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AVGS (79)
CATANDALIEN
토르 : 라그나로크 언급 有 "응, 알았어요, 내 걱정은 말라니까요. 네, 걱정말아요. 늦었어요, 이만 끊을게요. 안녕히 주무세요."호텔 창밖에 펼쳐져있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베티 로스는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벌써 사흘째, 자신의 아버지는 출장나온 딸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있었다. 미육군 중장인 썬더볼트 로스가 40이 넘은 딸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것은 단순히 그녀가 홀로 호텔방에 머무르기 때문은 아니었다. 베티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코비아 참사를 회상하는 뉴스를 보다가 이내 리모콘으로 화면을 꺼버렸다. 어두워진 화면 사이로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있었다. 한때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여자가 아닌, 생물학에 몸을 바치기로 맹세한 과학자가 검은색 화면 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는 다시 불..
그와 더불어 옆에 서 있던 간호사의 몸까지 덩달아 굳어지고 말았다. 마취약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들고 있던 간호사는 옷 너머 복부에 드릴이 찌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의자에 앉아서 환자의 입안 상태를 살펴보던 치과의사의 목에는 메스가 겨누어져있었다. 수많은 붉은선들이 주위를 매우 거칠게 돌아다니며 둘을 위협하자,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 수술의 주최자이자 수술대가 위치한 빌딩의 주인인 토니 스타크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젠장, 중단합시다."비속어가 나온데다 매우 떫은 표정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옆에 서 있던 페퍼 포츠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이런 일이 전에 4번이나 반복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까지 합하면 5번, 5번씩이나 수술은 마취 직전에 취소되었다. 더군..
비행기는 2시간이나 공항에 내리지 못했다. 고질적인 눈보라는 계속해서 남자가 탄 비행기를 상공에 잡아두고 있었다. 슬슬 위험할 것 같다는 기장의 말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말하였다. 그 말에 친구가 빌려주었다는 전용기는 다시금 하늘을 돌아야했다. 창밖에는 여전히 자신들처럼 착륙하지 못하는 항공기들이 갈 곳을 잃은 채 하늘을 떠돌고 있었다. 구름 아래에서는 눈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흐느끼고 있을 것이었다.“착륙허가가 났습니다. 이제 착륙하겠습니다.”방송이 끊겨진 것과 동시에 하강감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눈을 감고 손안에 쥐고 있던 종이쪽지에 힘을 주었다. 종이는 구겨지겠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무의미한 숫자와 글자의 조합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고 창밖을 바라보..
마음의 한가운데 01 에서 이어집니다. “오빠!”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소녀를 발견하자 비전은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분명 검은 코트를 입고 있는 소녀를 보았을 뿐인데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마치 어미잃은 고양이처럼 상처입고 웅크려있는 여자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비전의 입에서 완-이라고 소리가 나오기 전에, 세단에서 급히 뛰어나온 경호원이 소녀를 붙잡았다.“죄송합니다, 완다아가씨. 이러시면 안됩니다.”완다, 라고 불린 소녀는 비전의 청녹빛 눈동자를 가만스레 바라보았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묘한 순간, 붉은색의 선들이 제 머릿속을 헤집고다니다 이내 안개처럼 사그라들었다. 아가씨! 급격한 심장의 통증과 그리움에 비전이 순간 휘청거리자 또 다른 경호원이 그를 부축해주었다.“죄송합니다, 이..
강철판이 비틀려지는듯한 굉음과 함께 차가 뒤집혔을 때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기절하고 있었을까, 그가 가까스로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자 느낀 것은 자신을 품에 안고 있던 집사의 식어가는 체온이요,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미지근하고 비린내를 풍기는 피의 감촉이요, 그리고 초점이 점점 흐리멍텅하게 사라져가는 눈동자였다."자비스!"그는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고선 자비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평소 그렇게나 좋아하던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피로 거뭇거뭇해져있었고 얼굴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의 복부에서는 피가 새어나와 며칠전에 사주었던 정장의 베스트를 까맣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가 좋아했던 자비스의 그런 점들이 망가졌다는 것보다도 그의 마음을 붉은 심연속으로 나자빠지게 한 것은 따..
정말로 오랫만의 늦잠이라고 협탁 위 시계를 확인했을 때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던 중이었다. 나타샤 로마노프, 아마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스파이로 불릴 그녀는 잠이 덜 깬 졸린 눈으로 낯익은 하얀색 천장을 바라보았다. 환기를 시켰는지 공기는 서늘하다못해 차가웠고 건조해서 얼굴의 피부가 당기는 것 같았다. 그녀는 벌써 11시가 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침대에서 일어나려했지만 피곤에 삐걱대는 몸이 온열매트에 익숙해져 그것을 거부하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쉰 뒤, 어젯밤까지만 해도 옆에서 같이 자고 있던 사람의 부재를 알아차렸다. 시간이 시간이니 지금은 연구실에서 연구라도 하고 있을 터였다. -똥땅-협탁 위에 올려져있던 휴대폰 액정에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알람이 뜨자,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
남자가 뒤집어쓴 모포는 흙투성이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는 그걸 아랑곳 않는다는듯, 그 속에 편안히 몸을 눕히고는 계속해서 헤드폰 너머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굵직하게 자신의 사랑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반쯤 취해있을 즈음,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그 헤드폰을 뺏어 자신의 머리에 씌웠다.“나타샤?”여자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남자를 향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자가 듣던 음악은 재즈음악으로, 아주 옛날에 임무로 잠입했던 바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이렇게 음반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바에서 제일 잘 나간다던 흑인 여자가 부른 것을 직접 들었는데 색소폰 소리와 여자의 허스키한 목소리만 생각났을 뿐, 자세한 가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목조차 알지 못하는 노래는 어느새 클라이막스를 향해 ..
"Trick or Treat!"검은색으로 익살맞은 얼굴이 음각되어있는 주황색 호박바구니를 들고선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꼬마마녀를 보고 남자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주머니에서 호박사탕을 몇개 꺼내 아이의 바구니안에 넣었고, 그러자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그의 곁을 지나쳤다. 그의 옆으로 다른 옷들을 입은 아이들이 뉴욕의 밤거리속으로 사라졌다. 10월 31일 할로윈, 뉴욕은 현재 축제중이었다. 그가 서 있는 빌딩에서는 저마다 램프를 켜댔고, 어떤 곳은 호박등 모양으로 불빛을 뽐내고 있었다. 모두가 퇴근하고 한산하여야 할 밤거리도 오늘만큼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파란색 여왕 드레스도 간간히 눈에 띄었고, 남자아이들은 영웅의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
*어벤져스 2 네타 有 "아얏!"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타샤는 재빨리 바닥에서 방금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을 빗고 있던 빗을 들어올렸다. 검은색에다 반달모양을 한 빗의 중앙의 이 두어개가 덜렁덜렁거리며 어서 자신을 떼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는 안타까워하며 조심스레 빗을 휴지위에다 올렸다. 흰색 바탕에 반달모양을 한 검은색 빗의 머리부분에는 이국적인 꽃 그림이 은으로 상감되어 있었다. 언젠가 빗을 선물한 사람이 꽃의 이름을 알려주어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커다란 붉은색 꽃잎 가운데에 노란 수술이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다가 크기도 큰 편이라, 꽤나 당당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꽃잎이 새겨져있는 빗의 크기는 그녀의 손바닥만했는데, 가끔씩..
3. 메리켈의 집에서 간단한 저녁식사-아이가 건네어준 음식의 질감은 최악이었지만 나름 만족할만 했다.-를 마친 뒤, 소년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하는 것을 무시한 채 에이프릴을 호텔에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메리켈은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에이프릴이 걱정이 된다고 말하며 집을 나섰다. 대문에서 나오자마자 소년은 입을 열었다."실은 요즘 불량배들이 걱정거리라서요, 에이프릴은 예쁘잖아요. 분명 그놈들이 건드릴거라고요."집에서 나와 호텔로 가는 길목에는 이미 문을 닫은 상점들이 가득했다. 상점은 집으로도 쓰이는지 문이 닫혀져있는 상점 곳곳마다 내부에 불이 켜져있었고, 낯선 음식냄새가 집안에서 풍겨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붉게 물드는 석양으로 인해 그림자가 져 있었는데, 얼핏 보면 누군가가 숨어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