상황에서도 그는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오늘 사건의 마무리를 해야만 다음주에 있을 데이트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심야의 거리에는 몇몇 집에서 나오는 불빛 빼고는 가로등불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에서 나온 빛은 둥근 원을 그리며 바닥을 노란색으로 비추고 있었다.

“...?”

그는 택시에서 내리고나서야 사무실 문 앞에 쪼그려 앉아있던 민영을 발견했다. 익숙한 몸집, 끝이 흔들리는 꼬리, 머리에는 뾰족한 귀가 두 개 솟아 있다.

샌디.”

그 말에 민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품에는 분홍색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순간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왔어, 아저씨? 꽤나 늦었네. 오늘 이겼다며,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일이 있어서. 축하해.”

레널드는 엉겁결에 알렉스가 건넨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진한 꽃향기가 서늘한 바람을 타고 둘 사이를 지나갔다.

“...언제부터 기다렸어?”

대충 2시간전부터? 파티 꽤나 늦게 끝난 모양이네. , 저기 카페에서 시간좀 때웠어. 그렇게 많이 기다린건 아냐, 30분 정도? 제임스씨한테서 곧 파티가 끝날 것 같다는 이야기랑 아저씨가 사무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듣고 왔어. 그래도 다행이네, 그대로 집에 갔으면 괜히 기다리게 된-”

순간 알렉스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레널드가 꽃다발을 든 채로 이 사랑스러운 연인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었다. 급히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이와 CCTV조차 없단 걸 깨닫고나서야 그도 마음편히 연인의 몸에 팔을 두를 수 있었다. 고마워, 알콜냄새와 함께 들려온 그 감사인사가 얼마나 달콤한지! 알렉스는 강한 쾌감을 느끼며 일부러 고롱고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 순간 이 상황이 매우 난감해졌다. 알렉스는 연인에게 키스하고 싶어졌다.

아저씨, 있잖아.. 우리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을래? 나 아저씨한테 뽀뽀하고 싶어졌는데.”

그 말에 레널드는 품에서 연인을 풀어주고는, 그의 사랑스러운 노란 눈동자를 보며 답했다.

그래.”

 

사실 뽀뽀가 뽀뽀만으로 끝날거라고는 둘다 생각지 않았다. 사무실의 불을 켜고 수면실의 문을 닫자마자 둘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서로의 옷을 찢겨지기 직전까지 난폭하게 벗기고는 어떻게든 서로를 얽으려고 애를 썼다. 알렉스는 레널드를 침대에 눕히고는 정성스레 그의 몸을 핥아댔다. 취해서였을까, 레널드의 신음소리는 그 여느때보다도 크고 농밀했고, 움직임도 계속해서 연인을 조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알렉스의 어깨뼈와 척추를 만지다 마치 수음하듯 꼬리를 만지는 손길이 너무나도 섹시했다. 그럴때마다 알렉스는 레널드에게 일부러 소리를 내며 키스를 하거나 몸 이곳저곳을 가볍게 깨물며 더욱 더 신음소리를 보챘다.

!”

일부러 꼬리를 거칠게 만지자 잇새에서 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왜 그러냐는 타박은 들리지 않았다. 레널드는 더욱 깊이 알렉스를 원한다는 듯 그를 끌어당겼다. 어디선가 찾았는지 하얀 로션이 그의 하얀 털 위로 뿌려졌다. 묽은 로션이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자 레널드는 알렉스의 손을 잡고는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노란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오늘따라 적극적이네, 아저씨.”

“...빨리 해.”

그 말에 알렉스는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다 이내 키스에 가로막혔다. 입새 사이에서 질척거리는 소리 사이로 열락이 흘러나왔다.

 

둘은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하품을 하며 소장님이 오지 않았다는 혼잣말을 듣고나서야 둘은 지금의 상황을 깨달았다. 레널드는 깨질듯한 숙취 속에서도 어젯밤의 정사를 떠올렸고, 아직까지도 벌거벗은채로 서로의 몸을 얽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해했다. 콘돔도 안하고 급하게 했던지라 체액이란 체액에 끈적할 정도였고, 시트는 이미 회생불가인 수준이었다. 반면 알렉스는 재빠르게 일어나 수면실의 문부터 소리 안나게 잠궜다. 둘은 일부러 소리를 죽이고는 문 너머로 출근한 직원이 의아해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자 다시 알렉스가 급히 레널드의 휴대폰을 찾아서는 알람소리부터 없애고는 무언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잠깐, 샌디 뭐하려고-’

조금만 기다려봐, 아저씨.’

소장님, 혹시 계신가요? 이상하네, 불은 켜져있는데. 혹시 아직도 주무시나?”

직원의 발소리가 점점 커져왔다. 레널드는 행여나 문을 잠근게 더 수상하게 여겨지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더욱 더 숨을 죽였다. 알렉스가 급히 무언가를 보내고나자 거의 동시에 띵동 거리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고, 이윽고 발소리가 멈추었다.

뭐야, 많이 안좋으신 모양이네. 하긴 어제 그렇게 마셨으니까.”

직원은 오랜만의 휴가라고 좋아라 하며 곧바로 사무실을 떠났다. 사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레널드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어떻게 한거니?”

알렉스는 환히 웃으며 방금 보냈던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몸이 안좋아서 사무실에 들렀다가 곧바로 집에 왔다, 오늘은 특별휴가이니 집에서 쉬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시지에 다시 레널드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휴가라니, 오늘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하지만 알렉스의 기지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직원에게 이 적나라한 꼴을 보일 뻔 했다는 생각을 하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아닌게 아니라 이미 정액이 그의 허벅지 위에서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이런 꼴을 직원 앞에서 보일 수는 없었다.

그럼 어떻게할래? 이대로 한 번 더 할까요?”

아니요, 이제 씻어야겠어요. 게다가 머리도 아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트를 갰다. 그리곤 어제 알렉스가 안에 싸지른 것들을 뺄 생각에 다시 두통이 심해졌다. 그의 몸이 살짝 휘청거리자 검은 고양이가 뒤에 달라붙어서는 도와줄까, 하고 웃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차피 혼자서 빼는 건 힘들잖아.”

그러면서 은근슬쩍 또 할 생각이지?”

, 어때? 방해꾼도 사라졌다, 오늘은 휴가잖아. 이참에 데이트나 할까?”

덕분에 청소부터 다시하게 생겼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샤워부스 안에 들어오려는 알렉스를 말리지는 않았다. 다시 몸을 더듬는 알렉스의 손짓에 두통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욕실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햇빛을 보며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하며 물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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