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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DOOMSDAY CITY

알렉스레니 _ 9번의 생일

rabbitvaseline 2017. 5. 3. 19:03



이틀동안 숙성했다는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썰다가 알렉스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드레스코드가 엄격하기로 소문났지만 실력 또한 그만큼 소문난 레스토랑에서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냐는 연인의 푸념소리가 떠올랐지만, 사실 더욱 더 맛있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연인을 만나기 전까지 이런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경우래봤자 1년에 단 한번, 즉 자신의 생일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일에 관한 생각에까지 옮겨가게 된 것이다.

생일이 이 세상에 태어난걸 기념한 날이라면 검은 고양이는 생일이 9개겠네?”

과연 스테이크를 부드럽게 잘렸고 핏기가 가시지 않은 고기는 탄력이 넘치면서도 혀를 즐겁게 해주면서 목 너머로 넘어갔다. 알렉스는 완벽하게 육즙을 사로잡은 기술에 감탄하며, 차마 수다를 떨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러다 자신의 상대편에서는 나이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레널드는 난감한 표정으로 와인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얼핏보면 불쾌한,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격앙된 표정에 알렉스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검은 고양이로서는 웬만하면 볼 수 없는, 정말로 레널드가 화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레널드 자신도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만은 평온을 가장했다. 그는 고기에 손도 대지 않고는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제발 그런 얘기만은 하지 마. 너는 어떤지 몰라도 난 정말로 불쾌해.”

이미 입맛이 다 떨어졌는지 나이프와 포크를 십자모양으로 겹쳐놓고는 그는 다시 와인을 입에 넘겼다. 분위기는 이상해져가고 있었다. 평소대로였다면 분명 알렉스는 레널드가 불쾌하다고 한 점에 의문을 표하며 언성을 높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도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레널드가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레널드는 의료반 다음으로 알렉스의 시신을 확인했다.

“...미안해.”

그러니 이런 날에는 무작정 사과하는 것이 답이었다. 레널드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엑스자로 겹쳐진 포크와 나이프를 원래대로 돌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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