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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laby of Birdland 6. 본문

AVGS/Lullaby of Birdland(完)

Lullaby of Birdland 6.

rabbitvaseline 2016. 1. 31. 22:00




신년을 기념하는 파티였다. 평소 A타워에서 여는 파티와는 다르게 미국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말리부 저택에서 한해의 마지막을 보자는, 가히 토니 스타크답지 않게 낭만적인 기획이었다. 그는 주최자와 함께 미리 저택에 가 있었고,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퀸젯으로 말리부까지 이동했다. 그들은 져가는 해보다 먼저 저택에 도착하였다. 나타샤, 그녀를 보자마자 남자는 반갑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짓고서는 샴페인잔을 건네었다. 태양은 그 커다란 몸을 우아하게 천천히 바다속으로 눕혔다. 그 모습에 아름다운 자태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곧 해가 떨어지는군요."

", 착한 어린이는 잘 시간이에요."

그녀는 근처에서 꼬깔모자를 끼고서는 끼익거리며 기웃거리던 더미를 흘낏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 말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네요, 자장가를 불러줄 시간이에요."



▒ ▒ 



"또 그 노래에요?"

허름한 담요를 뒤집어쓰고 자장가의 바닷속을 떠다니고 있던 그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제 눈앞에는 붉은 머리카락과 얼굴에 먼지가 붙은, 매우 아름다운 여자가 제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나타샤, 그는 힘겹게 미소를 짓고서는 나지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피곤하지 않아요?"

그 말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였다. 그녀의 아름답다고 칭송받아야 할 얼굴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녀의 얼굴에 생채기를 낸 것은 바로 그 자신이라는 것을, 그는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잘 안되던걸요."

"그러길래 그런 무모한 작전은 안된다고 말했잖아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녀는 헐크에게 다가가 교감을 시도하였다. 몇달 전, 헐크의 손가락에 박힌 나무조각을 제거했던 사건을 기점으로, 어벤져스는 베로니카와는 별도로 다른 시각에서 헐크를 다루려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맹렬히 반대하였다. 하지만 그가 반대한다고 해서 그녀가 빅가이-어느새 이런 별명까지 붙였다.-와 대화를 시도하는 작전을 포기할 사람은 아니었다. 2개월, 둘이 같이 임무에 나서는 2개월만에 그녀는 다시금 헐크에게 말을 걸었다. 그 전의 임무에서 그녀는 헐크에게 얻어맞아 오른팔이 부러졌었다. 오늘은 다행히도 모래만 뿌려서, 그나마 생채기가 나는 것으로 끝났다.

"다음에는 잘될 거에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순간 속에서 무엇인가가 울컥 하고 솟아오르려 했다. 그는 어렴풋이 헐크를 접하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짙푸른 시선속에서, 조심스레 다가오던 그녀의 몸은 평상시와 달리 매우 떨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아직까지도 헐크의 습격으로 인한 PTSD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모한 사람, 하지만 그 소리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었다. 사실은 그도 이런 말도 안되는 작전에 작게나마 희망을 걸고 있었다.

"다른 노래 듣는 건 없어요?"

"..좋아하지 않아서요, 요즘 노래들은 다 시끄럽기만 하고."

"그거는요?"

"...이건 그냥... 그런 것들과는 조금 달라요."

그는 그녀에게 눈을 맞추고는 담요 속으로 더욱 깊이 몸을 묻혔다. 그 모습에 자기도 편해졌는지 그녀도 편하게 앉아서 그에게 눈을 맞추었다.

"...나도 한번 듣고 싶어요."



▒ ▒ 



선명한 초록빛 눈동자에 마치 물에 잉크를 떨어뜨린 것처럼 갈색이 흐느적거리며 퍼져갔다. 손가락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상대방의 몸짓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맞대기 전, 일몰을 보고서는 예전에 그가 말했던 대로 해가 져간다고 말하였다. 그저 자신의 긴장을 풀기 위한 농담이었을 뿐이었다. 분명 이번에도 어떻게든 그녀는 공격을 당할 것이고, 그녀도 그것을 예상하고는 공격을 피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공격은 없었다. 언제나 대화를 시도하면 나타나는 당황해하는 눈을 짓다가, 다른 때와는 달리 상대방은 숲속으로 급히 몸을 숨겼다, 아니 숨기려 했다. 나무 둥치에 걸려 몸이 크게 무너졌다. 브루스! 그녀는 곁에 있던 담요를 들고서는 그에게 달려갔다. 초록색 피부가 점점 색깔을 잃어갔고 몸은 점점 작아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는 고통에 겨운지 온 몸을 꿈틀대었지만 끝내 입을 열어 신음소리를 내뱉는 일만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급히 그의 몸을 담요로 덮고서는 품에 안았다. 이제는 아주 작은 실오라기만한 초록빛만이 남은 눈동자와 그녀의 눈이 마주친 순간,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이 남자를 사랑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그가 '' 노래를 듣는 일이 사라졌다. 그녀는 그 때가 어느때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차마 도망치지 못하고 자신의 앞에서 야수에서 왕자님으로 돌아오던 순간, 그 순간부터 그의 헤드폰에서 그 노래가 사라졌다. 대신 그는 헤드폰을 머리깊이 눌러쓰고는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는다던 클래식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주로 듣는 음악은 주로 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리아였다. 그녀와 헐크 사이의 교감을 멤버들은 자장가라고 불렀다. 그가 듣곤 했던 노래를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어서, 둘 다 아무 반박도 하지 않고 그 용어는 내부에 스며들었다.



▒ ▒ 



"이제 슬슬 해가 질 시간이에요."

햇빛에 붉은색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차가운 바람이 괴물의 뺨을 스쳤다.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괴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매우 시끄럽게 방안에 울렸다. 소음과도 같은 소리에 배너는 급히 어렴풋이 헤매던 꿈속에서 벗어났다. 머릿속에서는 음 하나 가사 하나까지 외울 정도로 지겹도록 매달렸던 그 노래가 퍼지다가 이내 스르륵 새들의 울음소리에 가려 희미해졌다. 방 안은 등불로 인해 햇빛이 필요없을 정도로 밝았다. 그 덕분에 그는 제 앞에서, 소파에 얼굴을 기대고 잠들어있는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떠오르는 일출을 닮았다고 생각하여 좋아했던 짙은 붉은색 머리카락, 숱이 많아서 놀랐던 속눈썹, 아름답지만 강인함을 품고 있는 얼굴 매무새에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는 나타샤 로마노프가 잠들어있는 모습을 전에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와칸다에서 난동을 부리고 도망쳐 바튼의 집에서 잠시 머물렀을 때, 나타샤가 자신의 마음을 그야말로 바닥까지 속임없이 드러냈을 때였다. 마녀의 정신공격에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가버렸던 그녀를 애써 달래 재우고는, 말도 못하는 번민에 차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제야, 그제야 그는 그동안 그녀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의 의미와 토니가 장난스레 내뱉었던 말들의 진의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차마 말로 내뱉기도 힘든 죄책감에 짓눌렸다.

“...브루스?”

나타샤의 잠긴 목소리에 그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과 나타샤의 손이 연결되어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급히 얼굴을 붉혔다.

“..., 미안해요.”

그는 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행히도 잔당들은 돌아간 모양이었는지, 창밖에는 아침일찍 우유를 배달하는 배달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보았다. 5시가 살짝 넘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는 불편한 자세로 잤던 것이 매우 피곤했던지, 어깨와 목을 이리저리 돌려댔다. 뚜둑, 거리는 소리가 몸에서 흘러나왔다.

“...좋은 아침, 나타샤. 이렇게 일찍 일어난 것도 오랜만이군요.”

평소에는 해가 뜨기 직전까지 연구를 하다 낮이나 되어서야 일어났다. 타워에서 일하던 버릇이었다. 그는 이 곳에 오고난 후로, 이렇게 해가 막 뜬 직후에 일어난 적이 없었다.

원래라면 자고있을 시간 아닌가요?”

아님 아예 잘 시간이죠...”

나타샤는 스트레칭을 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오후쯤에 다시 경찰서에 들러 사정청취를 해야 했다. 그 전에 쓰레기의 잔당들이 다시 올 가능성이 있었다. 어쩌면 브루스 배너가 자신의 방에서 잤다는 것을 알고서는 관계를 오해하고서는 배너를 건드릴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상황은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어떻게든지 가 깨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우리에 대한 소문이 퍼졌을 거에요, 의사선생님.”

배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방안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새들마저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울음소리도 그쳐있었다. 그녀는 창문을 닫고서는 배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들이 당신을 건드릴 수도 있어요. 그건 당신이 가장 원하지 않은 상황이죠.”

그들은 나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요. 올두르에게 인슐린을 제공하는건 나에요. 내가 없으면 두목이 죽는 셈인데, 어떻게 나를 건드리겠어요?”

“...인슐린을 달라고 당신에게 빌지는 않겠죠. 게다가 당신은 협박까지 당하고 있잖아요.”

그 말에 배너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경찰에 붙잡히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 틈을 파고들어 빠져나올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 정작 두려운 것은 자신의 몸에 가해질 폭력이었다. 약을 얻으려고 자신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그는 오두막이 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벌써 약을 빼돌렸을지도 몰랐다. 그가 사는 오두막은 어벤져스 타워와는 정반대로 어떤 보안시설도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나타샤는 배너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걱정이 되면 가보는게 어때요? 거기엔 약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녀가 말하는건 그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진행되었던 연구에 관한 자료들이었다. 그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은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라고 단답했다. 주눅들어있던 모습에서 그 순간만 자존심을 내보이고 있어, 지켜보는 그녀의 입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게다가 당신 말대로라면 나를 건드리려고 기다리고 있지 않겠어요? 맞아요, 당신이 원하는대로 되었네요, 나타샤. 내가 이 호텔방을 나가는 순간, 이 섬에는 내가 당신과 잤다고 소문이 날테니까요. 사랑하는 여자를 따라서 섬을 나간 남자의 이야기가 퍼지겠죠. 역시 스파이였던 경험을 잘 살리고 있네요.”

한층 비꼬는 말투에 살짝 심기가 불편했지만 그녀는 능숙한 스파이답게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같이 가주겠다고, 마치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박사에게 유혹하듯 말하였을 뿐이었다. 시간은 아직 새벽이라고 부를 시각이었고 오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아마 배너의 자전거를 빌린다면 금방 다녀올 수 있으리라. 배너는 대답대신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가발을 그녀에게 건네었다. 그의 표정은 상당히 떨떠름해보였지만 생각의 수가 그다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가발을 뺏어들고는 급히 욕실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점차 바깥에서 달궈진 공기가 실내를 덥히고 있었다. 그는 공기가 불쾌해졌는지 기침을 내뱉고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 좁은 섬 안에서 나타샤의 눈을 피해 숨는 건 상당히 요원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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