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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NDALIEN
01.병실에서 일어난 로키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기억은 눈사태에 휩쓸렸던 1년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가 깨어나자마자 오딘과 프리가와 토르는 울면서 그를 안아주었다. 그때 찍힌 사진은 결국 아스가르드 매체의 '올해의 사진'으로 뽑히게 된다. 02.토니, 배너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날아온 나타샤는 정신을 차린 바튼을 보자마자 뺨부터 때렸다. 그리고 그를 품에 안고 흐느꼈다. 03.로키가 바튼의 병실로 갔을 때, 바튼은 로키를 붙잡고 미안하다고만 말하였다. 시간은 몇분으로 극히 짧았지만, 간호사들은 로키의 눈가가 붉어진 것을 보고 다들 수군거렸다. 일주일 후, 로키는 오딘과의 담판에서 승리하였고 아스가르드는 둘째 왕자의 약혼을 공표하였다. 전세계의 매스컴이 그들에게 달라붙었고, 바튼은 학교측에 ..
* 거짓말과 질투에서 이어집니다. 어벤져스 타워에는 하루에도 수천통의 편지가 도착하였다. 인터넷시대인데다가 전직 CEO란 사람이 첨단전자계통에서 톱을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꽤나 아날로그한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각종 고지서, 청첩장, 개인적인 편지, 부고 편지등,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종이에 실려 타워의 각 층에 퍼지고 있었다. 물론 받는 사람들 중에는 어벤져스 멤버들도 있었는데, 소코비아 사태가 일어난 뒤로는 원망과 저주의 편지가 편지의 70%를 넘겨버려서, 개중에는 검열을 통해 버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브루스 배너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특히 와칸다에서 그런 류의 편지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그에게 오는 편지의 거진 80%는 그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각로-혹은 아예 사막에서 폭탄을..
그러고보니, 라고 막 가운을 벗고 퇴근 준비를 하던 헬렌이 말했다. 퇴근하고 곧바로 부하들을 데리고 코리아타운으로 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헬렌은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춘 제 동료에게 마치 내일은 비가 올것 같다는 듯이 평범하게 말했다. "나타샤랑은 어디까지 갔나요?""네?" 브루스 배너는 순간 호흡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가 헬렌과는 아주 절친한 동료사이이고, 나타샤 로마노프와도 아주 절절한 연인사이이기는 했으나 사실 둘은 그다지 큰 접점이 없었다. 건강검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헬렌과 나타샤는 만나서 이야기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배너와 더 자주 만났을 터였다. "아니, 아까 그쪽이 나타샤랑 전화할 때 좋아보여서요." 그 말에 배너는 얼굴을 붉히고는, 몇시간 전에 나누었던 달달하다 못해 꿀이 떨어지..
순간 브루스 배너의 숨이 막혔다.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그 말을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은 초록빛으로 명멸하다가 이내 다시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순간,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박동이 커지고 그 간격또한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는 가까스로 한숨을 내뱉은 뒤 제 어깨를 감싼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옷너머로 전해져오는 대리석 바닥의 차가움도 그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스티브가 큰 소리로 코드 그린,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티브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그 질문을 제 앞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은 잠들어야 했다. 떨리는 손으로, 뼈와 근육이 무너지고 ..
시베리아의 겨울에서는 꽃도 금방 얼어버리죠, 붉은 장미꽃다발을 포장하던 꽃집 사장이 눈보라치는 바깥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문가에 서 있었던 손님은 코트로 중무장했음에도 추웠는지 다시금 목도리를 여미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짓붉은 머리카락에 모자를 쓴 손님은 꽤나 아름다워서, 종을 울리며 들어왔을 때엔 사장도 놀라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손님은 점심시간이 마칠 무렵에 갑작스레 찾아와서는 붉은 장미꽃다발 2개를 주문했다. 선물용인가요? 라고 사장이 묻자, 그녀는 찹작한 표정을 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뇨, 그냥 아는 사람이요. 묘지에 바칠거니까 되도록이면 수수하게 해주세요." 묘지, 라는 말에 화려한 포장지를 건드리려던 손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갈색의 민무늬 얇은 종이를 가위로 자르면서, 아직..
투둑, 거리는 소리에 배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렀다. 그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생각자체를 멈춰버렸다. 나타샤가 제 위에 올라타 셔츠단추를 풀거나 아예 찢어버리는 상황이야 가끔씩 겪는 일이기에 익숙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연인이 밀회를 즐기는 침대위에서나, 가끔씩 소파나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서 있는, 어벤져스 타워의 거실에서 당할 일은 아니었다. 토니가 며칠전에 선물로 준 아르마니 셔츠의 단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들 경악에 찬 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적에 휩싸인 이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은 나타샤의 손과 팔 뿐으로, 그녀는 셔츠자락을 잡고 양쪽으로 확 펼쳤다. 갑작스런 바깥공기에 접한 피부에 ..
"이렇게 비싼 선물은 받을 수 없어요.""당신이 저번에 샀던 에르메스보다는 싸니까 받아요.""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요.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지만 이건 받기에는 너무 비싼 선물이에요.""토니가 페퍼에게 해주는 것보다는 싼 편이에요.""그 인간에겐 1억도 껌값이에요.""나에게도 1억은 그다지 쓸모 없는 돈이에요. 그러니까 받아요.""받아도 곧바로 환불해버리고 당신에게 돌려줄거에요.""나타샤, 정말로 이럴거에요?""당신 옷도 제대로 안사면서 왜 이런걸 샀어요?""어차피 옷을 즐겨입는것도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발 받아요.""당신이 당신에게 투자를 해주었음 좋겠어요.""이 셔츠 200달러짜리에요. 그러니까 받아요."
"맞아, 나 일주일 뒤에 칼버대에 가요." 나른한 아침식사를 먹고 옷을 갈아입으며, 마치 근처로 마실간다는 투로 나타샤는 말했다. 배너가 막 설거지를 끝내고 수건에 손을 닦던 차였다. "칼버요? 아, 그러고보니 거기서 친환경에너지관련해서 세미나가 열린댔죠. 토니때문이군요." 며칠전 토니 스타크가 강연주제를 뭘로 할지 고심하는 장면을 봤었다. 칼버, 떠난지 10년은 되었건만 그래도 뭔가 그립고도 간지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배너는 칼텍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는 그 곳에서 줄곧 방사능관련으로 연구를 하고 있었고, 연인과 곧 결혼을 하리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 사건으로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지만. "그러고보니 그 곳이기도 하네요.""네?" 행여나 전 애인의 이름이 나올까, 배너는 속으로 노심초사하며..
막 12월에 들어섰던 날의 일이었다. 간만에 나타샤와 함께 어벤져스 타워를 방문한 스티브는 힐과 업무를 하면서, 도대체 자신의 동료가 어디서 땡땡이를 치고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하이드라의 잔당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힐과 함께 거실로 들어섰다. 아마 연인과 있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나타샤는 평소에는 앙숙처럼 여기던 토니와 다정히 소파에 앉아 홀로그램에 띄워진 정장입은 남자를 보고 있었다. "대놓고 바람인가요?" 힐이 농담조로 야유를 하자 둘은 절대 아니라고 극렬히 부정했다. 그러면서 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둘은 어느 한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과 회의를 거친 것 같았다. 토니는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남자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토니, 도대체 무얼 보는건가?""아 마침..
아우, 미안해요. 배너는 그렇게 작게 속삭인 다음 나타샤와의 키스를 방해하던 안경을 벗어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저번에 결국 깨져버린-배너의 안경은 절대로 3개월을 버틴적이 없었다.- 안경후로 새로 장만한 노안경은 무테에 검정색 다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샤가 생일선물로 사준 것이었다. 천하의 헐크로 노안만은 막아낼 수 없던지, 그는 연구를 할 때에나 무언가를 읽을 때에는 꼭 안경을 쓰곤 했다. 하지만 이런 때에는, 그러니까 그가 나타샤와 키스를 할 때에는 안경은 필수품이 아니라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다. 가벼운 버드키스정도라면 괜찮다. 문제는 그 이상으로 나아갈때였다.나타샤는 탁자위의 안경을 흘깃 쳐다보며 괜찮다고 바로 배너의 입술 옆에서 속삭였지만 배너는 고개를 젓고서는 안된다고 낮으면서도 약간은 으르렁거..