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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페퍼가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새벽 3시였다. 새벽에 문자가 오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낯익은 여자가 아주 자그마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마침 날이 만우절이라 장난이 아닐까 싶어 해피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건강한 딸아이라고 말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나도 감동적인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브의 피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4월 1일, 오늘은 거짓말같이 토니가 죽은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축하한다는 상투적인 말을 내뱉고나서 다시 잠에 들려는 찰나에 다른 문자메시지가 와서 확인해보았더니 이번에는 냇의 문자였다. 괜찮다면 페퍼의 순산기원과 토니의 3주기를 추도하는 모임을 같이 가지자는 거였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싶었지만, 스티브는 꿋꿋이 괜찮다고 문..
익숙한 향기였다. 토니는 연인의 방에 발을 옮기면서 이 장소에서는 도저히 맡을 수 없는 냄새라고 생각했다. 마치 초콜릿 향기같이 달큼하면서도 석탄냄새처럼 매케한. 스티브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방에는 담배냄새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토니는 담배를 즐기진 않았지만 필요할때면 사람들 앞에서 시가는 피우곤 했다. 어울리는 사람들의 신분답게 주로 최고급 시가였는데, 맛은 어느정도 구별하긴 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한다면 집 한켠에 쌓아져있는 알콜과 지하실에 있는 기름이 묻은 드라이버면 충분했다. 니코틴이 몸속에 스며드는 느낌은 꽤나 유혹적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 유혹에서 가볍게 빠져나왔다. 그래서일까, 스티브의 방에 담배가 있는게 꽤나 신기해보였다. 스티브의 위안거리라 한..
"아.. 하아..." 완다 막시모프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묵직한 통증이 그녀의 뱃속에서 또아리를 틀다가 돌아다니곤 했다. 말도 안나올 정도의 통증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배게에 얼굴을 부비었다. 어느새 흘러나온 식은땀에 커버가 젖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죄없는 침대시트를 발로 밀어내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급기야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신을 놓고 싶었지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강해서, 마치 이가 난 칼로 뱃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얼굴을 붉힌채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는 쌍둥이 형제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는 가끔씩 완다의 짓궂은 장난에도 거절하지 않고 편의점에 다녀오곤 했었다.. "피에...트로...
"이렇게 비싼 선물은 받을 수 없어요.""당신이 저번에 샀던 에르메스보다는 싸니까 받아요.""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요.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지만 이건 받기에는 너무 비싼 선물이에요.""토니가 페퍼에게 해주는 것보다는 싼 편이에요.""그 인간에겐 1억도 껌값이에요.""나에게도 1억은 그다지 쓸모 없는 돈이에요. 그러니까 받아요.""받아도 곧바로 환불해버리고 당신에게 돌려줄거에요.""나타샤, 정말로 이럴거에요?""당신 옷도 제대로 안사면서 왜 이런걸 샀어요?""어차피 옷을 즐겨입는것도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발 받아요.""당신이 당신에게 투자를 해주었음 좋겠어요.""이 셔츠 200달러짜리에요. 그러니까 받아요."
"맞아, 나 일주일 뒤에 칼버대에 가요." 나른한 아침식사를 먹고 옷을 갈아입으며, 마치 근처로 마실간다는 투로 나타샤는 말했다. 배너가 막 설거지를 끝내고 수건에 손을 닦던 차였다. "칼버요? 아, 그러고보니 거기서 친환경에너지관련해서 세미나가 열린댔죠. 토니때문이군요." 며칠전 토니 스타크가 강연주제를 뭘로 할지 고심하는 장면을 봤었다. 칼버, 떠난지 10년은 되었건만 그래도 뭔가 그립고도 간지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배너는 칼텍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는 그 곳에서 줄곧 방사능관련으로 연구를 하고 있었고, 연인과 곧 결혼을 하리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 사건으로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지만. "그러고보니 그 곳이기도 하네요.""네?" 행여나 전 애인의 이름이 나올까, 배너는 속으로 노심초사하며..
막 12월에 들어섰던 날의 일이었다. 간만에 나타샤와 함께 어벤져스 타워를 방문한 스티브는 힐과 업무를 하면서, 도대체 자신의 동료가 어디서 땡땡이를 치고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하이드라의 잔당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힐과 함께 거실로 들어섰다. 아마 연인과 있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나타샤는 평소에는 앙숙처럼 여기던 토니와 다정히 소파에 앉아 홀로그램에 띄워진 정장입은 남자를 보고 있었다. "대놓고 바람인가요?" 힐이 농담조로 야유를 하자 둘은 절대 아니라고 극렬히 부정했다. 그러면서 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둘은 어느 한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과 회의를 거친 것 같았다. 토니는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남자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토니, 도대체 무얼 보는건가?""아 마침..
아우, 미안해요. 배너는 그렇게 작게 속삭인 다음 나타샤와의 키스를 방해하던 안경을 벗어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저번에 결국 깨져버린-배너의 안경은 절대로 3개월을 버틴적이 없었다.- 안경후로 새로 장만한 노안경은 무테에 검정색 다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샤가 생일선물로 사준 것이었다. 천하의 헐크로 노안만은 막아낼 수 없던지, 그는 연구를 할 때에나 무언가를 읽을 때에는 꼭 안경을 쓰곤 했다. 하지만 이런 때에는, 그러니까 그가 나타샤와 키스를 할 때에는 안경은 필수품이 아니라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다. 가벼운 버드키스정도라면 괜찮다. 문제는 그 이상으로 나아갈때였다.나타샤는 탁자위의 안경을 흘깃 쳐다보며 괜찮다고 바로 배너의 입술 옆에서 속삭였지만 배너는 고개를 젓고서는 안된다고 낮으면서도 약간은 으르렁거..
막 잠에서 깬듯한 허스키한 목소리에 스티브 로저스는 순간 핸드폰에서 귀를 떼었다. 액정 너머로는 브루스 배너라는 문자와 함께 나타샤가 장난스레 찍었던, 자고 있는 배너의 모습이 떠올라있었다. 무슨 일이냐니까, 작게 나타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렸다. 스티브는 액정 오른쪽 위에 있던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AM 01:30. 배너라면 슬슬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그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짜증나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숨긴 채 다시금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핸드폰이 과열되었는지, 아니면 당황해서 열이 올랐는지 귀에 닿는 액정은 뜨거웠다. "아 날세, 로마노프. 지금 뭐하고 있지?" 실수로라도 나타샤에게 건 것처럼 태평하게 말하자 나타샤는 자고 있었..
"아.. 하아..." 완다 막시모프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묵직한 통증이 그녀의 뱃속에서 또아리를 틀다가 돌아다니곤 했다. 말도 안나올 정도의 통증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배게에 얼굴을 부비었다. 어느새 흘러나온 식은땀에 커버가 젖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죄없는 침대시트를 발로 밀어내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급기야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신을 놓고 싶었지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강해서, 마치 이가 난 칼로 뱃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얼굴을 붉힌채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는 쌍둥이 형제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는 가끔씩 완다의 짓궂은 장난에도 거절하지 않고 편의점에 다녀오곤 했었다.. "피에...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