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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맞아, 나 일주일 뒤에 칼버대에 가요." 나른한 아침식사를 먹고 옷을 갈아입으며, 마치 근처로 마실간다는 투로 나타샤는 말했다. 배너가 막 설거지를 끝내고 수건에 손을 닦던 차였다. "칼버요? 아, 그러고보니 거기서 친환경에너지관련해서 세미나가 열린댔죠. 토니때문이군요." 며칠전 토니 스타크가 강연주제를 뭘로 할지 고심하는 장면을 봤었다. 칼버, 떠난지 10년은 되었건만 그래도 뭔가 그립고도 간지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배너는 칼텍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는 그 곳에서 줄곧 방사능관련으로 연구를 하고 있었고, 연인과 곧 결혼을 하리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 사건으로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지만. "그러고보니 그 곳이기도 하네요.""네?" 행여나 전 애인의 이름이 나올까, 배너는 속으로 노심초사하며..
막 12월에 들어섰던 날의 일이었다. 간만에 나타샤와 함께 어벤져스 타워를 방문한 스티브는 힐과 업무를 하면서, 도대체 자신의 동료가 어디서 땡땡이를 치고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하이드라의 잔당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힐과 함께 거실로 들어섰다. 아마 연인과 있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나타샤는 평소에는 앙숙처럼 여기던 토니와 다정히 소파에 앉아 홀로그램에 띄워진 정장입은 남자를 보고 있었다. "대놓고 바람인가요?" 힐이 농담조로 야유를 하자 둘은 절대 아니라고 극렬히 부정했다. 그러면서 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둘은 어느 한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과 회의를 거친 것 같았다. 토니는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남자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토니, 도대체 무얼 보는건가?""아 마침..
아우, 미안해요. 배너는 그렇게 작게 속삭인 다음 나타샤와의 키스를 방해하던 안경을 벗어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저번에 결국 깨져버린-배너의 안경은 절대로 3개월을 버틴적이 없었다.- 안경후로 새로 장만한 노안경은 무테에 검정색 다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샤가 생일선물로 사준 것이었다. 천하의 헐크로 노안만은 막아낼 수 없던지, 그는 연구를 할 때에나 무언가를 읽을 때에는 꼭 안경을 쓰곤 했다. 하지만 이런 때에는, 그러니까 그가 나타샤와 키스를 할 때에는 안경은 필수품이 아니라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다. 가벼운 버드키스정도라면 괜찮다. 문제는 그 이상으로 나아갈때였다.나타샤는 탁자위의 안경을 흘깃 쳐다보며 괜찮다고 바로 배너의 입술 옆에서 속삭였지만 배너는 고개를 젓고서는 안된다고 낮으면서도 약간은 으르렁거..
막 잠에서 깬듯한 허스키한 목소리에 스티브 로저스는 순간 핸드폰에서 귀를 떼었다. 액정 너머로는 브루스 배너라는 문자와 함께 나타샤가 장난스레 찍었던, 자고 있는 배너의 모습이 떠올라있었다. 무슨 일이냐니까, 작게 나타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렸다. 스티브는 액정 오른쪽 위에 있던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AM 01:30. 배너라면 슬슬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그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짜증나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숨긴 채 다시금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핸드폰이 과열되었는지, 아니면 당황해서 열이 올랐는지 귀에 닿는 액정은 뜨거웠다. "아 날세, 로마노프. 지금 뭐하고 있지?" 실수로라도 나타샤에게 건 것처럼 태평하게 말하자 나타샤는 자고 있었..
"아.. 하아..." 완다 막시모프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묵직한 통증이 그녀의 뱃속에서 또아리를 틀다가 돌아다니곤 했다. 말도 안나올 정도의 통증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배게에 얼굴을 부비었다. 어느새 흘러나온 식은땀에 커버가 젖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죄없는 침대시트를 발로 밀어내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급기야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신을 놓고 싶었지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강해서, 마치 이가 난 칼로 뱃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얼굴을 붉힌채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는 쌍둥이 형제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는 가끔씩 완다의 짓궂은 장난에도 거절하지 않고 편의점에 다녀오곤 했었다.. "피에...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