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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01.병실에서 일어난 로키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기억은 눈사태에 휩쓸렸던 1년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가 깨어나자마자 오딘과 프리가와 토르는 울면서 그를 안아주었다. 그때 찍힌 사진은 결국 아스가르드 매체의 '올해의 사진'으로 뽑히게 된다. 02.토니, 배너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날아온 나타샤는 정신을 차린 바튼을 보자마자 뺨부터 때렸다. 그리고 그를 품에 안고 흐느꼈다. 03.로키가 바튼의 병실로 갔을 때, 바튼은 로키를 붙잡고 미안하다고만 말하였다. 시간은 몇분으로 극히 짧았지만, 간호사들은 로키의 눈가가 붉어진 것을 보고 다들 수군거렸다. 일주일 후, 로키는 오딘과의 담판에서 승리하였고 아스가르드는 둘째 왕자의 약혼을 공표하였다. 전세계의 매스컴이 그들에게 달라붙었고, 바튼은 학교측에 ..
지금은 여름이어서 괜찮지만 겨울에는 헬도 두려워한다지요, 반백의 택시기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뒷좌석에 앉아있는 손님에게 말했다. 아스가르드는 무역업으로 먹고 사는 동네였고, 여름의 이미르산은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이어서 외국인은 나름 많이 보았지만, 그래도 타국의 관광객을 태우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기차역에서 택시에 오른 손님의 표정은 어딘지 후련하면서도 슬퍼져 있어서, 그는 나름대로 손님의 기분을 들뜨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다를 하였다. "그래서 지금의 오딘폐하께서 반역자들을 직접 처단하신 겁니다. 16살밖에 안되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그때 프리가전하를 만나서 결혼을 한거구요." 아마도 손님이 띄엄띄엄 서툰 말로 아스가르드어를 한 것으로 보면, 이렇게 빠르게 말하면 못알아들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클린트는 사고가 일어나고 몇달정도는 상당히 침울해져있었고 악몽에 시달리곤 하였다. 행여나 로키가 돌아올까 집의 문도 잠그지 못하고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나는 그를 내 집으로 끌고 들어와서는 강제로 수면제를 먹이고 재웠다. 브루스는 내 행동에 꽤나 많은 반감을 드러냈지만, 그도 클린트의 상태를 보고는 곧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이제서야 클린트는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예전에 생활대로-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가끔씩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서 수업을 듣곤 하면서 클린트는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는 로키의 나라인 아스가르드의 언어를 배우고는 학생들 앞에서 몇글자 적어보기도 하였다...
"애석하게도 너랑은 결혼할 수 없어." 사귀고난지 2년만에 들은 고백은 이처럼 상당히 처참하고도 굴욕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사랑한다는 열렬한 고백 뒤에 들은 것이라, 클린트 바튼은 주먹이라도 한대 날려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도 제 연인의 생각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자신도 그것때문에 연인과의 관계가 너무 깊어지는 것을 주의해왔었다.바튼의 곁에서 나신으로 책을 읽고 있는 연인, 로키 오딘슨은 북유럽의 작은 강국, 아스가르드의 제2왕자였다. 즉 왕위계승권 2위로 만약 그의 형인 토르 오딘슨이 죽거나 왕위를 포기하거나 하게된다면 다음 왕위는 그가 물려받게 되어 있다. 토르가 만약 왕위에 오른다 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는 경우에도 그가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그런 그가..
* 거짓말과 질투에서 이어집니다. 어벤져스 타워에는 하루에도 수천통의 편지가 도착하였다. 인터넷시대인데다가 전직 CEO란 사람이 첨단전자계통에서 톱을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꽤나 아날로그한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각종 고지서, 청첩장, 개인적인 편지, 부고 편지등,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종이에 실려 타워의 각 층에 퍼지고 있었다. 물론 받는 사람들 중에는 어벤져스 멤버들도 있었는데, 소코비아 사태가 일어난 뒤로는 원망과 저주의 편지가 편지의 70%를 넘겨버려서, 개중에는 검열을 통해 버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브루스 배너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특히 와칸다에서 그런 류의 편지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그에게 오는 편지의 거진 80%는 그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각로-혹은 아예 사막에서 폭탄을..
그러고보니, 라고 막 가운을 벗고 퇴근 준비를 하던 헬렌이 말했다. 퇴근하고 곧바로 부하들을 데리고 코리아타운으로 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헬렌은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춘 제 동료에게 마치 내일은 비가 올것 같다는 듯이 평범하게 말했다. "나타샤랑은 어디까지 갔나요?""네?" 브루스 배너는 순간 호흡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가 헬렌과는 아주 절친한 동료사이이고, 나타샤 로마노프와도 아주 절절한 연인사이이기는 했으나 사실 둘은 그다지 큰 접점이 없었다. 건강검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헬렌과 나타샤는 만나서 이야기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배너와 더 자주 만났을 터였다. "아니, 아까 그쪽이 나타샤랑 전화할 때 좋아보여서요." 그 말에 배너는 얼굴을 붉히고는, 몇시간 전에 나누었던 달달하다 못해 꿀이 떨어지..
순간 브루스 배너의 숨이 막혔다.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그 말을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은 초록빛으로 명멸하다가 이내 다시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순간,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박동이 커지고 그 간격또한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는 가까스로 한숨을 내뱉은 뒤 제 어깨를 감싼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옷너머로 전해져오는 대리석 바닥의 차가움도 그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스티브가 큰 소리로 코드 그린,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티브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그 질문을 제 앞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은 잠들어야 했다. 떨리는 손으로, 뼈와 근육이 무너지고 ..
최근 비전은 들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가벼웠으며, 그의 몸놀림은 어느때보다도-원래도 그랬지만- 힘이 실려있어서, 로디나 팔콘은 그를 상대하면서 꽤나 고생해야 했다.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곧 그에게 새 피부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비전에게 '피부'를 주자는 의견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의 피부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졌고, 헬렌의 미적센스덕분에 일명 고구마색이라는 기묘한 붉은 색을 띄게 되었다. 물론 색을 바꾸려면 바꿀 수도 있었고, 겉에 살색 피부를 겉쓸수도 있었지만, 그의 세포 자체가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탓으로, 마치 아주 얇은 사슬로 만들어진 피부를 보는 듯 했다. 처음 비전이 인간의 피부를 본딴 것을 자신의 몸에 덧씌웠을때, 어벤져스 멤버들은 이대..
시베리아의 겨울에서는 꽃도 금방 얼어버리죠, 붉은 장미꽃다발을 포장하던 꽃집 사장이 눈보라치는 바깥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문가에 서 있었던 손님은 코트로 중무장했음에도 추웠는지 다시금 목도리를 여미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짓붉은 머리카락에 모자를 쓴 손님은 꽤나 아름다워서, 종을 울리며 들어왔을 때엔 사장도 놀라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손님은 점심시간이 마칠 무렵에 갑작스레 찾아와서는 붉은 장미꽃다발 2개를 주문했다. 선물용인가요? 라고 사장이 묻자, 그녀는 찹작한 표정을 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뇨, 그냥 아는 사람이요. 묘지에 바칠거니까 되도록이면 수수하게 해주세요." 묘지, 라는 말에 화려한 포장지를 건드리려던 손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갈색의 민무늬 얇은 종이를 가위로 자르면서, 아직..
투둑, 거리는 소리에 배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렀다. 그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생각자체를 멈춰버렸다. 나타샤가 제 위에 올라타 셔츠단추를 풀거나 아예 찢어버리는 상황이야 가끔씩 겪는 일이기에 익숙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연인이 밀회를 즐기는 침대위에서나, 가끔씩 소파나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서 있는, 어벤져스 타워의 거실에서 당할 일은 아니었다. 토니가 며칠전에 선물로 준 아르마니 셔츠의 단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들 경악에 찬 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적에 휩싸인 이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은 나타샤의 손과 팔 뿐으로, 그녀는 셔츠자락을 잡고 양쪽으로 확 펼쳤다. 갑작스런 바깥공기에 접한 피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