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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시빌워 스포있어요 바깥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서늘하면서도 습한 공기가 방안으로 밀려들어와, 어젯밤에 비가 한층 쏟아졌다는 것을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몇번 바깥의 냄새를 느끼다 창문을 닫았다. 창문의 이음새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글과 그녀의 사이에 옅은 안개가 자리잡고 있었다."완다."몇번 흐린 윤곽을 훑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뒤돌아섰다. 아침밥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서 샘은 완다에게 처연한듯 눈꼬리를 내리며 웃어보였다. 그 미소에 완다의 입가에도 저절로 흐릿한 미소가 지어지다가 입이 열렸다. 하지만 그 벌려진 입에서는 몇번이고 힘차게 숨을 내뱉는 소리만이 튀어나올 뿐, 흔히 목소리라고 불리우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몇..
시빌워 스포주의!!!!! 체크, 말을 앞에 둠과 동시에 비전의 입에서 위기를 알리는 말이 건조하게 튀어나왔다. 그는 살짝은 흥미가 동하고, 살짝은 지친 눈으로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토니를 바라보았다. 토니 스타크는 약간 당황했던지 헛기침을 내뱉은 뒤에 다음 수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비전이라는 안드로이드는 이상하게 체스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셋을 제외한 모든 어벤져스 멤버가 떠나기 전, 토니가 저택 창고에서 갖고 왔다는 체스판과 말은 그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소일거리가 되었다. 간식, 식사, 술내기를 하기에는 적당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완다와 비전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험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구입한지 20여년은 된 고급 체스세트는 그..
유난히 찬바람이 부는 12월 초, 헬렌 조는 어벤져스 타워로 향하는 내내 입고 있던 코트의 깃을 올려세웠다. 그렇게나 강하고 무섭다는 서울의 추위로 어떻게든 이겨냈었지만 그건 한국에서의 일, 미국에서는 미국 나름대로의 추위에 기가 질려 있던 참이었다. 그녀의 한손에는 커다란, 공항에서나 쓸법한 캐리어만한 가방이 들려있었다. 한손으로 거뜬히 드는 모습을 보면 분명 무게는 가벼웠을 것이나, 그 크기때문인지 타워에 들어서서 경비원의 신분확인을 받고 짐검사를 받는 내내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모두들 그녀를 마치 이 타워에 살고 있는 '그' 사람처럼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로 보는 듯 했다. 가뿐히 검사를 마치고 최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마자 그녀는 이 타워에 찾아온 목적에게 전화를 걸었..
냇배너 의 연성문장은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입니다. 그녀가 그의 부재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코비아 사태가 터지고 두어달이 지나서였다. 그 두어달의 시간동안 그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매우 바쁜 나날들을 지냈었다. 컴퓨터상의 오류라는, 누가 들어봐도 믿어주지 않을법한 변명같은 토니 스타크의 해명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쉽게 수용되지 않았다. 덕분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완다와 울트론의 생산물인 비전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지옥같은 청문회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쉴드 사태로 이미 청문회에 익숙해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들을 둘러싼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하루같은 바쁜 생활과 그에 대한 언급이 너무나도 자주 ..
막 수건으로 닦은 머리카락은 물기가 어려 있었다. 브루스 배너는 피곤함에 몰려오는 잠과 사투를 벌이며 침대에 제 몸을 않혔다. 샤워를 막 끝내고와서인지 한기와 온기가 뒤섞여 그는 당장에라도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헤어 드라이어를 든 연인이 그것을 막았다."머리 안말리고 자면 더 안좋아진다니까요. 요즘 머리카락 많이 빠지는거 같지 않아요?""급성 탈모는 피폭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에요,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나름 농담이라고 던진 말이었지만 나타샤로부터 대답이 나오지 않는걸 보고나서야 그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성급히 해명을 하려고 했으나 연인은 그 해명도 기다리지 않고 기계의 버튼을 올렸다.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는 방안에 울리던 모든 소리들을 지워버렸다..
나타샤의 숙소 거실 한켠에 있는 책장에는 여러 종류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소설은 주로 첩보나 범죄를 다룬 스릴러물이었는데, 시리즈를 줄지어서 세워놓았다. 그리고 일과 관련된 역사관련 서적이라던지 언어에 관련된 책들과 테이프들도 가득했다. 배너는 그녀의 책장을 눈으로 흘겨보다가 아랫줄에 자리잡은 DVD로 시선을 옮겼다. 꿇어앉아 바라보니 소설취향과 비슷하게 스릴러와 호러영화가 가득이었다. 히치콕의 고전 사이코라던지 미스트, 테이큰이나 제이슨 본 같은 시리즈도 있었다. 정말 스릴넘치는걸 좋아한다고 시선을 옮기려는 찰나, 피냄새가 나는 DVD무리속 이질적인 무엇이 그의 눈길을 빼앗았다."..오.""뭐해요, 안오면 그냥 넷플릭스에서 고를거에요."소파에 반쯤 누운 나타샤가 타박을 보내자 배너는 ..
완다 막시모프는 지금 곤경에 처해 있었다. 지금 그녀의 앞에는 살짝 짜증을 부리고 있는, 옛날 그녀가 인생을 또 한번 망쳐주었던 인물이 서 있었다. 브루스 배너, 그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완다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그녀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완다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타워 창 밖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거리에는 연인들이 손에 손마다 선물상자와 선물봉투를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고, 우스꽝스러운 하트모양 탈을 쓴 사람도 보였다. 바깥의 날씨는 2월답게 쌀쌀했으며 설상가상으로 곧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까지 있었지만 연인들의 날에만큼은 전혀 방해가 되지 못할 사항이었다. 그랬다, 완다 막시모프가 쭈뼛거리며 배너의 '부탁'을 듣고 있던 날은 2월 14일, 연인들을 위..
뉴욕의 바람이 점점 열기를 띄워가는 6월의 어느 하루, 브룩클린 외곽에 위치한 웨딩숍에서는 한참 난리통이 벌어져 있었다. 설립한지 50년이 다 되어간다는, 나름 미국에서도 고풍스러운 결혼 의상을 자랑하는 숍이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한 이유는 며칠전 어느 부자가 전세를 냈기 때문이었다. 숍의 오너인 제니퍼는 40대를 넘긴듯한 중년의 남자가 30대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슈가대디들과 그들의 어린 연인들을 지겹도록 보았으니 그정도 나이차는 애교였던데에다 둘은 진짜로 연인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둘이 아이를 세명이나 데리고 온 것도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형과 누나가 유모차에서 곤히 자고 있는 동생을 보는 것이 꽤나 귀여웠던 데다가, 그녀의 숍에 오는 손님들 중에는..
기분이 더럽다못해 시궁창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단정하다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검은 정장을 벗어던지고는 속옷차림으로 보드카를 병채로 들이마셨다. 언제나 평정을 유지하며 모든 일들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였던 그녀였지만, 이 숙소, 집 안에서만큼은 그 모든 것들을 던져버려야했다. 독한 보드카가 한모금 넘어가자 다시 한모금을 넘겼다. 알콜이 쓰라린 통증을 남기며 식도를 넘어갔지만 그녀에겐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더 멀쩡해지면서 자신의 실수가 머릿속에서 다시금 되새겨지다가 바스라졌다. 그 때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작전은 예상치 못한 요소들때문에 길게 늘어져갔다. 보다못한 나타샤의 후배는 자신이 상황을 보고 오겠다면서, 그녀가 채 만류를 하기도 전에 바깥으로 나..
토르 : 라그나로크 언급 有 "응, 알았어요, 내 걱정은 말라니까요. 네, 걱정말아요. 늦었어요, 이만 끊을게요. 안녕히 주무세요."호텔 창밖에 펼쳐져있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베티 로스는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벌써 사흘째, 자신의 아버지는 출장나온 딸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있었다. 미육군 중장인 썬더볼트 로스가 40이 넘은 딸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것은 단순히 그녀가 홀로 호텔방에 머무르기 때문은 아니었다. 베티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코비아 참사를 회상하는 뉴스를 보다가 이내 리모콘으로 화면을 꺼버렸다. 어두워진 화면 사이로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있었다. 한때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여자가 아닌, 생물학에 몸을 바치기로 맹세한 과학자가 검은색 화면 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는 다시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