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냇배너 _ 膳物 본문
*어벤져스 2 네타 有
"아얏!"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타샤는 재빨리 바닥에서 방금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을 빗고 있던 빗을 들어올렸다. 검은색에다 반달모양을 한 빗의 중앙의 이 두어개가 덜렁덜렁거리며 어서 자신을 떼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는 안타까워하며 조심스레 빗을 휴지위에다 올렸다. 흰색 바탕에 반달모양을 한 검은색 빗의 머리부분에는 이국적인 꽃 그림이 은으로 상감되어 있었다. 언젠가 빗을 선물한 사람이 꽃의 이름을 알려주어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커다란 붉은색 꽃잎 가운데에 노란 수술이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다가 크기도 큰 편이라, 꽤나 당당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꽃잎이 새겨져있는 빗의 크기는 그녀의 손바닥만했는데, 가끔씩 생각이 날때마다 그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이 빗이 빗 치고는 고가품이어서 그런 것일까. 나타샤는 빗을 버릴까 말까 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의 화장대 위에 올려져있던 얼레빗은 한국에 잠시 출장을 다녀왔던 누군가가 선물로 사온 것이었다. 그의 신체적인 문제때문에 허가가 나지 않겠다 싶어서 전전긍긍한 것을 알아줬는지, 다행히 그는 무사히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다. 중간에 관광도 다녔는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들 몇개와 오렌지가 들어갔다는 초콜릿-어느 지역의 특산품이라는-, 그리고 이 빗을 선물로 사왔다. 남자들에게 주는 선물은 생각보다는 형편이 없었기 때문에 토니가 그를 향해 무어라 불평을 쏟아냈지만, 그는 버릇처럼 짓곤 하던 사람좋은 미소로 를 지으며 그쪽도 전에 사온 선물이 마음에 안들었다면서 비꼬았다. 나타샤는 선물을 받자마자 상자 크기에 비해 가벼운 무게에 놀랐다. 고맙다며 간단히 인사를 한 뒤, 방에서 선물을 꺼내었을 때엔 너무나 의외라서 더더욱 놀라고 말았다. 상자를 열자 가죽케이스가 보였고, 그 가죽케이스 안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빗이 들어있었다. 반달모양을 한 나무빗은 사실은 장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물건으로, 빗 치고는 상당히 고가품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그녀는 선물을 준 사람으로부터 이런 비싼 선물을 받을거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기에,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칭찬을 했다.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카락을 빗어보니 역시나 좋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그녀는 그 빗을 애용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물을 준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그가 생각나는 날이면 그 빗을 꺼내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빗었다. 두피에 닿는 나무의 감촉,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어내리면서 느껴지는 적당한 긴장감, 그리고 그 사람의 모습. 머리를 빗는 그 순간동안에는 그에 대한 생각을 마음껏 떠올릴 수 있었다. 빗을 빗고 떨어져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다시 빗을 케이스에 넣는 그 순간을 그녀는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이가 나가버린 빗의 AS가 가능할까, 하고 고심하면서도 버릴까말까 하는 선택지를 계속해서 헤매었다. 선물을 준 사람은 이제 그녀의 곁에 없다. 그는 세상의 시선을 피해 어딘가로 달아나버렸고, 여태까지 그녀가 행방을 찾았지만 그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죽을때까지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그가 돌아올 가능성도 적었다.
"....접어야하나."
그녀는 조심스레 빗의 양편을 잡고는 손에 힘을 주었다. 이대로라면 빗은 아주 가볍게 반으로 부러지고 말 터였다. 그러면 자신의 마음도 그렇게 쉽게 부러지는걸까. 그 생각에 이르자 나타샤는 빗을 다시금 휴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가죽케이스 안에 빗을 넣었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한숨을 내쉬며 상자안에 넣고는, 그 상자를 서랍 깊숙이에 넣었다.
오늘 빗의 이가 나간 기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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