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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가까스로 발견한 동굴 안은 깜깜하고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적발의 여자는 오른쪽 어깨로 남자를 짊어지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동굴 안을 손전등으로 비추고 있었다. 동굴 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었고 제 발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남자는 정신을 잃은 채로 가까스로 여자의 왼팔에 붙잡혀져 있었다.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 다시 밖으로 나간다면 남자야 다시 초록색 거인으로 변해 피하면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인 여자는 순식간에 얼어붙을 터였다. 이대로 동굴언저리에서 눈보라가 사라지길 기다리는 수밖에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동료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들을 도와주러 오기도 힘드니 말이다. 혹시 몰라 SOS 신호는 보냈으니, 아마 운이 좋다면 눈보라가 그치자마자 찾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어벤져스 2 이전 시점 12월의 후반부는 언제나 소란스럽고 혼잡하기 마련이다. 한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사람들의 모임, 연말 특수를 노리는 쇼핑업계와 공연업계의 전략들. 사람들의 마음도 그에 따라 들뜨기 시작해서, 벌써부터 파티장소는 예약이 완료되었고 유명하다싶은 콘서트와 공연들도 매진되기 마련이었다. 거리 곳곳마다 아이들이 정답게 부르는 캐롤이 울려퍼졌으며, 상가들에는 벌써부터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알록달록 장식이 되어 있었다. 쇼핑가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트리가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그리고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전직 CEO이자 현직 개발부 부장이자 최대주주인 토니 스타크는 뉴욕 록펠러센터에 세워진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었다. CEO자리에서 물러났음에도 ..
* 거짓말과 질투에서 이어집니다. 어벤져스 타워에는 하루에도 수천통의 편지가 도착하였다. 인터넷시대인데다가 전직 CEO란 사람이 첨단전자계통에서 톱을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꽤나 아날로그한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각종 고지서, 청첩장, 개인적인 편지, 부고 편지등,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종이에 실려 타워의 각 층에 퍼지고 있었다. 물론 받는 사람들 중에는 어벤져스 멤버들도 있었는데, 소코비아 사태가 일어난 뒤로는 원망과 저주의 편지가 편지의 70%를 넘겨버려서, 개중에는 검열을 통해 버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브루스 배너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특히 와칸다에서 그런 류의 편지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그에게 오는 편지의 거진 80%는 그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각로-혹은 아예 사막에서 폭탄을..
그러고보니, 라고 막 가운을 벗고 퇴근 준비를 하던 헬렌이 말했다. 퇴근하고 곧바로 부하들을 데리고 코리아타운으로 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헬렌은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춘 제 동료에게 마치 내일은 비가 올것 같다는 듯이 평범하게 말했다. "나타샤랑은 어디까지 갔나요?""네?" 브루스 배너는 순간 호흡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가 헬렌과는 아주 절친한 동료사이이고, 나타샤 로마노프와도 아주 절절한 연인사이이기는 했으나 사실 둘은 그다지 큰 접점이 없었다. 건강검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헬렌과 나타샤는 만나서 이야기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배너와 더 자주 만났을 터였다. "아니, 아까 그쪽이 나타샤랑 전화할 때 좋아보여서요." 그 말에 배너는 얼굴을 붉히고는, 몇시간 전에 나누었던 달달하다 못해 꿀이 떨어지..
순간 브루스 배너의 숨이 막혔다.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그 말을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은 초록빛으로 명멸하다가 이내 다시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순간,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박동이 커지고 그 간격또한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는 가까스로 한숨을 내뱉은 뒤 제 어깨를 감싼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옷너머로 전해져오는 대리석 바닥의 차가움도 그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스티브가 큰 소리로 코드 그린,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티브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그 질문을 제 앞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은 잠들어야 했다. 떨리는 손으로, 뼈와 근육이 무너지고 ..
최근 비전은 들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가벼웠으며, 그의 몸놀림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힘이 실려있어서, 로디나 팔콘은 그를 상대하면서 꽤나 고생해야 했다.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곧 그에게 새 피부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비전에게 '피부'를 주자는 의견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의 피부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졌고, 헬렌의 미적센스덕분에 일명 고구마색이라는 기묘한 붉은 색을 띄게 되었다. 물론 색을 바꾸려면 바꿀 수도 있었고, 겉에 살색 피부를 겉쓸수도 있었지만, 그의 세포 자체가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탓으로, 마치 아주 얇은 사슬로 만들어진 피부를 보는 듯 했다. 처음 비전이 인간의 피부를 본딴 것을 자신의 몸에 덧씌웠을때, 어벤져스 멤버들은 이대..
시베리아의 겨울에서는 꽃도 금방 얼어버리죠, 붉은 장미꽃다발을 포장하던 꽃집 사장이 눈보라치는 바깥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문가에 서 있었던 손님은 코트로 중무장했음에도 추웠는지 다시금 목도리를 여미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짓붉은 머리카락에 모자를 쓴 손님은 꽤나 아름다워서, 종을 울리며 들어왔을 때엔 사장도 놀라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손님은 점심시간이 마칠 무렵에 갑작스레 찾아와서는 붉은 장미꽃다발 2개를 주문했다. 선물용인가요? 라고 사장이 묻자, 그녀는 찹작한 표정을 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뇨, 그냥 아는 사람이요. 묘지에 바칠거니까 되도록이면 수수하게 해주세요." 묘지, 라는 말에 화려한 포장지를 건드리려던 손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갈색의 민무늬 얇은 종이를 가위로 자르면서, 아직..
투둑, 거리는 소리에 배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렀다. 그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생각자체를 멈춰버렸다. 나타샤가 제 위에 올라타 셔츠단추를 풀거나 아예 찢어버리는 상황이야 가끔씩 겪는 일이기에 익숙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연인이 밀회를 즐기는 침대위에서나, 가끔씩 소파나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서 있는, 어벤져스 타워의 거실에서 당할 일은 아니었다. 토니가 며칠전에 선물로 준 아르마니 셔츠의 단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들 경악에 찬 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적에 휩싸인 이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은 나타샤의 손과 팔 뿐으로, 그녀는 셔츠자락을 잡고 양쪽으로 확 펼쳤다. 갑작스런 바깥공기에 접한 피부에 ..
"아.. 하아..." 완다 막시모프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묵직한 통증이 그녀의 뱃속에서 또아리를 틀다가 돌아다니곤 했다. 말도 안나올 정도의 통증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배게에 얼굴을 부비었다. 어느새 흘러나온 식은땀에 커버가 젖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죄없는 침대시트를 발로 밀어내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급기야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신을 놓고 싶었지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강해서, 마치 이가 난 칼로 뱃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얼굴을 붉힌채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는 쌍둥이 형제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는 가끔씩 완다의 짓궂은 장난에도 거절하지 않고 편의점에 다녀오곤 했었다.. "피에...트로...
"이렇게 비싼 선물은 받을 수 없어요.""당신이 저번에 샀던 에르메스보다는 싸니까 받아요.""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요.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지만 이건 받기에는 너무 비싼 선물이에요.""토니가 페퍼에게 해주는 것보다는 싼 편이에요.""그 인간에겐 1억도 껌값이에요.""나에게도 1억은 그다지 쓸모 없는 돈이에요. 그러니까 받아요.""받아도 곧바로 환불해버리고 당신에게 돌려줄거에요.""나타샤, 정말로 이럴거에요?""당신 옷도 제대로 안사면서 왜 이런걸 샀어요?""어차피 옷을 즐겨입는것도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발 받아요.""당신이 당신에게 투자를 해주었음 좋겠어요.""이 셔츠 200달러짜리에요. 그러니까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