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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갈색머리에서 이어집니다. 하늘에는 잔뜩 구름이 끼어 잿빛이 되어 있었다. 비는 오지 않을거라는 예보는 실수였는지 빗방울도 아주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비전은 창 너머 활주로가 점점이 짙은 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일순 바람이 거세게 불어 활주로에 서 있던 나타샤의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구름 사이에서 완다 막시모프를 태웠을 퀸젯이 천천히 내려왔다. 천천히 뒷문이 열리자 머리를 한쪽으로 가지런히 묶은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평상시 좋아하던 짧은 치마에 오버니삭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2달전, 휴가를 떠났을 때보다는 많이 처연해지고 차분해진 것 같았다. 그는 비를 맞으며 퀸젯에서 걸어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당장에라도 달려가 우산이라도 씌워주고 싶었지만, 절대로 활주로에 나타나 완다에게 ..
시빌워 스포있어요 바깥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서늘하면서도 습한 공기가 방안으로 밀려들어와, 어젯밤에 비가 한층 쏟아졌다는 것을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몇번 바깥의 냄새를 느끼다 창문을 닫았다. 창문의 이음새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글과 그녀의 사이에 옅은 안개가 자리잡고 있었다."완다."몇번 흐린 윤곽을 훑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뒤돌아섰다. 아침밥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서 샘은 완다에게 처연한듯 눈꼬리를 내리며 웃어보였다. 그 미소에 완다의 입가에도 저절로 흐릿한 미소가 지어지다가 입이 열렸다. 하지만 그 벌려진 입에서는 몇번이고 힘차게 숨을 내뱉는 소리만이 튀어나올 뿐, 흔히 목소리라고 불리우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몇..
시빌워 스포주의!!!!! 체크, 말을 앞에 둠과 동시에 비전의 입에서 위기를 알리는 말이 건조하게 튀어나왔다. 그는 살짝은 흥미가 동하고, 살짝은 지친 눈으로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토니를 바라보았다. 토니 스타크는 약간 당황했던지 헛기침을 내뱉은 뒤에 다음 수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비전이라는 안드로이드는 이상하게 체스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셋을 제외한 모든 어벤져스 멤버가 떠나기 전, 토니가 저택 창고에서 갖고 왔다는 체스판과 말은 그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소일거리가 되었다. 간식, 식사, 술내기를 하기에는 적당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완다와 비전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험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구입한지 20여년은 된 고급 체스세트는 그..
유난히 찬바람이 부는 12월 초, 헬렌 조는 어벤져스 타워로 향하는 내내 입고 있던 코트의 깃을 올려세웠다. 그렇게나 강하고 무섭다는 서울의 추위로 어떻게든 이겨냈었지만 그건 한국에서의 일, 미국에서는 미국 나름대로의 추위에 기가 질려 있던 참이었다. 그녀의 한손에는 커다란, 공항에서나 쓸법한 캐리어만한 가방이 들려있었다. 한손으로 거뜬히 드는 모습을 보면 분명 무게는 가벼웠을 것이나, 그 크기때문인지 타워에 들어서서 경비원의 신분확인을 받고 짐검사를 받는 내내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모두들 그녀를 마치 이 타워에 살고 있는 '그' 사람처럼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로 보는 듯 했다. 가뿐히 검사를 마치고 최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마자 그녀는 이 타워에 찾아온 목적에게 전화를 걸었..
냇배너 의 연성문장은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입니다. 그녀가 그의 부재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코비아 사태가 터지고 두어달이 지나서였다. 그 두어달의 시간동안 그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매우 바쁜 나날들을 지냈었다. 컴퓨터상의 오류라는, 누가 들어봐도 믿어주지 않을법한 변명같은 토니 스타크의 해명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쉽게 수용되지 않았다. 덕분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완다와 울트론의 생산물인 비전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지옥같은 청문회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쉴드 사태로 이미 청문회에 익숙해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들을 둘러싼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하루같은 바쁜 생활과 그에 대한 언급이 너무나도 자주 ..
토니 스타크는 브루스 배너가 퀸젯에서 내리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모두들 경악에 찬 표정으로 그를 말리려고 달려가자 배너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간신히 캡틴이 토니를 아예 땅에서 들어올렸고, 충격에 휩싸인 배너를 모두가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토니의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세시간이 지나서야 화가 풀렸는지, 언제 폭력을 가했냐는 냥 천연덕스럽게 배너에게 악수를 건네었다. 물론 배너가 그걸 단순히 악수로 되갚아주었을 리는 없었다.언론에서는 하나같이 그동안 잠적해 있었던 브루스 배너의 행적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었다. 그가 2년 동안 숨어살았다던 섬마을에는-도대체 누가 정보를 흘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군 관계자와 매스컴들이 들이닥쳤다. 결국 마을의 평화가 깨진 것을 확..
푸르른 나뭇잎으로 가려져있던 햇빛이,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그들에게 쏟아졌다. 처음에 나타샤는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그녀는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는 조심스레 주위를 살펴보았다. 방금 물리쳤던 무리들이 전부였는지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몰라 조심스레 평원에 널리 자라잇는 풀에 몸을 숨기며 나무를 향해 나아갔다. 고목은 언제 숲속에서 그런 난동이 있었느냐, 시치미를 떼는 것처럼 고고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럽게 주위에서 울렸다. 하늘은 너무나도 맑아서 구름 한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조심스레 몸을 움직이며 나무에 도착한 것은, 성당을 나서고 2시간이 넘어서였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며 안정권 내에 온 것을 자축하고서는 ..
메리켈의 말로는 성당에서 접선지인 성녀의 나무까지는 빠른 루트를 통해 걸어서 약 1시간 반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접선은 3시간 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배너는 급히 간소하게 짐을 꾸리고는 사제관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가니 새소리가 시끄럽게 그의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나타샤와 메리켈은 벌써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요셉은 그들을 담담히 바라볼 뿐이었다.“브루스, 이제 가요. 고마웠어요, 신부님. 부디 신부님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게요.”“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당신들의 행복을 빌어야겠지요. 부디 주님의 은총이 내려주시길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무엇 도와줄 것은 없는지요?”“아뇨, 이젠 괜찮은것같아요.”나타샤는 흐뭇해하며 미소를 짓다가 배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작은 가방..
메리켈을 진정시킨 뒤에 내보내서야 그도 간신히 침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꽤나 몸에 쌓였는지 온 몸이 뻐근하고 피곤했다. 아이는 아마도 타고 왔을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가족이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는 돌아갈 장소를 생각해보았다. 대학시절에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유년시절에 살던 집? 대학에 다닐 때 살았던 자취집? 아니면 칼버에서 근무할 때 살았던 아파트?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엔 자신의 집은 서재로, 베티의 집에서 주로 살았으니 베티의 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엔... 그는 옆으로 돌아누워 팔을 베개 삼아 베고는 여러 상념에 허우적댔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지 토독거리며 빗방울이 지붕과 차양, 창문을 ..
막 수건으로 닦은 머리카락은 물기가 어려 있었다. 브루스 배너는 피곤함에 몰려오는 잠과 사투를 벌이며 침대에 제 몸을 않혔다. 샤워를 막 끝내고와서인지 한기와 온기가 뒤섞여 그는 당장에라도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헤어 드라이어를 든 연인이 그것을 막았다."머리 안말리고 자면 더 안좋아진다니까요. 요즘 머리카락 많이 빠지는거 같지 않아요?""급성 탈모는 피폭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에요,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나름 농담이라고 던진 말이었지만 나타샤로부터 대답이 나오지 않는걸 보고나서야 그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성급히 해명을 하려고 했으나 연인은 그 해명도 기다리지 않고 기계의 버튼을 올렸다.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는 방안에 울리던 모든 소리들을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