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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그와 더불어 옆에 서 있던 간호사의 몸까지 덩달아 굳어지고 말았다. 마취약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들고 있던 간호사는 옷 너머 복부에 드릴이 찌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의자에 앉아서 환자의 입안 상태를 살펴보던 치과의사의 목에는 메스가 겨누어져있었다. 수많은 붉은선들이 주위를 매우 거칠게 돌아다니며 둘을 위협하자,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 수술의 주최자이자 수술대가 위치한 빌딩의 주인인 토니 스타크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젠장, 중단합시다."비속어가 나온데다 매우 떫은 표정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옆에 서 있던 페퍼 포츠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이런 일이 전에 4번이나 반복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까지 합하면 5번, 5번씩이나 수술은 마취 직전에 취소되었다. 더군..
비행기는 2시간이나 공항에 내리지 못했다. 고질적인 눈보라는 계속해서 남자가 탄 비행기를 상공에 잡아두고 있었다. 슬슬 위험할 것 같다는 기장의 말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말하였다. 그 말에 친구가 빌려주었다는 전용기는 다시금 하늘을 돌아야했다. 창밖에는 여전히 자신들처럼 착륙하지 못하는 항공기들이 갈 곳을 잃은 채 하늘을 떠돌고 있었다. 구름 아래에서는 눈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흐느끼고 있을 것이었다.“착륙허가가 났습니다. 이제 착륙하겠습니다.”방송이 끊겨진 것과 동시에 하강감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눈을 감고 손안에 쥐고 있던 종이쪽지에 힘을 주었다. 종이는 구겨지겠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무의미한 숫자와 글자의 조합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고 창밖을 바라보..
마음의 한가운데 01 에서 이어집니다. “오빠!”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소녀를 발견하자 비전은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분명 검은 코트를 입고 있는 소녀를 보았을 뿐인데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마치 어미잃은 고양이처럼 상처입고 웅크려있는 여자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비전의 입에서 완-이라고 소리가 나오기 전에, 세단에서 급히 뛰어나온 경호원이 소녀를 붙잡았다.“죄송합니다, 완다아가씨. 이러시면 안됩니다.”완다, 라고 불린 소녀는 비전의 청녹빛 눈동자를 가만스레 바라보았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묘한 순간, 붉은색의 선들이 제 머릿속을 헤집고다니다 이내 안개처럼 사그라들었다. 아가씨! 급격한 심장의 통증과 그리움에 비전이 순간 휘청거리자 또 다른 경호원이 그를 부축해주었다.“죄송합니다, 이..
강철판이 비틀려지는듯한 굉음과 함께 차가 뒤집혔을 때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기절하고 있었을까, 그가 가까스로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자 느낀 것은 자신을 품에 안고 있던 집사의 식어가는 체온이요,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미지근하고 비린내를 풍기는 피의 감촉이요, 그리고 초점이 점점 흐리멍텅하게 사라져가는 눈동자였다."자비스!"그는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고선 자비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평소 그렇게나 좋아하던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피로 거뭇거뭇해져있었고 얼굴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의 복부에서는 피가 새어나와 며칠전에 사주었던 정장의 베스트를 까맣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가 좋아했던 자비스의 그런 점들이 망가졌다는 것보다도 그의 마음을 붉은 심연속으로 나자빠지게 한 것은 따..
정말로 오랫만의 늦잠이라고 협탁 위 시계를 확인했을 때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던 중이었다. 나타샤 로마노프, 아마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스파이로 불릴 그녀는 잠이 덜 깬 졸린 눈으로 낯익은 하얀색 천장을 바라보았다. 환기를 시켰는지 공기는 서늘하다못해 차가웠고 건조해서 얼굴의 피부가 당기는 것 같았다. 그녀는 벌써 11시가 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침대에서 일어나려했지만 피곤에 삐걱대는 몸이 온열매트에 익숙해져 그것을 거부하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쉰 뒤, 어젯밤까지만 해도 옆에서 같이 자고 있던 사람의 부재를 알아차렸다. 시간이 시간이니 지금은 연구실에서 연구라도 하고 있을 터였다. -똥땅-협탁 위에 올려져있던 휴대폰 액정에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알람이 뜨자,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
"Trick or Treat!"검은색으로 익살맞은 얼굴이 음각되어있는 주황색 호박바구니를 들고선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꼬마마녀를 보고 남자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주머니에서 호박사탕을 몇개 꺼내 아이의 바구니안에 넣었고, 그러자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그의 곁을 지나쳤다. 그의 옆으로 다른 옷들을 입은 아이들이 뉴욕의 밤거리속으로 사라졌다. 10월 31일 할로윈, 뉴욕은 현재 축제중이었다. 그가 서 있는 빌딩에서는 저마다 램프를 켜댔고, 어떤 곳은 호박등 모양으로 불빛을 뽐내고 있었다. 모두가 퇴근하고 한산하여야 할 밤거리도 오늘만큼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파란색 여왕 드레스도 간간히 눈에 띄었고, 남자아이들은 영웅의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
*어벤져스 2 네타 有 "아얏!"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타샤는 재빨리 바닥에서 방금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을 빗고 있던 빗을 들어올렸다. 검은색에다 반달모양을 한 빗의 중앙의 이 두어개가 덜렁덜렁거리며 어서 자신을 떼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는 안타까워하며 조심스레 빗을 휴지위에다 올렸다. 흰색 바탕에 반달모양을 한 검은색 빗의 머리부분에는 이국적인 꽃 그림이 은으로 상감되어 있었다. 언젠가 빗을 선물한 사람이 꽃의 이름을 알려주어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커다란 붉은색 꽃잎 가운데에 노란 수술이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다가 크기도 큰 편이라, 꽤나 당당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꽃잎이 새겨져있는 빗의 크기는 그녀의 손바닥만했는데, 가끔씩..
나타샤 로마노프의 사무실 책상 위에 검정색 테디베어가 장식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었다. 복슬거리는 털을 가지고, 마치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날카로운 눈을 한 테디베어를 그녀가 샀을리는 만무하였기 때문에, 모두들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선물이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타샤의 사무실에 들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꽤나 귀여운 테디 베어라고 곰인형을 칭찬하곤 하였다. 단 둘을 제외하고.하나는 그런 귀여운 감정이란 것을 배우고 있는 안드로이드요, 또 하나는 오히려 테디베어를 사랑할 것만 같은, 어벤져스의 여자들중 최연소 멤버였다. 완다 막시모프는 나타샤의 사무실에 들어가고나서 테디베어를 발견한 순간 몸을 굳히고 말았다. 그녀는 잠시 움직이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나타샤에게..
재편된 어벤져스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소코비아 사태가 일어나기 전보다 늘어나, 대략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새로 지어진 어벤져스 훈련소에 적을 두고 있었다. 기실 늘어났다고는 하나 소규모인 것은 마찬가지라 그들만의 사회에서는 스캔들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3시간도 안되어서 훈련소 전역에 퍼지곤 했다. 사내연애, 불륜 스캔들, 출산소식, 결혼소식... 그렇기에 더더욱 '그' 유명한 사내커플이 헤어졌다는 소식은 2시간도 채 안되어서 어벤져스 내에 퍼져버렸다. 소문이 퍼졌을때엔 모두들 누군가가 고의로 퍼뜨린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명물이 되어버린 초능력자와 안드로이드 커플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붙어다녀 싱글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훈련을 받을때나 밥을 먹을 때나 휴식을 하고 있는 동안에..
01. Yellow02. Orange 창문을 타고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흐뜨려놓았다. 비전은 현관의 센서등이 꺼질때까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이 똑딱거리며 규칙적으로 두근거렸다. 완다 막시모프는 달빛을 등진채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전은 내심 그녀가 상당히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슬프지만 어딘가 처량한, 마치 형제를 잃었을 때처럼."늦었네?"비전은 아무 말도 내놓지 못했다. 흠모해마지않던 갈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괜찮냐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느냐는 걱정스런 말마저 내뱉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하여야 그녀가 상처를 받지 않을지를, 그로서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아무 말도 없는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