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NDALIEN
비전완다 _ 트위터썰 정리 _ Check 본문
시빌워 스포주의!!!!!
체크, 말을 앞에 둠과 동시에 비전의 입에서 위기를 알리는 말이 건조하게 튀어나왔다. 그는 살짝은 흥미가 동하고, 살짝은 지친 눈으로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토니를 바라보았다. 토니 스타크는 약간 당황했던지 헛기침을 내뱉은 뒤에 다음 수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비전이라는 안드로이드는 이상하게 체스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셋을 제외한 모든 어벤져스 멤버가 떠나기 전, 토니가 저택 창고에서 갖고 왔다는 체스판과 말은 그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소일거리가 되었다. 간식, 식사, 술내기를 하기에는 적당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완다와 비전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험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구입한지 20여년은 된 고급 체스세트는 그들이 자주 모이던 홀의 테이블을 차지하게 되었다.
승률이 제일 좋은건 역시나 토니였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체스챔피언을 한 적이 있다고 자랑하며 모두를 눌렀다. 그 다음이 나타샤였고 로디와 스팁, 샘은 모두 고만고만했기에 내기를 빙자하여 체스를 즐기는건 언제나 셋의 일이었다. 뉴욕에 와서야 처음 체스를 배운 완다는 생초보로 시작했다가 이제야 간신히 샘을 상대로 몇번 이기는 형편이었다. 제일 못하는건 의외로 비전이었다. 물론 그는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니 내기의 의미는 없었다. 그는 주로 완다와 체스를 두었고 간간히 다른 멤버들과 즐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실력은 늘었으나 단 한번도 게임에서 이긴 적이 없었다. 이렇게 체스서열은 자연스레 정해지고, 주로 비전과 완다, 중수 셋이 체스판을 점령하곤 했다. 토니는 1997년 딥블루가 인간을 이기고 인간이 컴퓨터를 못이긴게 언젠데 그 모양이냐고, 매번 졌다고 선언하며 악수를 청하는 비전을 놀렸다.
그래서였을까, 모두가 떠나고 정적과 고요만이 가득찬 홀의 소파에 나홀로 앉은 비전에게 체스를 신청했을때 묘한 승부욕에 불타던 눈이 반짝였던 것이 상당히 낯설다고 느낀 것은.
토니, 어서 두세요. 비전이 닦달을 하자 토니는 더욱 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번 게임은 평소 비전과 나누던 게임과는 달랐다. 그는 비전의 말에 계속해서 쫓기고 목덜미를 붙잡혔다. 오히려 목이 드러났다가 간신히 도망치는 모습은 그가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았다. 비전은 강했다. 토니도 더이상의 수를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역시나 인공지능이어서인가, 체크메이트가 목전에 있었다. 그는 어째서 비전이 이토록 강해졌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완다에게 매일 지던-
아.
토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비전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패자의 악수에 승자가 응하자, 그 손을 떼어놓지 않은 채 토니는 입을 열었다.
"일부러였군."
비전이 갑자기 강해진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강했던거라면. 그는 비전의 인공지능에 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인간에게 지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몇백 몇천수를 미리 읽고있었을텐데 말이다. 즉 그가 사람들에게 진 것은 스스로의 의지였다는 얘기였다. 그는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항상 비전만이라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젠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의 목소리는 착잡해보였다. 토니는 비전이 가끔씩 완다의 방에 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항상 체스를 져줄 사람은 이제 이 곳에는 없었다. 비전은 토니의 손에서부터 떨어졌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짧은 인생의 한장을 장식했던 체스말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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