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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Trick or Treat!"검은색으로 익살맞은 얼굴이 음각되어있는 주황색 호박바구니를 들고선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꼬마마녀를 보고 남자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주머니에서 호박사탕을 몇개 꺼내 아이의 바구니안에 넣었고, 그러자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그의 곁을 지나쳤다. 그의 옆으로 다른 옷들을 입은 아이들이 뉴욕의 밤거리속으로 사라졌다. 10월 31일 할로윈, 뉴욕은 현재 축제중이었다. 그가 서 있는 빌딩에서는 저마다 램프를 켜댔고, 어떤 곳은 호박등 모양으로 불빛을 뽐내고 있었다. 모두가 퇴근하고 한산하여야 할 밤거리도 오늘만큼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파란색 여왕 드레스도 간간히 눈에 띄었고, 남자아이들은 영웅의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
나타샤 로마노프의 사무실 책상 위에 검정색 테디베어가 장식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었다. 복슬거리는 털을 가지고, 마치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날카로운 눈을 한 테디베어를 그녀가 샀을리는 만무하였기 때문에, 모두들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선물이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타샤의 사무실에 들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꽤나 귀여운 테디 베어라고 곰인형을 칭찬하곤 하였다. 단 둘을 제외하고.하나는 그런 귀여운 감정이란 것을 배우고 있는 안드로이드요, 또 하나는 오히려 테디베어를 사랑할 것만 같은, 어벤져스의 여자들중 최연소 멤버였다. 완다 막시모프는 나타샤의 사무실에 들어가고나서 테디베어를 발견한 순간 몸을 굳히고 말았다. 그녀는 잠시 움직이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나타샤에게..
재편된 어벤져스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소코비아 사태가 일어나기 전보다 늘어나, 대략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새로 지어진 어벤져스 훈련소에 적을 두고 있었다. 기실 늘어났다고는 하나 소규모인 것은 마찬가지라 그들만의 사회에서는 스캔들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3시간도 안되어서 훈련소 전역에 퍼지곤 했다. 사내연애, 불륜 스캔들, 출산소식, 결혼소식... 그렇기에 더더욱 '그' 유명한 사내커플이 헤어졌다는 소식은 2시간도 채 안되어서 어벤져스 내에 퍼져버렸다. 소문이 퍼졌을때엔 모두들 누군가가 고의로 퍼뜨린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명물이 되어버린 초능력자와 안드로이드 커플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붙어다녀 싱글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훈련을 받을때나 밥을 먹을 때나 휴식을 하고 있는 동안에..
01. Yellow02. Orange 창문을 타고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흐뜨려놓았다. 비전은 현관의 센서등이 꺼질때까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이 똑딱거리며 규칙적으로 두근거렸다. 완다 막시모프는 달빛을 등진채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전은 내심 그녀가 상당히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슬프지만 어딘가 처량한, 마치 형제를 잃었을 때처럼."늦었네?"비전은 아무 말도 내놓지 못했다. 흠모해마지않던 갈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괜찮냐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느냐는 걱정스런 말마저 내뱉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하여야 그녀가 상처를 받지 않을지를, 그로서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아무 말도 없는걸 ..
* Yellow에서 이어집니다. 비전이 알고 있기로 인간의 심장박동은 평균 분당 70~80회였다. 무릇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존재한다는 생명의 정수는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피를 온 몸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어떤 사람의 심박수는 제어하기도 힘들 정도로 빨랐고, 죽어가는 사람의 심박수는 너무나도 느려서 꼭 시체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에 비하자면, 아마 심장이라 부를만한 기관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이 안드로이드의 심박수는 언제나 일정했다. 똑딱똑딱, 정확히 1분에 60번 진동하는 심장에서는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그리고 그는 자신의 심장을 꺼내어 초침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마치 심장을 파내는 듯한 통증, 이라고 몇년 전 완다 막시모프가 자신에게 말해주었을 때 차마 이해하..
"Где је лето троугао?"갈색머리를 질끈 높게 묶은 떨아이가 제 어머니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 말에 아들에게 별자리 책을 보여주던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며 레이저로 하늘 저편을 가리켰다. "Погледајте! То је Алтаир." 아버지의 레이저가 닿은 밤하늘 옆에는 작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더니 아들의 눈이 반짝반짝거리더니, 마치 그것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어 쥐려고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여자아이는 뭐하는 짓이냐고 웃었고 옆에 서 있던 어머니마저 웃음을 흘겼다."Али погледај звезде! Желим да имам једну."아들은 마치 항변하려는 듯이 다시금 별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그만 손가락 사이로 은하수가 펼쳐졌다. ▒ ▒ ▒ "아얏!"완다 막..
순간 엄청난 격통이 척추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완다 막시모프는 급히 제 왼발을 덮친 철근콘크리트 조각을 들어올렸다. 자신이 입은 드레스처럼 검붉은 피가 부츠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애써 신음을 참아내자 이어셋 너머로 나타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히도 상황이 종결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부츠를 벗고 엉망이 된 자신의 발을 내려보았다. 기묘한 모양으로 뒤틀린 것이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부상을 당했다는 보고를 마친 뒤 몇초가 지났을까,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친숙한 목소리가 이어셋을 통해 귀로 전해졌다. "완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지금 여기에 없어야 할 그를 찾아보았지만 예상대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분명 어벤져스 훈련소에서 대기를 하고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어떻게? 더..
덜컹, 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중간에서 멈추어섰을때, 순간 완다 막시모프는 엘리베이터속 공기가 한층 더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어벤져스 타워 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내에는 그녀 말고도 한명이 더 있었고, 그 사람은 아마도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껄끄러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브루스 배너는 팔짱을 낀 채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는 식으로 엘리베이터 밖을 바라보았다. 어벤져스 타워 내의 조명중 거진 반정도가 꺼져있었다. 곧 엘리베이터 내에 있는 스피커로 이 타워 주인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미안, 거긴 괜찮아? 지금 아크리액터 검사중이라 비상전력을 쓰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쪽에 제대로 연결이 안된거같아.""얼마나 걸릴 것 같아?""한 10분정도 걸릴 것 같은데 사람을 보낼까? 마녀아가씨는 어때? 보내-""난..
비전은 격납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항상 훈련하던 사람들로 가득차던 어벤져스 훈련소가 오늘따라 을씨년스럽게 비어있었다. 몇몇 백업멤버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었고, 주요 멤버들은 머리카락 한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내부를 몇번 산책하듯이 돌아다니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혼자, 그는 이렇게 어벤져스에서 혼자로 남겨진 것이 처음이었다. 그에게는 항상 교육 명목이라고 동료들이 붙어다녔으며 그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참이어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적적함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훈련소에서 머물던 멤버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홀에서 홀로 앉아있으니 무언가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물스물 하고 제 속에서 올라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고, 그는 그 감정에 대해서 몇번 자문하다가 그것이 ..
최근 비전은 들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가벼웠으며, 그의 몸놀림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힘이 실려있어서, 로디나 팔콘은 그를 상대하면서 꽤나 고생해야 했다.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곧 그에게 새 피부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비전에게 '피부'를 주자는 의견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의 피부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졌고, 헬렌의 미적센스덕분에 일명 고구마색이라는 기묘한 붉은 색을 띄게 되었다. 물론 색을 바꾸려면 바꿀 수도 있었고, 겉에 살색 피부를 겉쓸수도 있었지만, 그의 세포 자체가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탓으로, 마치 아주 얇은 사슬로 만들어진 피부를 보는 듯 했다. 처음 비전이 인간의 피부를 본딴 것을 자신의 몸에 덧씌웠을때, 어벤져스 멤버들은 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