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배너+비전완다 _ in-law 본문
덜컹, 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중간에서 멈추어섰을때, 순간 완다 막시모프는 엘리베이터속 공기가 한층 더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어벤져스 타워 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내에는 그녀 말고도 한명이 더 있었고, 그 사람은 아마도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껄끄러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브루스 배너는 팔짱을 낀 채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는 식으로 엘리베이터 밖을 바라보았다. 어벤져스 타워 내의 조명중 거진 반정도가 꺼져있었다. 곧 엘리베이터 내에 있는 스피커로 이 타워 주인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미안, 거긴 괜찮아? 지금 아크리액터 검사중이라 비상전력을 쓰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쪽에 제대로 연결이 안된거같아."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한 10분정도 걸릴 것 같은데 사람을 보낼까? 마녀아가씨는 어때? 보내-"
"난 괜찮아, 토니."
완다는 뒤를 돌아 배너를 바라보았다. 배너는 애써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끄덕였다.
"다른 쪽도 바쁠테니 그쪽부터 먼저 해둬. 우린 알아서 하지."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
토니의 목소리에서는 짙은 망설임이 읽혀졌지만 이내 통신이 끊기고 말았다. 완다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공기가 한층 더 가라앉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브루스 배너라는 사람이 불편했다.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초조해지고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녀는 배너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되지 않을걸 알고 있으면서도 몇번 비상벨 버튼을 누르다가 이내 어벤져스 타워 내부를 바라보았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손전등이나 핸드폰 불빛을 켜서 평소의 밝기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었다. 모를거야, 손바닥에서 식은 땀이 축축하게 느껴졌다.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공기가 답답해진 것 같아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뭘 그리 한숨을 쉬어."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배너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나서야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평소의 사람좋은 미소가 어쩐지 지금만큼 무서운 적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소코비아 사태 이후로 그가 완다 막시모프에게 말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사실이 어쩐지 그녀를 더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완다는 뭐라도 말을 꺼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입을 열었다.
"괜, 괜찮다면 내가 문을 열까요?"
그 사건 이후로 처음으로 그에게 내뱉는 말을 더듬거리다니, 순간 부끄러움으로 얼굴에 붉게 열이 올랐다. 배너는 그 모습을 아무 표정변화도 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떨어지지 않는한 타워내에서 변할 생각도 없고. 설마 자살행위라도 할 생각은 아니지?"
"...그 일은 죄송해요."
훗, 배너는 순간적으로 비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젓더니 사람좋아보이던, 항상 사람들 앞에서 지어보였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날카롭게, 마치 경멸하는 태도로 완다를 바라보았다. 완다는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아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말한다고 널 용서할 것도 아니고, 뭐 이제와서는 별 상관도 없겠지만. 어차피 한번 망친 인생, 거기서 더 망쳐봤자 조금 더 나빠질뿐 달라질게 뭐가 있겠어."
피가 차갑게 식는다, 라는 것을 완다는 느낄 수 있었다. 배너는 절대로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평생 그녀를 미워할 것이다. 그날 행했던 그 모든 일들이 비수처럼 자신의 온 몸에 꽂히는 것을 느끼자 순간 한기를 느끼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원망은 죽을 때까지 자신을 따라다닐 것이라는, 그 확신이 열기를 가라앉혔다.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어."
그는 자조하듯 미소를 지었다. 완다는 그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멤버들에게 들어서, 그리고 그녀가 직접 겪어서 알고 있었다. 그는 혼자의 몸으로는 어벤져스 타워를 나갈 수 없다. 형식적인 청문회에서도 감금위협-이미 그는 죽을 수 없는 몸이니-을 받았고 그에게 오는 편지중 일부는 테러를 목적으로 보낸 것이다. 이미 편지는 검열을 통해 그에게 전해지는 형편이었고, 가끔씩 대충매체에서도 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올라온다.
그렇게 그를 몰아붙인 것은 바로 자신, 완다 막시모프였다.
완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어라 대답을 하더라도 결국 변명으로 들릴 것이 뻔했다. 침묵을 깬 것은 배너였다.
"그러고보니 요즘 비전과 사이가 좋다던데, 벌써 선물까지 교환했다고 들었어."
완다는 저도 모르게 제가 하고 있는 목걸이에 시선을 옮겼다. 작은 쇳조각만이 달려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비전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이었다. 이미 훈련소에서는 거의 커플처럼 취급을 해준다지만 기실 그녀는 비전과 사귄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하는 일들을 보면 그 정도까지라고 생각하게 돼. 두렵지 않아? 비전은 의식은 있지만 인간은 아니야. 평생 늙지도 않고, 신체에 큰 타격만 가지 않는다면 죽지도 않겠지. 그런 '것'과 그런 감정을 가진다는게 괜찮다고 생각해?"
"비전은 살아있어-"
고개를 돌려 배너의 눈을 본 순간, 포근하면서도 간절하고 어딘지 모르게 서글퍼지기까지 하는 감정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비전이 정신이라는 것을 갖게 되고 제 모습을 확인하고 망치를 들었던 그 때에, 그는 토니 스타크가 비전에게 가졌던 마음과는 살짝 방향이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다. 토니 스타크가 비전에게서 죽은 자식을 떠올렸다면 브루스 배너는 가질 수 없었던 자손을 떠올렸다. 마치 처음으로 햇빛을 인식했던 순간처럼 이유모를 기쁨이 그를 휩싸고 지나갔다.
배너의 다리가 순간 휘청거렸다. 완다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던 풍경이 마치 에메랄드 시티로 들어설때 선글라스를 끼는 것처럼 점점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을 읽지마, 마녀!"
그는 제 어깨를 감싸고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갑작스레 솟아나온 분노를 다스렸다. 간신히 숨이 진정되었다 싶을때, 그는 나지막하게 경고했다.
"자살행위는 좋지않아요, 미스 막시모프."
"미안해요, 하지만... 저기 당신은 그렇게 말해도 사실은 비전을-"
"다시는 내 머릿속을 헤집지마. 뉴욕에서마저 그런 일이 생긴다면.. 오... 그야말로 끝내주겠네, 캡틴처럼 얼음속으로 가라앉을지도...."
그는 조그맣게 웃음을 내뱉었다. 한층 굳어있던 얼굴이 점차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완다의 얼굴은 그야말로 한층 더 어두워져있었다. 브루스 배너와 자신은 상극이라는 것을,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
시간은 더디게 지나갔다.
끼익, 거리며 엘리베이터의 로프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타워의 최상층에 오르기까지는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이 열리자마자 완다는 재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비전에게 뛰듯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비전은 완다의 굳은 표정과, 배너의 애써 짓고 있는 미소를 바라보며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재빨리 완다의 어깨를 잡고서는 토니가 기다리고 있는 실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에 홀로 남아있던 배너는 한숨을 내쉬고서는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는 다시금 끼익 거리는 구동음과 함께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박사님의 본모습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완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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