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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완다피에트로 _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제

rabbitvaseline 2015. 10. 29. 23:22




"Trick or Treat!"

검은색으로 익살맞은 얼굴이 음각되어있는 주황색 호박바구니를 들고선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꼬마마녀를 보고 남자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주머니에서 호박사탕을 몇개 꺼내 아이의 바구니안에 넣었고, 그러자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그의 곁을 지나쳤다. 그의 옆으로 다른 옷들을 입은 아이들이 뉴욕의 밤거리속으로 사라졌다. 10월 31일 할로윈, 뉴욕은 현재 축제중이었다. 

그가 서 있는 빌딩에서는 저마다 램프를 켜댔고, 어떤 곳은 호박등 모양으로 불빛을 뽐내고 있었다. 모두가 퇴근하고 한산하여야 할 밤거리도 오늘만큼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파란색 여왕 드레스도 간간히 눈에 띄었고, 남자아이들은 영웅의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도 마찬가지라, 아이들과 세트도 옷을 입기도 하거나 조금 더 성인취향적인 코스튬을 하고 돌아다녔다. 뉴욕의 상점가도 오늘만큼은 호황이라는 듯, 세일을 벌이며 사탕과 과자를 공짜로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이 바구니를 그런 사탕과 과자로 채워갈때면 상점의 돈바구니도 부모의 돈으로 채워졌다.

남자가 입은 옷은 어느 영화에 나온 히어로를 따라한 모습이었다. 은색 옷에 고글까지 써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그 영화에 대해 언급을 할 정도였다. 그는 자신이 누구의 옷을 입었는지는 몰랐으나, 이 축제 분위기가 즐거웠으므로 아이들을 따라, 혹은 아이가 없는 어른들을 따라 거리를 빠르게 걸어다녔다. 사탕가게의 주인이 너무 바빠 혼이 나간듯한 얼굴로 웃어댔다. 해골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자들을 놀리켰다. 좀비분장을 한 사람들 여럿이 떼로 몰려다니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클럽에서 춤을 추다 나왔는지, 몸에서 김이 이는 메두사를 발견했다. 그는 점차 걸음을 늦추며 몇번이고 손아귀를 쥐었다 풀었다, 발목을 움직이며 '감각'과 할로윈을 즐겼다. 장난으로 프랑켄슈타인에게 Trick or Treat! 라고 말하자,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작은 사탕봉지 하나를 주었다. 뉴욕 북쪽 외곽으로 걸어가며, 길가에서 발견한 색소폰 부는 개구리에게 돈대신 사탕을 주었다. 그러자 개구리는 고맙다며 즉흥연주를 들려주었다. 북쪽으로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주택가로 들어서자 다시금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없이 아이들은 몰려다니며-물론 지켜주는 베이비시터가 보였지만- 호박등이 있는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러댔다. 사자분장을 한 남자가 어흥, 하고 문을 열자 드라큘라 분장을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 광경을 지나쳤다. 겨울로 들어서는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감각에 그는 웃음을 지었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몇번 발놀림을 놀리자 수십미터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차가운 바람마저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로 몸을 움직이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Avengers, 라는 간판이 크게 걸려져있는 대문은 감시가 철저했다. 검문소의 감시원은 도넛을 먹다 말고 드나드는 차량의 신원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었다. 신분증은 예사요, 엑스레이와 자외선, 적외선, 열탐지와 짐검사까지 마치고나서야 픽업트럭은 대문 너머로 사라질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남자는 가볍게 걸음을 떼었다. 감시원은 갑작스럽게 부는 돌풍에 급히 창문을 닫았지만, 이미 커피는 바닥에 쏟아진 뒤였다. 그는 이미 쏟아져버린 커피를 보며 혀를 차다 갑작스러운 소음에 눈길을 창밖으로 돌렸다. 

건물은 장방형으로 커다란 상자를 연상시켰다. 남자는 너무나도 가벼워 날아다닐것만 같은 발걸음으로 건물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깥과는 달리 호박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아이라던가 기묘한 코스튬을 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검은색 옷을 입고 홀스터를 매고선 무전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옷은 통일한듯 전부 똑같았고, 다른 것은 인종과 머리스타일, 얼굴 뿐이었다. 지직, 거리며 흑인여자가 무전기를 들며 보안이상무, 라고 상대방에게 전하고는 자기는 왜 당첨되지 않았느냐고 투덜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백인 남자가 전부 할로윈의 운이라며 그 말을 받아주고는, 다시금 시끄러운 음악이 점점 흘러나오는 건물 내부를 바라보았다. 건물의 창가로 미러볼이 뿜어내는 다양한 색상들이 비추어지고 있었고, 그 너머로 바깥에서 보았던 것 같은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남자는 흥미롭게 흑인 여자와 백인 남자가 대담을 이루는 것을 몰래 지켜보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감각에 급히 자리를 피했다.

"수고 많으십니다."

10월의 바람은 차가웠다. 하지만 그 바람에 망토가 흩날리면서도 얇은 옷 한벌밖에 입지 않은 안드로이드는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할로윈 데이의 순찰은 순전히 제비뽑기로 파티를 기점으로 1교대를 하는 모양이었다. 파티가 막 시작했는지 음악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였고, 미러볼의 불빛도 점차 그 속도를 빨리 했다. 남자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안드로이드를 흥미로움 반, 질투 반으로 쳐다보고선, 그 민둥머리에 호박사탕을 던져주고 싶은 욕망을 참아야했다. 그는 며칠 전 안드로이드가 제 연인을 품에 안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남자는 그 모습에 적잖이 질투심을 느끼며, 어떻게든 안드로이드에게 위해를 끼치고 싶었지만 그의 몸은 아무 감각도 가질 수 없었고, 안드로이드의 몸에 닿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닿을 수 있다 하더라도 혼을 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나저나 그쪽은 애인이랑 같이 안 있어요?"

할로윈 분위기라도 내려고 하는지 한쪽 귀에 해골모양 귀걸이를 한 여자가 안드로이드를 보고선 장난스레 말했다. 안드로이드는 미러볼이 재빠르게 춤추는 건물 내부를 바라보다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도 운이 안좋았습니다."

아무래도 그 시선의 끝에는 연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그 모습에 혀를 차며 자신도 그 끝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안드로이드에게 복수를 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그는 우선 어떻게든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고, 기한은 오늘밖에 없었다. 석양이 뉴욕을 가득 채우고 어둠이 짙게 커튼을 칠 때부터 괘종시계의 종이 12시를 알릴 때까지. 그에겐 소중한 사람을 만날 시간이 6시간 남짓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늘은 할로윈 데이,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날이었다.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유령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안드로이드의 곁을 스치면서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한방 날려주었지만, 오히려 피부가 단단해서인지 주먹이 아플 뿐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는 침입자가 들어왔다던지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선을 다시 연인이 있을 홀로 돌릴 뿐이었다. 유령은 얼얼한 주먹을 어루만지며 경비가 굳게 지키고 있던 유리문을 통과했다. 만나고 싶어, 다시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의 앞에는 더이상 그를 막아설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윽, 하고 몇번 문을 드나들면서 시끄러운 클럽음악을 따라가기를 몇번, 3층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문을 지나치자 그의 앞으로 호박천지가 펼쳐졌다.

파티가 벌여지고 있는 홀 내부는 적당히 어두우면서도 주황색 호박등으로 조명을 하고 있었다. 미러볼과 주황색 조명이 코스튬을 한 수많은 사람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시끄러운 음악속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춤을 추거나 아니면 음식과 음료를 즐겼다. 할로윈데이 특식은 그 취지에 맞게 손가락 쿠키나 눈알젤리같이 호러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 유령의 앞으로 토르 코스튬을 한 여성이 손가락쿠기를 깨물며 지나갔다. 카나페가 있는 자리 근처에서는 캣우먼 코스튬을 한 진저 여성이 포지베어를 보고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한편 우락부락한 금발의 엉클샘이 여러 여성들에게 둘러쌓여 난처해하고 있었는데, 그를 알아보곤 유령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가서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홀 중앙에 있는 거대한 시계의 시침은 이미 12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 시계의 초침소리를 느끼며 유령은 혼란한 파티장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몰래 들어온 침입자를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그는 거리낌없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녔다. 커다란 앵그리버드가 시끄러운 음악에 맞추어 열심히 몸을 흔들어대었다. 커다란 맹금류 코스튬을 한 흑인이 가방에서 쿠키봉투를 꺼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미러볼은 계속해서 돌아갔고 사람들의 얼굴은 주황색에서 붉은색으로,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끊임없이 변했다. 그는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찾는 사람은 이 곳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서, 그는 절대로 잊지 못할 기색을 찾고 있었다. 비록 이 가장파티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더라도, 그 기색을 읽을 수 있는 한은 찾을 수 있을 터였다.

두근, 분명 이전에 멈추었을 심장이 크게 울렸다. 그는 심장소리가 크게 울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높게 솟은 붉은색 리본 아래로 길다란 갈색 머리카락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펑퍼짐한 검은색 드레스의 한쪽 어깨위에는 역시나 검은 고양이 인형이 자리잡고 있었고, 커다란 주황색 크로스백을 매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까지 포지베어와 이야기하고 있던 캣우먼과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클럽음악에 가로막혀 들리지는 않았으나, 환히 웃고 있는 표정으로 보아 상당히 즐거운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유령의 입가에 쓴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고글을 벗어 다시 한번 제 반쪽을 바라보았다. 완다, 나지막히 이름을 불렀지만 역시나 음악에 막혀 전해지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완다는 전보다도 더 아름다워졌고 밝아졌다. 저렇게 환한 미소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인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그는 슬퍼하는 기색이 없는 반쪽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한편, 밝아진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다. 저 모습을 보기 위해,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인지도 몰랐다. 캣우먼이 포지베어의 손을 붙잡고 어딘가로 사라지자 완다는 혼자 남게 되었다. 살짝은 눈썹을 내리고는 아무래도 연인이 있을 바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갑작스레 말로 하기 어려운 질투심이 속에 일자, 유령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두근, 심장이 다시금 뛰었다.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녀는 베란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유령은 자신의 반쪽이 연인을 보며 웃음을 짓는걸 보고싶어하지 않았다. 그녀의 붉은 단화가 문턱을 밟은 순간이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할로윈을 다뤘다던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흘러나오고 순간 미러볼이 불빛을 잃었다. 유령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자, 바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누구-"

그녀는 제 시야를 가린 머리카락을 재빨리 떼내려했다. 몇번이고 바람이 손을 엉키게해서, 간신히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자신을 붙잡은 사람을 보려는 참이었다.


"Trick or Treat."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 목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어렸던 시절에는 제법 목소리가 비슷해서 전화로 장난을 건 적도 많았다. 하지만 점차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성별의 차이는 극명해져갔고, 그녀는 전쟁속에서 제 쌍둥이동생의 변성기를 같이 겪어야했다. 그러니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피에트로의 사춘기는 상당히 골치가 아팠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머리카락을 넘기자 그녀의 눈앞에는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사람이 서 있었으니까. 입이 몇번이고 열리려고 하다가 소리보다 눈물이 먼저 흘러내렸다. 숨이 갑작스레 턱턱 막히고 목속에서 무언가가 얹혔다. 다른 사람이 겪었더라면 심한 장난이라고 화를 낼만한 상황인데도, 그녀는 이 상황이 진짜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던간에 알아낼 수 있었고, 그가 죽었다는 것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반쪽을 못알아볼리가 없었다. 피에트로, 간신히 그 말을 토해내자 이름을 얻은 유령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사람을 품에 안았다. 

"따뜻해."

완다의 몸은 상당히 따뜻해서 피에트로의 눈에서도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온기에 감격하면서도 그녀의 체취, 그녀의 목소리, 그의 머리카락 한올한올에 입을 맞추었다. 붉은 선이 그들을 따라 빙빙 격하게 돌았다. 미러볼의 불빛은 변화무쌍하게 그들을 비추었고 커다란 음악소리가 곧 다가올 할로윈의 끝을 알렸지만, 오직 그 둘만은 서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있었다. 

너의 숨소리, 너의 웃음, 너의 눈물, 너의 목소리, 너의 눈, 너의 코, 너의 귀, 너의 뺨, 너의 이마, 너의 모든 것 하나하나가 보고 싶어서, 둘은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로의 심장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두근두근, 심장박동이 똑같아지자 둘은 몸을 떼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완다는 그 때와 변한 것이 없다면서, 머리카락이 아직도 은발을 띄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피에트로는 그때보다 혈색이 나아졌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 

"보고싶었어."

"..그야 당연한거 아냐?"

그는 완다의 이마에 살며시 입술을 포개고선 곁눈질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할로윈의 끝까진 이제 1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다시금 그녀를 품에 껴안고선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동생의 스킨쉽에 얼굴을 그녀가 얼굴을 붉히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어렸다. 또깍, 초침울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어렸다. 또깍,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듯 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어느샌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모두들 이 파티의 끝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피에트로."

동생의 따뜻한 품 속에서 완다는 벗어나고싶지 않은지 그의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장난스레 일부러 물기어린 소리를 내며 다시금 정수리에 입을 맞추던 피에트로의 입이 열렸다. 물기가 어려있는 목소리에 완다는 아무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언제나 곁에 있을게, 완다. 언제나, 언제나 네 곁에 있을거야.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네 곁에 있어. 그려러고 우린 태어난거야."

또깍, 가지마 라는 말이 나오려던 찰나였다. 음악소리가 꺼짐과 동시에 조명까지 일제히 꺼져서, 이제는 어두운 주황색 등만이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재잘거리는 어둠속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로 붉은 선이 흐느끼듯 흩날리며 돌아다녔다. 바람이 거세게불자 몇몇이 춥다며 불평을 하였다. 바람소리가 거세게 사람들의 목소리를 재웠고, 덕분에 완다의 슬픔에 젖은 목소리도 그대로, 심해에 가라앉듯 감춰졌다.

"..완다!"

바닥에 주저앉으려던 완다를 재빨리 일으킨건 그녀의 연인이었다. 안드로이드는 그녀를 일으켜세운뒤 괜찮냐며 다정하게 물었다.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 안다는 듯한 반응에, 완다는 애써 미소를 짓고선 아무 것도 아니라고, 표정만 봐서는 거짓말임이 분명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침은 이미 12시를 지나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말한 뒤에 베란다로 발길을 옮겼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간 전야제를 아쉬워하며 울고 있었다. 숲의 나뭇잎들도 울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 뒤 처량하게 입가를 끌어올렸다. 지나가버린 날은 할로윈, 죽은 자가 돌아온다던 날이었다.












할로윈썰. 

참고로 완다의 코스튬은 마녀배달부 키키. 피에트로의 코스튬은 엑스맨버젼 퀵실버.

포지베어는 머펫에 나오는 코미디언 곰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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