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Lullaby of Birdland 10. 본문
메리켈의 말로는 성당에서 접선지인 성녀의 나무까지는 빠른 루트를 통해 걸어서 약 1시간 반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접선은 3시간 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배너는 급히 간소하게 짐을 꾸리고는 사제관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가니 새소리가 시끄럽게 그의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나타샤와 메리켈은 벌써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요셉은 그들을 담담히 바라볼 뿐이었다.
“브루스, 이제 가요. 고마웠어요, 신부님. 부디 신부님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게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당신들의 행복을 빌어야겠지요. 부디 주님의 은총이 내려주시길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무엇 도와줄 것은 없는지요?”
“아뇨, 이젠 괜찮은것같아요.”
나타샤는 흐뭇해하며 미소를 짓다가 배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작은 가방을 잡고 있는 손이 순간 무거워졌다. 한발자국 밟는 것도 이상하게 너무 힘들었다. 아, 배너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조로 지어진 작은 사제관 뒤편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초록의 숲이 펼쳐져 있었다. 익숙한 공기, 사랑해마지 않았던 이 대지와 곧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타샤는 배너의 막연한 불안감, 망설임을 읽었는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마치 자장가를 불러줄 때처럼 눈을 맞추며 조용히 속삭였다.
“약속했어요, 절대 당신을 혼자 있게 하진 않을거에요.”
나타샤의 목소리는 습기에 가라앉아 있었다. 배너는 그 목소리가 어쩐지 너무 안타깝고 사랑스럽게 들려서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와 악수를 나누고 간단하게 포옹까지 마치고 나서야, 배너는 사제관의 마당을 나설 수 있었다. 요셉은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전히 발걸음은 무거웠다.
성녀의 나무를 향해 가는 길은 이전에 갔던 길보다는 험했다. 메리켈은 험하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루트를 정했노라고, 자신도 숨이 차도록 빠르게 걸으면서 말했다. 나타샤는 그런 메리켈의 걸음을 따라가며 주위를 살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혹시라도 쓰레기의 일당들이 달라붙는다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 펼쳐질 터였다. 배너는 다행히도 섬에서 돌아다니는 생활을 통해 오히려 체력이 전보다도 강해져 있었다. 그는 가끔씩 숨을 골랐지만 무리 없이 메리켈과 나타샤를 따라갔다. 밤에 내린 비의 영향으로 이미 땅바닥은 진창길이었고, 그들이 신고 있던 신발은 이미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새소리와 벌레소리가 시끄럽다못해 귀를 찌를 정도로 숲안에 울려퍼졌고 물기가 어린 나뭇잎들과 풀들이 그들을 스쳐가, 비에 맞은 것도 아니면서 옷도 젖어버렸다. 메리켈은 커다란 칼로 나뭇가지와 커다란 잎을 쳐내면서 앞을 향해 걸어갔다. 만약 무사히 이 길을 나간다면, 자신들은 퀸젯을 만날 것이다. 그렇게 무사히 나무에 도착한다면- 해는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제 비가 그렇게나 내렸던 것을 비웃는 듯이 숲에 열기를 더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햇빛 자체는 울창한 잎들에 가려져 닿지는 못했다. 셋의, 지친 숨소리가 숲에 울렸다. 나타샤는 틈틈이 뒤에서 따라오는 배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배너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면서도 미소로 화답했다. 그 미소를 바라보면서 걷다가 갑자기 나타샤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녀는 재빨리 걸음을 멈추고는 배너와 메리켈을 향해 손을 뻗으며 움직이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누나? 갑자기 무슨-”
나타샤는 아이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어깨를 붙잡고는 정글바닥으로 밀어넘어뜨렸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아이의 눈이 크게 뜨이기도 전에 날카로운 총성이 숲안에 울렸다. 갑작스런 총성에 새들과 작은 짐승들은 저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숲에서 벗어났고, 이제는 벌레조차 숨을 죽인 정적만이 숲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타샤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고서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였다. 공격을 가한 총의 총성음으로 보아 아무래도 단순한 공기총인 것 같았다. 기관총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급히 몸을 숙였다.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며 미세하게 풀이 스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명은 아니다,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니다. 대략 셋에서 네명정도의 사람들, 공기총으로 위협사격을 가한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총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휘이익, 익숙하다못해 소름이 끼치는 휘파람소리가 자그맣게 울렸다.
올두르-, 다시금 총성음이 울린다. 그녀는 재빨리 배너를 바라보았다. 배너도 몸을 낮게 숙이고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거람, 혹시라도 메리켈을 미행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우연히 우리들을 보았거나. 하지만 나타샤는 그들이 자신들을 찾아낸 이유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었다. 우선은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평소대로라면 이정도의 인원은 제압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적들이 잘 보이지 않는 숲속인데다 어린아이와 핵폭탄이라는 혹이 두 개나 달려 있었다. 그녀는 급히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풀었다. 배너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서만은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그녀도 어떻게든 그의 앞에서라면 살인만은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오히려 봐주었다가는 메리켈과 자신은 총알받이가 되고, 배너만이 홀로 살아남아 날뛸 것이 분명했다. 젠장, 그녀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뒤 메리켈에게 빨리 배너에게 가라고 조용히 말하였다. 아이는 애써 울음을 참으며 배너에게 달려갔다. 장전하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휘파람 소리가 점점 더 거세졌다가 삑사리를 내고는 멈추었다.
“어때?”
당장에라도 악취가 느껴질만한 말투였다. 느릿한 걸음걸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시 쓰레기가 입을 열었다.
“응? 어떠냐고 씨발년아!”
배너의 옆에 있던 나무에 총알이 박혔다. 배너는 아이를 품에 안고는 그대로 바닥에 몸을 숙였다. 나타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할 틈이 없었다. 더더욱 화가 치밀어오르는지 올두르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녀는 소리가 나오는 진원지를 주시했다. 장전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그곳을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끄억, 하는 굉음과 함께 둔탁한 무언가가 축축한 땅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경악에 찬, 그러나 난폭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숲에 울렸다.
“씨발, 저딴 년 하나 못하고 뭐하는거야? 이 개자식들아!”
올두르의 말과 함께 남자 셋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구의 남자의 손에는 커다란 쿠크리칼이 들려있었고, 나머지 둘은 파이프같은 간단한 둔기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우선 배너와 메리켈의 무사를 살핀 뒤,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남성의 오른손을 뒤로 젖혔다. 고통에 몸이 무너지자 곧바로 칼을 되잡아 그의 배에 찔렀다. 남자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함께 복부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그녀가 파이프를 든 남자들을 향해 몸을 돌리자 총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 눈앞에 있는 남자들이 갑작스런 동료의 죽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새를 틈타 그녀는 재빨리 시체를 방패삼아 총이 날아온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사수의 얼굴과 몸이 눈에 익혀지자마자 그곳을 향해 총을 쏘았다. 총알은 사수의 왼쪽 안구에 정확히 명중하였다. 남자는 제 눈을 붙잡을 새도 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시체와 쿠크리를 버린뒤, 그녀는 재빨리 파이프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땅딸막한 남자를 향해 총을 쏘았다. 남자가 넘어지며 빗나가자 혀를 차며 곧바로 달려가 남자의 목에 위도우스 바이트를 갖다대고 전류를 올렸다.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걸 보며 그나마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찰나, 등 뒤에서 끄어억 하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나타샤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한손에 파이프를 들고 있던 사내가 파이프를 들지 않은 손으로 반대편 어깨를 붙잡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부근에서 검붉은 피가 민트색 하와이안 셔츠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 뒤에는-
“브루스?”
배너의 손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아이가 들고 있던 커다란 칼이 들려 있었다. 꽤나 무디다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절삭력은 있었는지 피가 나오는 시간이 심상찮았다. 배너의 얼굴은 피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사람을 공격했다는 충격 때문이지 하얗게 질려있었고, 도저히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을 앞에 둔 사람처럼, 두 발이 떨리고 칼을 들고 있던 팔은 빠르게 내려갔다. 경악과 분노에 차, 배너의 공격을 받은 남자는 곧바로 그를 향해 파이프를 내려쳤다, 아니 내려치려고 했다. 파이프를 높게 든 팔은 총성음과 함께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나타샤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남자의 뒤통수에 댔던 총을 거두었다. 그리고 배너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뇌수와 피가 그의 얼굴을 적신 모양인지, 회백색과 검붉은색이 그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장식하고 있었다. 급격한 충격으로 동공이 축소되고 눈동자에는 초록색이 아른거렸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그를 품에 껴안고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괜찮다고, 곧 돌아갈거라고, 이 모든 악몽은 끝났노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무기를 버리고 그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그녀의 눈가에 가증스러운 쓰레기의 모습이 어렸다. 올두르는 수풀에 몸을 숨기고 벌벌 떨고 있는 아이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고 있었다.
“메리켈!”
두려움에 땅에 머리를 박고 있던 아이의 얼굴이 순간 들어올려졌다. 나타샤는 재빨리 올두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명중한 무릎이 꺾인다. 다시 한번, 총성과 동시에 다른 한쪽 다리마저 무너져내렸다. 제 앞에서 쓰레기가 쓰러지자 아이는 비명과 흐느낌이 가득한 소리를 내지르며 배너에게 달려갔다. 아이가 달려오자, 그제서야 배너는 정신을 차리고는 힘껏 아이를 안아주었다.
“하아... 하...”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온갖 신경을 집중했다. 근처에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보스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렇게 단결력이 좋은 집단이라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그녀의 머릿속에서 엔돌핀이 미친 듯이 폭주했다. 나타샤는 제 다리를 붙잡고 신음을 내지르고 있는 올두르를 보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배너는 패닉에 빠진 메리켈을 진정시키고 있었고, 그들의 주위에는 장정 다섯이 쓰러져 있었다. 한명은 그나마 기절로 끝났지만, 나머지 넷은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다시 나타나면 어떻게 해준다고 했지?”
노리쇠를 당기는 날카로운 소리가 숲안에 울려퍼졌다. 올두르는 어느새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고래르 저으며 제발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지만, 나타샤로서는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이대로 올두르가 살아돌아간다면 자신이 벌인 난동이 쉽게 밝혀질 것이고, 그로 인해 메리켈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었다.
“싫어!”
끝내 기어가면서까지 도망치려하자, 그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최악으로 끝나게 할 줄이야, 그녀의 가슴에 분노가 일었다.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기만 한다면, 그렇다면 저 사랑스러운 아이는 무사히 마을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나타샤.”
그녀의 팔을 붙잡은 것은 배너였다. 그는 당황해하는 나타샤의 손에서 억지로 총을 빼앗고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그만해요.”
“무슨 소리에요? 저 인간이 돌아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잘 알고 있잖아요? 메리켈은 어떻게 하고요?”
“충분해요,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건드리지는 못할거에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요.”
“이제와서 히포크라테스?”
“당신이 약속했잖아요, 이녀석을 감방에 집어넣겠다고. 그걸로 된거에요. 그걸로 충분해요.”
“브루스!”
배너는 한켠에서 몸을 떨며 두려워하던 메리켈을 다시 품에 안았다. 선생님? 아이는 패닉에서 벗어나 차츰 진정하고는 있었으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불행히도 나타샤가 벌인 살육의 장면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과 귀에 담은 모양이었다. 아이는 배너의 얼굴에 가득 묻은 피를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미안, 메리켈.”
배너의 목소리는 여느때보다도 부드럽고 안타까웠다.
“이제부터는 네가 올 수 없어. 정말로,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부탁해, 마을 사람들을 불러와주렴.”
메리켈은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배너의 말은 이제 메리켈의 동행은 끝났다는 선언이었다. 아이는 배너의 품 너머로 힐끔 나타샤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이 그렇게나 형편없이 헝클어진 꼴이 못내 아쉬웠다. 그녀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지어졌다. 미안해, 그녀가 내뱉는 말을 알아듣자마자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선생님, 에이프릴.”
아이는 애써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서는 급한 발걸음으로 마을쪽으로 달려갔다. 숲 너머로, 아이의 키를 넘어서는 풀이 자라있는 진흙탕속으로, 초록이 시리다못해 지겹기까지 한 숲속으로 아이의 모습이 사라져갔다. 메리켈이 사라지자마자 배너는 마치 쓰레기를 바라보는 눈으로 올두르의 복부를 발로 가볍게 찼다. 퍽퍽, 마치 다 마신 음료수캔을 발로 차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몇 번 공격이 이어지다 기절하기 직전인 올두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쓰레기의 사타구니를 발로 꾸욱, 나타샤가 봐도 처절하고 듣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게 발로 밟아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올두르가 배너의 발을 손으로 붙잡고 기절할때까지.
“...이제 이놈이 나쁜 짓을 쉽게 할 수는 없을거에요.”
“..차라리 죽이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나타샤는 배너를 향해 손수건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배너는 급히 제 얼굴과 몸에 달라붙은 피를 닦아내었다.
“왜 아까 공격했던거죠?”
“네?”
그녀는 턱으로, 배너가 칼을 내리쳤던 상대의 시체를 가리켰다. 아, 그는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메리켈을 보호해야 했어요. 그렇게 되도 않는 무기를 들 것이 아니고-”
“그렇지만 그 인간이 당신을 공격하려고 했어요.”
“알아요, 알고 있었어요! 곧바로 죽이려고 했어요.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잖아요.... 난 당신이 언제나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했는줄 알았는데...”
“...도망칠 수 없었어요. 나타샤, 당신을 두고 도망칠 수 없었어요.”
나타샤는 고개를 돌려 메리켈이 가리켰던 방향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타샤! 배너가 애써 불러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도, 어떤 말을 내뱉지도 않았다. 감격에 젖어 환희에 가득찬 얼굴을, 어쩐지 들키기에는 부끄러워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배너는 그녀의 뒤를 쫓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전투가 끝난 것을 알아차렸는지 다시 새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것이, 마치 음악소리같아서 그녀는 더더욱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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