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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순간 엄청난 격통이 척추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완다 막시모프는 급히 제 왼발을 덮친 철근콘크리트 조각을 들어올렸다. 자신이 입은 드레스처럼 검붉은 피가 부츠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애써 신음을 참아내자 이어셋 너머로 나타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히도 상황이 종결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부츠를 벗고 엉망이 된 자신의 발을 내려보았다. 기묘한 모양으로 뒤틀린 것이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부상을 당했다는 보고를 마친 뒤 몇초가 지났을까,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친숙한 목소리가 이어셋을 통해 귀로 전해졌다. "완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지금 여기에 없어야 할 그를 찾아보았지만 예상대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분명 어벤져스 훈련소에서 대기를 하고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어떻게? 더..
평소처럼 두어번 노크를 하자 대답이 없었다. 부재중이라 생각하여 열쇠로 문을 연 순간, 클린트 바튼은 지금 자신의 앞에서 펼쳐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타샤 로마노프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은 어벤져스 훈련소에 딸린 숙소였다. 방 2개에 거실과 부엌이 있는, 혼자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으로 나타샤도 제법 만족하곤 하던 곳이었다. 현관문을 열면 현관이 보이고, 곧바로 거실 전경이 보이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공간구성이었다. 설마 그것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제일 친한 친구의 애정행각을 볼 수 있게 할줄은 몰랐겠지만. "....미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튼은 재빨리 문을 닫았다. 그는 지금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그 사실들을 부정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식은땀..
Moon Light Anthem / 아라이 아키노 그는 순간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을 인정해야했다. 원래부터도 전형적인 금발이라며 자주 놀려대곤 했던 블론드가, 적들의 피로 살짝은 붉은 기까지 보이는 그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에 흩날렸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손을 대면 곧바로 깨질 것 같이 얇은 조각상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살짝 헝클어진 머리카락, 얼굴과 뺨에는 생채기가 가득했지만 그의 조각같은 얼굴에는 아무런 흠도 되지 않았다. 속눈썹은 왜 저리 빛나고 긴거지? 목선마저 완벽했다. "토니?" 아. 그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인정해야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스티브 로저스를 사랑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자신이 호모섹슈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덜컹, 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중간에서 멈추어섰을때, 순간 완다 막시모프는 엘리베이터속 공기가 한층 더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어벤져스 타워 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내에는 그녀 말고도 한명이 더 있었고, 그 사람은 아마도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껄끄러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브루스 배너는 팔짱을 낀 채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는 식으로 엘리베이터 밖을 바라보았다. 어벤져스 타워 내의 조명중 거진 반정도가 꺼져있었다. 곧 엘리베이터 내에 있는 스피커로 이 타워 주인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미안, 거긴 괜찮아? 지금 아크리액터 검사중이라 비상전력을 쓰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쪽에 제대로 연결이 안된거같아.""얼마나 걸릴 것 같아?""한 10분정도 걸릴 것 같은데 사람을 보낼까? 마녀아가씨는 어때? 보내-""난..
-"미안해요,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무선 너머로 들리는 연인의 목소리는 매우 지직거렸지만, 그 부드러운 말씨 안에 들어있는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타샤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끝이 날줄은 그녀로서도 생각치 못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퀸젯 내에서는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나타샤의 목소리는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고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다. 하이드라는 핵실험을 비밀리에 하고 있었고, 어벤져스는 그것을 적발했다. 하지만 그걸 알아챈 일당들은 나라 하나를 말아먹을 정도로 큰 원자로를 폭주하게 내버려두고는 도피했다. 물론 그 일당들은 나오는 즉슨 사로잡았으나, 일당들로서도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원자로를 제어할 수는 없었다. 이미 방사..
그 날도 나는 배달주문이 없어 한가한 가게안 소파에 앉아 열심히 스마트폰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가 키운 21레벨 전사는 그 웅장한 몸매를 자랑하며-나도 이렇게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열심히 쪼렙 13렙 마법사에게 대거를 휘두르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마감시간인 새벽 2시를 달려가고 있었다. 주인아저씨-미묘하게 배달하면 맛없는 피자를 만들기로 유명한-는 식재료 뒷정리를 하느라 주방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가 정리를 끝내고 나오면 나도 홀청소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솔직히 이 가게의 피자맛은 괜찮았다. 정말로 괜찮다. 단골도 적은 편은 아니었으며, 가끔씩 유명한 사람들이 와서 먹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밤시간에, 모든 사람들이 야식으로 침흘리며 기다리고 있을 시간에 피자가 안팔리..
비전은 격납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항상 훈련하던 사람들로 가득차던 어벤져스 훈련소가 오늘따라 을씨년스럽게 비어있었다. 몇몇 백업멤버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었고, 주요 멤버들은 머리카락 한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내부를 몇번 산책하듯이 돌아다니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혼자, 그는 이렇게 어벤져스에서 혼자로 남겨진 것이 처음이었다. 그에게는 항상 교육 명목이라고 동료들이 붙어다녔으며 그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참이어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적적함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훈련소에서 머물던 멤버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홀에서 홀로 앉아있으니 무언가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물스물 하고 제 속에서 올라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고, 그는 그 감정에 대해서 몇번 자문하다가 그것이 ..
가까스로 발견한 동굴 안은 깜깜하고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적발의 여자는 오른쪽 어깨로 남자를 짊어지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동굴 안을 손전등으로 비추고 있었다. 동굴 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었고 제 발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남자는 정신을 잃은 채로 가까스로 여자의 왼팔에 붙잡혀져 있었다.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 다시 밖으로 나간다면 남자야 다시 초록색 거인으로 변해 피하면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인 여자는 순식간에 얼어붙을 터였다. 이대로 동굴언저리에서 눈보라가 사라지길 기다리는 수밖에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동료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들을 도와주러 오기도 힘드니 말이다. 혹시 몰라 SOS 신호는 보냈으니, 아마 운이 좋다면 눈보라가 그치자마자 찾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 남자는 항상 7월 5일에 라벤더 꽃을 산다. 독립기념일 파티로 꽤나 피곤한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그는 어김없이 아침에 단골꽃집으로 가서 라벤더를 한아름 사왔다. 피곤한 것은 그 꽃집의 사장도 마찬가지였지만, 벌써 5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알아서 라벤더 꽃을 미리 준비해놓았다. 다른 인사는 없다. 아침에 그가 들어서면 주인은 꽃다발을 안겨주고 돈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나누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내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독립기념일 파티에서 유난히 일찍 돌아가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머릿속에 박힌 금속 파편때문에 술은 마시지 못했지만, 언제나 이상하게도 파티가 파할 때까지 남아있곤 했었기 때문에 일찍 돌아가는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파티를 개최한 토니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아무 대꾸도 없이 ..
*어벤져스 2 이전 시점 12월의 후반부는 언제나 소란스럽고 혼잡하기 마련이다. 한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사람들의 모임, 연말 특수를 노리는 쇼핑업계와 공연업계의 전략들. 사람들의 마음도 그에 따라 들뜨기 시작해서, 벌써부터 파티장소는 예약이 완료되었고 유명하다싶은 콘서트와 공연들도 매진되기 마련이었다. 거리 곳곳마다 아이들이 정답게 부르는 캐롤이 울려퍼졌으며, 상가들에는 벌써부터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알록달록 장식이 되어 있었다. 쇼핑가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트리가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그리고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전직 CEO이자 현직 개발부 부장이자 최대주주인 토니 스타크는 뉴욕 록펠러센터에 세워진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었다. CEO자리에서 물러났음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