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냇배너 _ The Woman in Accident 본문

AVGS/HL

냇배너 _ The Woman in Accident

rabbitvaseline 2015. 8. 20. 04:13




순간 브루스 배너의 숨이 막혔다.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그 말을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은 초록빛으로 명멸하다가 이내 다시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순간,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박동이 커지고 그 간격또한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는 가까스로 한숨을 내뱉은 뒤 제 어깨를 감싼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옷너머로 전해져오는 대리석 바닥의 차가움도 그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스티브가 큰 소리로 코드 그린,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티브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그 질문을 제 앞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은 잠들어야 했다. 떨리는 손으로, 뼈와 근육이 무너지고 재조립되는 통증을 이겨가며 그는 간신히 제 팔에 앰플을 주입했다. 빠른 속도로 약물이 줄어들자마자 그의 시야가 깜깜해졌다. 그는 그대로 깊은 수면에 빠져버렸다.


"말도 안되는 일이야."


유리창 너머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누워있는 배너를 보고 있는 토니 스타크의 눈 아래는 꺼멓게 변해있었다. 요 이틀새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타샤가 탔던 항공기가 실종되고 배너가 스스로 자장가를 불러줬던 이후부터였다. 스스로의 말에 수면제를 주입하고 난 뒤, 배너는 계속해서 램수면속에서 헤엄쳐다니고 있었다. 전세계적 비상사태가 도래했는걸, 어느새 병실에 도착한 스티브에게 말하였다.


"로마노프는?"

"아직까지 수색중이네. 근처 바다에 파편이 보이지 않는걸 보면, 섬에 불시착한걸지도 몰라."

"저번에 일어났던 말레이시아기도 바다에 추락한 걸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파편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어."

"토니!"


스티브의 언성이 높아지자 토니는 워워, 거리며 어깨를 끄덕였다. 그의 심정은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자신도 제발 나타샤가 살아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꿈에서부터 깨어나 모든 충격을 다시 받아야 하고 괴로워할 제 친우가 걱정되서이기도 하겠지만, 순전히 그도 나타샤 로마노프라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덜썩, 배너의 팔이 올라갔다 다시 내려갔다.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숨이 왔다갔다 하는 꼴을 보자니 저도 모르게 속에서 실소가 일었다. 그 전부터 브루스 배너도, 나타샤 로마노프도, 모든 어벤져스 멤버들도 생각해왔던 일인데 이렇게 갑자기 터질 줄이야.


"캡, 난 브루스가 저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토니-"

"그쪽도 알잖아. 이대로 브루스가 일어나봤자 난 베로니카와 함께 다시 '그'를 재워야 할 판이라고. 애초에 지금 상태를 택한 것도 브루스였고."

"깨지 않는 잠이란 없네, 그건 죽음일 뿐이지. 배너는 언젠가 깨어날걸세, 그럼 그 때가서 다시금 이 상황을 마주해야 하겠지. 아니, 이런 상황이 한두번은 아닐거야. 자네도 알잖아. 배너는 늙지 않고 있어."


그는 다른 친우들의 죽음까지 다 감당해야할지도 모른다, 라고 스티브는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토니는 차마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은 토니 스타크가 제일 두려워하던 것이니까. 그 속에서 저 혼자만 살아남는 것도. 스티브의 말이 맞았다. 브루스 배너는 아마 이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혼자서 살아남을 것이고, 친했던 사람들의 죽음도 제가 다 껴안을 것이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난 브루스가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아, 그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난..... "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새 제대로 몸을 눕히지 못해 다리의 힘이 풀렸던지 순간 휘청거렸다.


"사고현장에 나도 가도록 하지. 적어도... 적어도 시신이라도 찾아야하잖아."


그의 입가엔 쓴미소가 가득했다. 그것을 본 스티브는 도저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분간할 수 없었다.






박사님은 사랑받고 있어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