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둠데 전력 _ 알렉스레니 _ 그의 별가루 본문
질식사
이건 그렇게 괴롭지는 않아요, 약을 먹고 잠에 들면 천천히 죽어갈겁니다, 그저 잠을 자는거라 생각하면 될거에요. 할로윈에서 만난 검은 고양이는 바퀴모양의 검은 덩어리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고양이는 어두워서 그로서는 눈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매대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이것저것을 꺼내어왔다. 먼지쌓인 약들이 그와 검은 고양이 사이에 펼쳐졌다. 이건 꿈을 꾸게 해주는 환약이죠, 원하는 시민을 볼 수 있게 도와줄겁니다, 이건 엄청 괴롭게 죽는 숯입니다, 다들 마법적인 처리를 한 것들이죠. 그러자 그는 정말로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이 환약이랑 이 숯을 동시에 쓰면 어떻게 되죠. 검은 고양이는 살짝 야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의 멀어버린 한쪽 눈가가 기묘하게 씰룩거린다. 악몽을 꿀겁니다, 여태껏 꿔보지 못했던 악몽을 말이죠, 정말로 너무나도 싫은 시민이 있다면 그런 방법도 괜찮겠군요. 그는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었다. 제시한 액수보다 많은 금액에 고양이는 너무 많이 받아도 골치아프다고 손사레를 쳤다. 그러자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많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일이 터지고나면 여기도 타격이 갈겁니다. 변호사다운 상냥함에 검은 고양이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았다. 그는 차라리 살아있는 것이 더 괴롭게 만들어준다는 숯과 꿈을 꾸게 해준다는 환약을 조심스레 가방에 넣었다. 검댕이 서류에 묻을 터였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서류도 내일이면 단순한 종이조각으로 변할 터였다. 아니, 그것도 너무 살아있는 시민의 생각일 것이다.
어차피 나는 내일 죽어있을테니까.
한 달 전에는 유언장을 수정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이 그의 삼촌들에게나 형제에게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동생이나 조카에게도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는데, 그것은 그나마 그에게 남아있던 미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언장도 수정했다. 변호사로서 유언장을 조작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정말로 동생에게 전재산을 물려줄 생각이었고, 그는 변호사로서 일부분의 재산을 제외하고는 전부 형들에게 돌아가도록 수정했다. 자신이 여태껏 쌓아놓았던 재산들은 할로윈에서도 열악한, 어느 보육원으로 흘러들어가도록 설정했다.
알렉스는 그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것이 그가 쌓아놓은 전재산을 기부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사실 고양이에게서 산 약은 한가지가 더 있었다. 몸을 마비시키는 약으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정신만은 멀쩡하게 만들어주는 약이라고 했다. 그렇게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약까지 주문한 이유는, 어떻게든 괴롭게 죽이고 싶은 상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상대를 떠올리며 다시 엑셀을 밟았다.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계획이 바뀌었고,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는 어린 아이가 그러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래도 사랑했잖아, 너의 아버지였잖아. 그럼 그는 그런 어린 아이의, 철없는 소리에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난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미 알렉스가 죽어버리고나선 그를 사랑할 수 없게 되었노라고, 브레이크를 고장낸 녀석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아 그런 짓을 했는지를 알고나서부터는 이미 부자관계는 끝났노라고. 이미 윤리를 담당하는, 즉 시민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생각은 그 사실을 알고나선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이미 그의 손은 충분히 더럽혀져 있었다.
의외로 살민은 그렇게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 사실을 듣고 나서는 고장낸 녀석들에게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다만 그가 풀어준 곳은 망망대해의 가라앉는 뱃속이었다. 배가 무사히 가라앉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오히려 기뻐하며 술을 찾았다. 그러니 두 번째든 세 번째든 어차피 그에게는 똑같을 것이다. 아니지, 세 번째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가 애용하던 서재에서 같이 숨이 막혀 죽을 것이었다.
알렉스의 시신은 축 젖어있었다. 검은 고양이를 완벽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널려있었고, 익사도 그 중 하나였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안에 갇혀, 알렉스는 천천히 남은 3개의 목숨을 소진했다. 시신을 끌어안자 그렇게나 싫어하던 물비린내가 났다. 너는 물에 빠져 죽는걸 무서워했다. 그는 알렉스를 품에 안고 미친 듯이 오열하고 또 소리쳤다. 그리고 그의 사랑하는 검은 고양이를 죽인 자들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마법을 잘 쓰지 못하는 시민이 상대방을 저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마법을 쓰는 자들을 고용하거나, 혹은 인간계의 마법을 쓰는 자들을 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사실 저주라는 것도 마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물리적인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말했던, 가라앉는 배에 갇히게 하는 것도 훌륭한 저주 중 하나였다. 결론은 어떻게든 상대를 죽이고 싶은 살의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살의는 날개를 달고서는 계속해서 어떻게 죽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에게 할로윈에 가서 약을 사라고, 아주 끔찍한 방법으로 아버지를 죽이자고 말한 것도 그 살의였다. 그래도 아버지를 사랑했잖아. 다시 어린 아이가 나타나서는 아버지를 두둔한다. 아버지는 네가 유성애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을 뿐이야, 하지만 넌 포기할 생각을 안했으니까. 그럼 살의가 나타나서 다시 어린 지옥개를 죽이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게 날 위해서는 아니었어.
그게 날 위해서는 아니었잖아요? 그는 슬픈 눈을 지었다. 아버지는 무어라 말하고 싶을테지만 이미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성대든 입이든 어느것이든간에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그건 그의 아들도 마찬가지라서, 그가 반쯤은 내버려두었던, 하지만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 셋째아들은 냉담한 표정을 짓고는 차가운 벽난로의 구멍을 막았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어요, 아버지, 난 아버지에게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의 피는 그 어느때보다도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이 흥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당장에라도 알렉스를 만날것이라 생각하고 기뻐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지옥개의 피는 이런 순간에까지 냉담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걱정마세요, 아버지, 난 아버지가 물속에 빠져 죽게 하진 않았잖아요. 그보다도 더 괴롭게 죽일 생각이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미 그의 눈은 경악에 가득 차 있었다. 어쩌면 아버지는 청부했던 자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그냥 흘려들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믿고 있었던 걸수도 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아버지는 곧 죽을텐데.
마지막이니만큼 장작은 아주 예쁘게 쌓았다. 서재 책상에 있는 종이에는 아버지의 사인이 가득했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아무 꼬깃꼬깃 예쁘게 뭉쳐서 벽난로 안에서 집어넣는다. 이윽고 지옥불로 불을 붙이니 아버지의 눈이 가느다랗게 흔들렸다. 차마 감지도 못해서 붉게 충혈되고 눈물이 흘러나오는 눈을 보니 그의 심경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심했잖아. 살의가 그의 주위를 돌면서 어서 가방을 열라고 종용했다. 그건 맞아. 그는 조그맣게 중얼거리고는 별모양의 숯을 꺼내었다. 이미 연기는 방안에 가득 차고 있었다. 아버지의 몸은 반사적으로 기침을 해대며 이물질이 폐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렇게나 바랬던 순간인데, 이상하게도 그는 기쁘지 않았다. 그저 슬픔만이, 이런 상황이 오고 말았다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 곧, 그는 사랑하는 알렉스를 만날 수 있을 터였다.
그것이면 충분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야. 그는 별가루가 담긴 봉지를 통째로 불속으로 집어넣고선 급히 환약을 삼켰다. 그리고 애써 환약이 녹기도 전에 서재 한편에 있던 카우치에 누웠다. 괴로운 연기가 서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연신 기침을 해대며, 그렇게 매우 괴로워하며, 악몽 속에서나마 그를 맞이할 알렉스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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