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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할로윈을 앞두고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는 여러 나무들이 곧 자신들에게 들이닥칠 노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게를 돌아다니며 할로윈 물품들을 고르거나 노천카페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커피를 마셨다. 건조한 공기 속에서 먼지들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모두들 가끔씩 부는 선선한 바람에 곧 짧게 사라질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완다 막시모프는 동료들이 자리잡고 있는 벤치에 앉아 미지근한 허브티를 마셨다. 일부로 미지근하게 주문했던 차는 생각보다 맛이 약했지만 그래도 향기를 즐기는 정도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었다. 가로수에 둥지를 튼 새들은 시끄럽게 울어댔고, 가끔씩 하늘 너머에서는 철새들이 V자를 이루며 편대비행을 했다. 그녀는 어서 오라는 동료들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의 ..
그녀의 품은 어둡고 따뜻했다. 가슴 사이에서 뿜어져나오는 향수섞인 체취와 목걸이 체인의 서늘한 기운이 그의 감각을 자극시켰다.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를 하나도 듣지 않게 하겠다는 듯, 그녀는 그의 귀를 손바닥으로 막고서는 나지막이 괜찮다고 속삭였다. 그녀의 숨결에서는 방금 마셨던 포도주의 알콜향이 나고 있었다. 그저 게임이었을 뿐이었다. 내기에 져서 벌칙을 받게 될 비전이 불쌍하다는 듯, 완다는 그를 품에 안고는 괜찮다고 속삭였다. 무엇이 괜찮다는것인지 비전은 알 수 없었으나, 그저 술에 취한 완다가 자신에게 술주정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나지막한 저음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그동안 수백번은 들어왔을 그 목소리가 그의 안에서 조심스레 어떤 파동을 갖고 울렸다. 그는 다시금 그녀의 향기를 느껴..
완다 막시모프의 방에는 기타가 하나 있다. 그녀가 막 어벤져스에서 훈련을 받기로 결정하고나서 방을 꾸밀 때, 음악이라도 배워보는게 어떠냐는 카운슬러의 말에 일단 들여놓은 것이었다. 그녀의 나이대가 갖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대였으나 어찌저찌하여 토니 스타크의 후원 아래에 갖게 되었다. 기타와 하드케이스, 받침대와 피크까지 해서 들여놓았지만, 그 이후로는 여러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결국 그 이후 일이 진정될 때까지는 케이스안에서 간신히 먼지나 피해야 할 상황이었다.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내 상황을 점검하고 조율하는건 어벤져스 내에서 나름 악기를 만져본 경험이 있는 토니가 해주었다. 그는 역시나 상류층의 자제로 자라난 덕인지 피아노도 어느정도 연주가 가능했고, 대학시절의 추억탓인지 기타도 제법 코드..
비전에게도 심장이라 부를만한 부분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인드잼에서 흘러나오는 전기신호들을 몸 전체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었다. 그가 만들어졌을 당시, 울트론과 헬렌은 악취미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비전을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었는데, 그 중에는 왼쪽 가슴에 위치하는 이 심장처럼 보이는 아크 리액터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크 리액터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한 유사동력원이자 전기신호의 중개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심장이라는 부분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박동을 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귀를 갖다대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고요하게 그의 심장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배너는 그런 심장의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착잡해하고 있었다. 크레이들에서 깨어난 비전을 애써 안정시켜 타워내에 있는 방으로 보..
검사일자는 사흘 뒤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전화로 전해들은 날 밤, 비전은 다시 모르페우스에 사로잡혔다. 이번에는 앞서 꾸었던 두번의 꿈과는 달랐다. 이번에야말로 꿈이 아니라고 부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날 그의 머릿속에서 펼쳐진 것은 둘의 첫데이트였기 때문이었다. 이 데이트만큼은 그의 기억속에서도 사실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 비전이 택할 수 있는 데이트는 상당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타워안에 토니가 복지시설로 마련한 극장에서 완다와 단둘이 영화를 보았다. 둘이 손수 만든 팝콘을 사이에 끼고, 아무도 없는 극장안에서 단둘이 로마의 휴일을 보았었다. 발랄한 공주 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 맞잡은 손에 신경이 집..
비전이 그런 이상한 말을 내뱉자마자 브루스 배너는 제 손에 들려있던 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그는 가까스로 머그잔을 들어올리고서는 행여나 비전이 자신의 행동을 눈치챘는지를 반신반의하며 커피를 잔에 따랐다. 다행히도 비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말도 안되는 일들에 집중이 팔려서인지, 배너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레 한숨을 내쉬고 양손에 머그잔을 든 채로 비전이 앉아있을 테이블로 향했다. 비전은 손가락을 맞대고는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배너가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갑작스레 찾아뵙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박사님.""조금 놀라긴 했지만 네 일이라니 어쩔 수 없었지."10여분전, 한창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배너는 비전으로부..
갈색머리에서 이어집니다. 하늘에는 잔뜩 구름이 끼어 잿빛이 되어 있었다. 비는 오지 않을거라는 예보는 실수였는지 빗방울도 아주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비전은 창 너머 활주로가 점점이 짙은 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일순 바람이 거세게 불어 활주로에 서 있던 나타샤의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구름 사이에서 완다 막시모프를 태웠을 퀸젯이 천천히 내려왔다. 천천히 뒷문이 열리자 머리를 한쪽으로 가지런히 묶은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평상시 좋아하던 짧은 치마에 오버니삭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2달전, 휴가를 떠났을 때보다는 많이 처연해지고 차분해진 것 같았다. 그는 비를 맞으며 퀸젯에서 걸어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당장에라도 달려가 우산이라도 씌워주고 싶었지만, 절대로 활주로에 나타나 완다에게 ..
시빌워 스포있어요 바깥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서늘하면서도 습한 공기가 방안으로 밀려들어와, 어젯밤에 비가 한층 쏟아졌다는 것을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몇번 바깥의 냄새를 느끼다 창문을 닫았다. 창문의 이음새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글과 그녀의 사이에 옅은 안개가 자리잡고 있었다."완다."몇번 흐린 윤곽을 훑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뒤돌아섰다. 아침밥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서 샘은 완다에게 처연한듯 눈꼬리를 내리며 웃어보였다. 그 미소에 완다의 입가에도 저절로 흐릿한 미소가 지어지다가 입이 열렸다. 하지만 그 벌려진 입에서는 몇번이고 힘차게 숨을 내뱉는 소리만이 튀어나올 뿐, 흔히 목소리라고 불리우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몇..
시빌워 스포주의!!!!! 체크, 말을 앞에 둠과 동시에 비전의 입에서 위기를 알리는 말이 건조하게 튀어나왔다. 그는 살짝은 흥미가 동하고, 살짝은 지친 눈으로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토니를 바라보았다. 토니 스타크는 약간 당황했던지 헛기침을 내뱉은 뒤에 다음 수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비전이라는 안드로이드는 이상하게 체스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셋을 제외한 모든 어벤져스 멤버가 떠나기 전, 토니가 저택 창고에서 갖고 왔다는 체스판과 말은 그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소일거리가 되었다. 간식, 식사, 술내기를 하기에는 적당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완다와 비전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험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구입한지 20여년은 된 고급 체스세트는 그..
그와 더불어 옆에 서 있던 간호사의 몸까지 덩달아 굳어지고 말았다. 마취약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들고 있던 간호사는 옷 너머 복부에 드릴이 찌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의자에 앉아서 환자의 입안 상태를 살펴보던 치과의사의 목에는 메스가 겨누어져있었다. 수많은 붉은선들이 주위를 매우 거칠게 돌아다니며 둘을 위협하자,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 수술의 주최자이자 수술대가 위치한 빌딩의 주인인 토니 스타크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젠장, 중단합시다."비속어가 나온데다 매우 떫은 표정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옆에 서 있던 페퍼 포츠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이런 일이 전에 4번이나 반복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까지 합하면 5번, 5번씩이나 수술은 마취 직전에 취소되었다. 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