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비전완다 _ 심장에 박힌 머리카락 본문
최근 비전은 들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가벼웠으며, 그의 몸놀림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힘이 실려있어서, 로디나 팔콘은 그를 상대하면서 꽤나 고생해야 했다.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곧 그에게 새 피부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비전에게 '피부'를 주자는 의견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의 피부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졌고, 헬렌의 미적센스덕분에 일명 고구마색이라는 기묘한 붉은 색을 띄게 되었다. 물론 색을 바꾸려면 바꿀 수도 있었고, 겉에 살색 피부를 겉쓸수도 있었지만, 그의 세포 자체가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탓으로, 마치 아주 얇은 사슬로 만들어진 피부를 보는 듯 했다. 처음 비전이 인간의 피부를 본딴 것을 자신의 몸에 덧씌웠을때, 어벤져스 멤버들은 이대로 밖에 내보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코카시안 잉글랜드 남자로 30대."
헬렌이 그에게 피부를 만들려고했을 때, 토니에게 어떤 것이 좋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말에 토니는 이전 자비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었던 인간상을 떠올렸다. 만약에라도, 정말로 만약에 기술을 발전시켜서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만 있다면 자비스에게 만들어주려고 했던 신체였다.
"키는 6피트 3.5인치고 호리호리한 인상이에요. 원한다면 그쪽으로 데이터를 보내줄게요."
"생각보다 엄청 설정이 세세한데요?"
"원래 예정이 그랬으니까."
만약 비전에게 자비스가 흡수되지만 않았더라면, 30대 영국인 남자 안드로이드로서 실체화되었을 것이다. 토니는 헬렌과 전화를 나누면서도 씁쓸한 기색은 숨기지 않았다. 그에게 자비스는 3번째 자식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실수로 그 자식을 사지에 몰았다. 허나 비전을 미워할 수는 없었다.
"모델링이 완성되면 보여줄게요."
"누구 자식인지는 몰라도 엄청 잘 빠지겠네요."
헬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토니가 보낸 자료를 인스톨하고나서 비전은 상당히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서는 예전에는 전혀 짓지 못하던 표정이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초점이 먼 곳을 향해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던 완다에게 비전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아주 익숙하고... 그렇군요, 이게 그리워한다는 감정이군요, 완다. 난 이때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스터 스타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그렇군요... 자비스는 이 때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자비스의 마음이 느껴져?"
"그는 저의 일부니까요. 비록 지금으로서는 분리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기분은 어쩐지 미스터 스타크씨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말에 어쩐지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 로디는 고개를 돌렸다. 피부가 완성이 되고 인간으로 변장이 끝나면 같이 보러가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스티브가 말하였다. 비전은 조심스레 얼굴과 몸의 형태를 토니가 보내준 자료에 맞추어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마인드잼은 이마속으로 숨어들어갔고 최대한 얼굴의 윤곽선을 지워나갔다. 피부색을 되도록이면 백인의 색에 맞게 창백하게 변환시키자 헬렌의 입가에 이유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헬렌은 급히 붉은 망토로 비전의 몸을 감쌌다.
"좋아, 여기서부터는 다른 멤버들은 나가주세요. 이제부턴 아들과 엄마의 대화시간이니까요."
그 말에 모두들 실험실 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완다만은 그 자리에 남아 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마십시오, 완다. 그다지 위험한 실험도 아닙니다."
"당신, 지금도 꽤나 괜찮은 것 같아."
"그 말,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헬렌은 완다에게 웃음을 지으며 문밖으로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얼굴을 살짝 찌뿌리며 연구실 밖에 있는 동료들에게 걸어갔다. 문이 닫혀지자 헬렌은 크레이들을 열고서는 비전에게 들어가라고 말했다.
"어디까지 나갔어?"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닥터 헬렌?"
"완다 막시모프랑 말이야."
그 말에 비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말을 피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왠지 언짢아졌다.
"뭐,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이제부터 인공피부를 네 겉에다 씌울거야. 머리카락은 두피에다 직접 심을거고, 눈은 렌즈를 써야 할걸."
"그것 참 멋지겠군요."
"끝나고 조율하자마자 토니에게 가. 정말 놀랄거야."
그 말에 비전은 조심히 입술에 호를 그리며 눈을 감았다. 텅, 하고 크레이들이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의식이 깊은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며칠전 완다와 봤었던 빅토리아 시기를 다룬 드라마가 떠올랐다. 토니 스타크가 자신을 향해 어떤 몸이 마음에 드냐고 물었다. 아빠야, 라며 부르는 목소리. 심장이 두근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다시금 눈을 뜨자 피부 위에 무언가 낯선 것이 둘러쌓여져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들어다보았다. 연한 베이지색의 얇은 막이 자신의 손위에 씌워져있었다. 일어났어? 란 말에 고개를 돌리자 헬렌이 읽고 있던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다놓았다.
"너도 꿈을 꾸는구나."
"네, 이렇게 정신을 잃었을때에는 과거를 떠올리고는 합니다."
"어떠니? 그런 과거를 본다면."
그 말에 비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그립습니다."
헬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고개를 돌리고는 일어서보라고 말하였다. 서글프면서도 기쁜 표정이었다.
▒ ▒ ▒
"Wow."
나타샤는 감탄부터 내뱉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 고구마색의 안드로이드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창백한 피부와 옅은 금발을 가진 30대 초반의 백인남자는 어색하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팔을 당겨서 옷이 주는 갑갑함도 느껴보았고 괜시리 머리카락을 만져보기도 하였다. 어색하군요, 라고 말하는 얼굴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진짜 사람이 비전인척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일었다. 완다가 사랑스럽다는 말투로 멋지다고 칭찬하자 비전은 수줍게-나타샤와 팔콘, 로디가 느끼기로는-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하였다. 아마 혈색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있었다면 분명 그 얼굴이 붉어졌을 터였다.
"마음에 들어?"
"네. 만족스럽습니다."
비전은 마치 신사처럼 고개를 숙이며 헬렌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
토니 스타크가 인간으로 변장한 비전을 보았을 때, 맨 처음 입에서 나온 것은 나타샤와 마찬가지로 감탄사였다. 다만 나타샤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정말로 머릿속에서나 예상했던 인간이 직접 걸어왔다는 점에서 놀란 것이었다. 놀란 것은 옆에 있던 배너도 마찬가지라, 그는 당황해하며 애써 자리를 피하였다. 다른 멤버들도 눈치를 챘는지 하나둘씩 급하게 자리를 비워서, 연구실 안에는 스타크 인더스트리 개발부 부장과 안드로이드만 남았다.
"이거... 헬렌에게 감사인사를 해야겠는걸."
"그건 제가 먼저 했습니다, Sir."
제가 프로그램한 목소리와 말투로 말하는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것은 토니로서도 사실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비전은 무의식적으로 자비스처럼 말했고 행동하곤 해서, 토니는 일부러 비전을 자신의 시선에서 떼어놓으려고 했었다. 그는 비전을 볼 때마다 제가 죽인 자식을 생각해서 괴롭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옛날에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 나타난 그를 보자니, 희뿌옇게 안개처럼 끼어져있던 감정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머리카락은 진짜로 두피를 넣었군. 모근도 있고. 정말 크레이들은 놀랍군."
그는 조심스레 비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옅은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서늘하게 그의 손가락에 휩싸였다. 그리고는 귀를 어루만졌고 뺨, 목, 어깨, 팔로 손가락을 이동했다. 맥박과 숨소리가 느껴지지 않을 뿐, 그는 명백히 인간처럼 보였다.
"'숨'을 쉴 수 있나?"
"네, Sir."
비전은 곧바로 들숨과 날숨을 들이켰다. 그로서 호흡이란 불필요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간으로 변장할 때는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폐에 공기가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가슴이 아주 미약하게 오르내렸다. 토니의 손은 어느새 비전의 손으로 옮겨가있었다. 손에는 손톱과 큐티클마저 아주 자세하게 재현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손가락에는 지문까지 나 있었다. 지문까지 확인하고는 뒷걸음질을 쳐서 비전의 전체 모습을 확인했다.
아.
그가 그렇게나 바라 마지 않았던 제 몸을 가진 자비스의 '모습'이 여기 있었다.
"Sir?"
자신을 부르는 비전의 말에 토니는 고개를 내저었다. 캡시클이 패션센스는 안좋다는건 알고 있었다면서 미소를 지으며 프라이데이에게 그의 몸을 스캔하도록 했다.
"옷을 줄게. 원래 자비스한테 입히려고 생각한 옷들이 있었거든."
"저는 자비스가 아닙니다, 미스터 스타크."
"아냐, 괜찮아. 어차피 사이즈는 맞을테고 그런 후즐근한 셔츠를 입고 있는건 내가 원하지 않아. 스리피스가 좋겠지, 코트도 줄게. 아.. 맞아."
토니는 더미를 불러 '그 것'을 갖고 오라고 명령했다. 털털털 거리며 더미가 사라지자마자 비전이 말했다.
"이런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내 자식같아서 그렇다고 하는걸로 넘어가지, 그래?"
"미스터 스타크."
"응?"
비전은 과연 이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괜히 토니에게 걱정을 끼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 하지만 만약 꿈속에서의 그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것은 토니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터였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뭐 하니 저도 하나 선물을 하겠습니다. 전 가끔씩 정신을 잃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늘 과거에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재생이 됩니다."
"아... 저기-"
"물론 그 과거 중에서는 자비스가 당신과 보냈던 추억도 있습니다. 사실 오늘도 잠깐 꿈을 꿨거든요."
비전의 눈썹이 저도 모르게 내려갔다.
"당신이 자비스의 몸을 골라주던걸 생각하니 기쁘고 또 그리웠습니다."
하아, 토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에 주저앉을듯 잠깐 휘청거리다 한켠에 있던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킥킥 거리며 웃음을 내뱉었다. 고마워, 아주 작게 그로서는 왠만큼 내뱉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보답을 해야지."
더미가 끼익거리며 작은 벨벳에 싸인 상자를 들고 왔다. 토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상자를 집어들었다. 원래 자비스에게 주려고 했는데, 라면서 비전에게 건네었다.
▒ ▒ ▒
똑똑, 거리며 리듬있고 정중하게 자신의 방문에 노크를 하는 것은, 그녀가 알기로는 단 한명을 빼고는 없었다. 완다는 읽고 있던 책을 침대에 올려두고는 기대감에 재빠르게 문으로 향했다. 과연, 문을 여니 완벽한 스리피스 수트를 입은 비전이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원래부터도 잘 생겼지만 인간의 탈을 쓰니 더 잘생겨진 것 같았다. 남자에게 수트는 전투복이라더니, 과연 비전은 헐거운 셔츠를 입고 있었던 때보다는 훨씬 더 멋있어져 있었다.
"다녀왔어?"
"무사히요, 완다."
언제부터였을까, 완다는 비전에게만은 숨김없이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평소에 두려워하던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의 앞에서는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 않았다. 비전은 완다가 가리키는데로 한켠에 있던 소파에 앉았다.
"스타크는 뭐라고 했어?"
"그는 확실히 놀라면서도 기뻐하더군요."
그 말에 완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비전이 인정받았다는 것에 상당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이뻐서 비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갔다. 인간으로 변장한 자신과 완다는 대략 8인치 정도의 키차이가 났다. 그는 조심스레 완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인공피부 너머로 부드러운 감촉을 즐겼다. 가끔씩 비전은 완다를 통해서 살아있는 생명을 즐기곤 하였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머리카락 끝이 또 상했군요. 그 말에 완다가 고개를 들었다.
"또 비전이 잘라주면 되잖아."
그 말에 비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완다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이 미묘한 공기를 즐길 뿐이었다. 숨소리마저도 미묘하게 변해버리는 까닭에 완다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숨을 쉬고 있네?"
"아, 스타크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하긴,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은 숨을 쉬죠."
"당신도 살아있잖아."
굳이 숨을 쉬지 않아도 생명이 아닌건 아니라고, 완다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당장에라도 그녀를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이긴채-그에게 충동은 상당히 낯설었지만 완다를 상대로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완다에게 건네었다. 색이 바랜 은색의 회중시계였다. 뚜껑에는 태양과 달이 음각되어 있었고, 체인의 끝은 자켓속에 걸려 있는 듯 했다.
"미스터 스타크의 선물입니다만, 뚜껑이 달려있어서 내부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다더군요."
"응?"
비전의 날숨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만약에 괜찮다면 이 곳에 당신의 머리카락을 넣을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완다는 급히 뒷걸음질을 치다가 침대에 주저앉았다.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지만 귀가 빨간 걸로 보아,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비전은 순간 당황하였다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은 지를 깨닫고는 갑작스레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을 느끼고 또 당황하였다. 갑작스런 과부하라니,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었다.
"아니, 그게 미안합니다. 그런 의미인 것을 맞습니다만,"
만약에 진짜로 자신의 피부에 피가 흘렀더라면 얼굴이 진짜 얼굴처럼 새빨갛게 익었을것이다.
"실례한 것 같습니-"
"아냐!! 그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랬어."
완다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괜찮다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갑자기 머리카락 약간을 세가닥으로 나누고서는 땋기 시작했다.
"완다-"
"안에 넣을거면 땋는게 좋을거야. 길이는 이정도면 되겠지?"
5센티미터쯤 자신의 머리카락을 땋더니 아무 망설임도 없이 가위로 잘라내었다. 완다의 갈색 머리카락은 아주 쉽게 잘렸다. 그녀는 횡설수설하면서도 땋아낸 머리카락을 비전에게 건네었다.
"대신 당신의 일부분도 나에게 줘."
그 말에 비전은 당황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회중시계를 제 품안에 다시 넣고는 갑자기 넥타이를 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행동에 완다는 당황해했지만, 이내 그가 셔츠단추를 세개만 풀고 제 가슴에 손을 집어넣자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움직이다가 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었다.
동그란 은색 금속이 걸려있는 목걸이었다. 갑작스런 선물에 완다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황당하기까지 했다.
"제 심장에서 떼낸 겁니다. 이거라면 완다의 머리카락하고 바꿀 수 있겠습니까?"
완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전의 미지근한 손에 제 머리카락을 안겨주었을 뿐이었다. 그러자 인영이 다가왔다. 그는 허리를 숙여 사랑하는 이의 목에 제 심장의 파편을 걸어주었다. 완다의 숨이 더워졌다. 만약 땀샘이라도 있었으면 식은 땀이 흐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멱살이 잡히더니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무너지려 하였다. 그는 가볍게 몸을 그 자세로 고정시켰지만 제 볼에 입맞춰져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전은 급히 몸을 떼었다. 완다의 얼굴은 다시금 붉어져있었고,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는듯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거실에서 마른 세수를 하고, 마치 진짜 인간처럼 상념에 가득 차 있는 안드로이드를 샘이 발견하고서 스티브에게 알린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비전완다로 로켓안에 머리카락넣은걸로 시작해서 어쩌다보니 토니비전완다가 되어버린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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